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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생활을 마무리하며

진짜 전역날

by 한승우

20년 5월 2일, 그 날이 드디어 내게도 찾아왔다. 바로 내가 군인에서 민간인으로 신분이 바뀌는 날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원래 예정대로 쓰려했던 3월 말전휴가가 잘려서 답답했던 마음도 있었으나 지금 돌아보니 오히려 좋았다. 그 덕에 한달 일찍 전역하는 셈이 됐으니. 4월 5일부터 5월 2일 전역날까지 남아있는 총 28일간의 휴가를 한번에 사용하고 부대복귀하지 않고 자가전역을 하게 되었다.

전역 전날이라서 그런지 어제는 친하던 인사과 후임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역증과 군운전경력증을 보내준다고 내게 주소를 물어보려던 것이였다. 오랜만에 부대 안에서 연락이 오니 예전 생각도 나고 좋았다. 그 안에 갇혀있을 때는 1분 1초라도 빨리 부대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막상 이렇게 나와보니 내가 600일의 시간동안 속해있던 그곳이, 그 사람들이 참으로 생각이 많이났다. 부대 전화번호를 보고 습관적으로 통신보안을 외치는 나에게 친하던 후임 친구들은 "여보세요 하고 안받네?" 하며 놀려댔다. 여전히 변함없는 그 장소와 사람들이 나를 더 애틋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제 그곳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신분이 된 것이다. 더 이상 그들과 함께 속해있을 수 없는 것이다.

군 생활을 하면서 스쳐지나간 참 많은 사람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모여 지내던 그곳.

이등병 막내의 위치에서 병장까지 지내오면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모든 일들은 다 내 주위 사람들이 있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철없고 어리기만 하던 나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해준 사람들. 힘들고 애로사항이 있을 때마다 우리 운전병들 잘 챙겨주신 전 군수과장님과 탄약반장님, 매번 나를 갈구고 힘들게 했지만 나와 1년 동안 함께 지내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우리 박철민 하사님. 병사 때 6개월 같이 살고 간부로 6개월 또 같이 지내고. 가끔은 너무 화나도 대들지도 못하고 속으로 앓을때도 있었지만 사실 나랑 제일 친하고 아껴서 오히려 그랬던걸 잘 알고. 표현이 서툴렀던 사람인걸 잘 아니까. 제일 많이 미워했지만 제일 많이 정도 들었고 이등병때부터 혼나면서 덕분에 운전병 업무를 다 숙지할 수 있었어. 운전도 정말 형한테 많이 배웠고. 철민이 형 고마워. 나중에 술 한번 꼭 같이 먹고싶다. 이제는 5대기 찰 일도 없어서 술 마셔도 되는데. 그리고 내 맞선임이였던 인성이 형. 나 처음 전입 온 날 단장님 모시고 회식 갔었나 여튼 운행있어서 얼굴도 못보고. 그다음 날도 운행있고. 한창 바쁠때라 그랬나. 같이 훈련나가서 차 안에서 전식 까먹고 형이 챙겨 온 라면 나눠먹고 재밌었는데. 형 따라다니면서 같이 얘기하고. 훈련 때마다 도착해서 형이랑 같이 떠들고 하면 참 마음 편하고 재밌었어. 고민도 잘 들어주고. 고마웠어. 마지막으로 우리 운전병들!! 나이도 어리고 많이 부족한 선임 밑에서 일하느라고 참 고생 많았지. 말 잘 들어줘서 참 고맙다. 치영이는 1호차 빨리 때고 싶을텐데 조금만 더 고생하고. 상현이는 이제 예전에 내가 그런 것처럼 5대기 혼자 차느라 휴가도 못 나가고 할 텐데 진짜 너무 안타깝다. 힘내고. 정인이는 빨리 운전기량 높여서 5대기 찰 수 있게 더 노력하고. 상현이 많이 힘들 거야. 그 외에도 군생활 함께 해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좋은 추억으로 마음 한켠에 남겨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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