제10장
“이봐요! 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거요? 당장 일어나세요. 지금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요?”
누군가가 나를 죽음으로부터 흔들어 깨웠다. 나는 내 삶을 포기함으로써 내게 찾아온 평화를 방해받는 느낌이 들자 상당한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네, 죽고 싶어서 환장했으니 저 좀 그냥 내버려 두세요.”
그러자 그 동물은 말이 없었다. 다시 내 주위의 공기에는 적막이 흘렀다. 그는 내 평화로움을 더 이상 방해하지 않았다. 다시 죽음으로 향하는 나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는 내게 다시 돌아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요! 지금 여기로 누군가 접근하고 있어요.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어요. 이제는 가야 합니다. 빨리 일어나세요!”
하지만 이미 삶을 포기한 나에게 죽음은 두려움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웠다. 그래서 나는 못 들은 척하고 아무런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있었다.
“나 원 참.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안녕히.”
그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런데 막상 내 근처에서 그 동물의 사나운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나는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분명 더 이상 삶에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너무도 무서웠다. 살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동시에 너무도 힘든 내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죽고 싶었다. 나에게 더 이상 평화로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에게 남은 것은 슬픔과 두려움 그리고 고독뿐이었다. 사나운 울음소리가 점점 내게 가까워지자 나는 본능적으로 일어나 뛰기 시작했다. 그곳으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다. 너무도 힘든 나머지 죽음이라는 선택을 했지만 어쩌면 나는 진짜로 죽고 싶은 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내 몸이 본능적으로 열심히 도망치고 있는 것을 보니. 나는 그저 힘든 나를, 지칠 대로 지쳐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는 나를 구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거였다. 나는 사실은 그저 행복하고 싶은 게 다였고, 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