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달려

그리고 뛰어!

by 주디의 작은 방

“타쿠미, 준비됐지?”


엄마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려온다.

나는 숨을 고르고, 짧게


“멍!”


하고 대답한다. 그 짧은소리에 내 마음이 모두 담겨 있다. 준비됐다고, 언제든 달려 나갈 수 있다고.

아침마다 반복되는 이 순간은 나에겐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엄마가 형아들을 차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주는 시간. 나도 그 여정에 늘 함께한다.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 아직 덜 깬 형아들의 얼굴, 그리고 출발 직전의 묘한 긴장감.


‘이건 내 하루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이야.’


나는 속으로 그렇게 되뇐다. 형아들이 학교에 늦으면 안 된다. 지각은 절대 안 된다. 그건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약속 같은 거다. 그래서 나는 더욱 신중해진다. 마치 내가 직접 형아들의 시간을 지켜주는 것처럼, 한 발 한 발 내딛는 순간마다 어깨에 책임이 얹히는 것 같다.


“타쿠미, 출발할까?”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다시 꼬리를 크게 흔든다.

이제 달릴 시간이다.

큰형이 먼저 내릴 때면 나는 차 창가로 고개를 바짝 들이밀고, 힘껏 꼬리를 흔들며 외친다.


“형, 수고~ 오늘도 파이팅!”


큰형은 마치 내가 무슨 중요한 응원단장이라도 되는 듯, 으레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그 순간, 내 마음은 한껏 부풀어 오른다. 그래, 형은 오늘도 잘 해낼 거야. 내가 이렇게 응원했으니까.

잠시 후 둘째 형아 차례다. 차 문이 열리면 나는 기다렸다는 듯 또 외친다.


“형, 이따가 내 간식 잊지 마~ 파이팅!”


둘째 형아는 어김없이 웃으면서,


“알았어, 알았어”


하고 대답한다. 그 대답만으로도 나는 든든하다.

학교 앞에서 형아들을 차례로 배웅하는 이 순간이 내겐 하루 중 가장 빛나는 의식이다. 나는 응원했고, 형아들은 웃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래,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거야. 형아들은 교실에서, 나는 엄마 옆에서. 다 다르지만, 결국 우리는 함께 달리고 있는 거야.’


형아들을 차례로 배웅하고 나면 차 안에는 엄마와 나, 우리 둘만 남는다. 차 문이 닫히는 순간, 차 안의 공기가 조금 달라진다. 분주했던 아침의 소란이 가라앉고, 마치 숨결 같은 고요가 스며든다.

나는 조수석 창가에 턱을 괴듯 붙이고 앉아, 습관처럼 엄마를 바라본다. 핸들을 잡은 엄마의 옆모습은 언제 보아도 든든하다.


“타쿠미, 우리도 이제 집으로 달려가 볼까?”


엄마가 웃으며 말을 건네면, 나는 기다렸다는 듯


“멍!”


하고 대답한다.

그 짧은 대답 안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응, 엄마. 오늘도 힘차게. 형아들이 학교에서 잘 해내기를 응원했으니, 이제 우리 차례야.


‘엄마와 나는 또 우리만의 하루를 달려가요.’


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차곡차곡 쏟아진다. 나는 그 빛 속에서, 엄마와 나 둘만의 시간이 시작되는 걸 느낀다.

엄마는 하루 종일 나와 함께 차를 타고 달린다. 그리고 나와 함께 뛴다.

처음에는 그게 당연한 줄만 알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 놀라운 일이다.

엄마는 나를 위해 늘 운전대를 잡고, 또 발걸음을 맞춰 달려주신다.

나는 우리 집에 올 때에도 차를 타고 왔다. 작은 몸으로 낯선 차 안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묘하게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그 뒤로도 나는 매일같이 차에 오른다.

그래서인지 내겐 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차는 곧 엄마와 나의 시간, 우리만의 공간이다.

아침 햇살이 차창 너머로 쏟아질 때면 나는 마치 세상을 향해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차가 부릉하고 속도를 내면, 내 마음도 그 속도에 맞춰 빨라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차에서 내려 엄마와 함께 뛰어야 할 때가 온다.

차에서의 달림도, 땅 위에서의 달림도… 모두 엄마와 함께이기에 즐겁다. 나는 엄마와 달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그리고 사실, 나에겐 비밀 능력이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차가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을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것이다.

차가 조금씩 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바꿀 때… 나는 벌써 안다.


‘아, 이제 다 왔구나!’


그러면 나도 모르게 흥분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우웅~ 우우우웅웅~!”


이건 나만의 신호다. 엄마와 형아들은 늘 깜짝 놀란다.


“타쿠미 저 녀석, 또 귀신같이 다 온 걸 아네.”

“진짜 신기하다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웃음을 터뜨린다.

나는 그 웃음이 좋다. 마치 내가 가진 이 작은 능력이 우리 가족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어주는 것 같아서다.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내겐 차가 멈추기 직전의 공기의 흐름, 바퀴의 진동, 엔진의 숨소리까지 모두 들린다.

그 순간 나는 누구보다 먼저 도착을 알아차리고, 가족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건 내가 가진 특별한 힘이다. 그리고 아침마다 달려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달리는 게 좋다.

그리고 이 작은 능력도 좋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닐지 몰라도, 나에게는 내가 특별하다는 증거다.

엄마와 형아들이 놀라며 웃을 때,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봐, 나도 할 수 있지? 난 타쿠미라고.’


달릴 때마다, 또 주차장을 귀신같이 알아맞힐 때마다 나는 가족 속에서 더 단단히 묶이는 기분이 든다.

그럴 땐 내 꼬리가 저절로 흔들린다.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강아지가 된 것처럼.


나는 차를 타는 것도 좋아하고, 내 전용 유모차를 타는 것도 좋아한다.

유모차에 올라타면, 마치 세상이 내 발밑으로 흘러가는 듯해 가슴이 두근거린다. 엄마가 밀어주는 그 리듬에 맞춰 나는 귀를 펄럭이고 코끝으로 바람 냄새를 맡는다.

대형 쇼핑몰에 가면 사람들은 나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


“귀엽다”


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면, 나는 괜히 어깨를 으쓱하며 더 꼿꼿이 앉는다. 아이쇼핑이라지만 나에겐 그저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시간이다. 반짝이는 불빛, 바쁘게 오가는 발걸음, 그리고 어쩌다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모두가 내 눈에 새롭고 흥미롭다.

그리고 무엇보다 옥상 잔디밭에서의 시간은 최고다. 그곳은 작은 천국 같다. 부드럽게 발을 감싸는 잔디 위에서 처음 보는 친구들과 마주하면, 나는 순간 낯을 가리다가도 어느새 꼬리를 흔들며 함께 달리고 있다. 서로 이름도 모르지만, 뛰는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된다.


한바탕 잔디밭에서 뛰고 구르며 온몸이 땀과 흙냄새로 가득해지면, 엄마는 늘 나와 함께 카페에 간다. 그곳은 우리 같은 친구들이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애견 동반 카페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반가운 냄새들이 몰려온다. 고소한 커피 향기 사이에 숨어 있는 치즈 냄새, 갓 구운 비스킷에서 풍겨 나오는 따뜻한 기운… 나는 그 향기만 맡아도 꼬리가 절로 흔들린다.

카페 메뉴판은 사람들을 위한 음식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중에는 나를 위한 작은 코너도 있다. 바로 강아지 전용 메뉴. 엄마는 늘 내 취향을 잘 아신다. 나는 당근과 치즈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바삭한 비스킷을 제일 좋아한다. 앞발로 살짝 밀며 씹으면,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번지고, 당근의 달큼한 향이 코끝까지 올라온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멍푸치노’. 입안에 닿는 순간 부드럽고 시원한 거품이 혀를 간질인다. 그 맛은 언제 먹어도 처음처럼 즐겁다. 나는 멍푸치노 그릇을 핥으며 속으로 생각한다.


“이런 게 바로 사는 재미지. 엄마랑 함께하는 오늘도, 참 맛있고 행복하다.”


오늘은 보니도 함께 놀았다. 나와 보니가 비밀친구인 것처럼, 엄마와 보니 엄마도 친구이다. 우리는 종종 호텔에서도 만나지만 이렇게 브런치 카페에서도 종종 만난다.

보니를 만나면 나는 기분이 참 좋아진다. 우리는 친구니까. 그리고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절친, 비밀친구. 곱고 가지런히 빗어진 보니의 털과, 그런 보니의 얼굴을 더욱 빛나게 하는 반짝이는 큐빅 머리핀. 게다가 따뜻한 햇살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핑크색 체크무늬 원피스까지. 오늘따라 보니는 그야말로 작은 요정 같았다.

보니와 나는 서로의 눈을 마주치면, 말하지 않아도 무언가 통하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든다. 우리가 진짜로 비밀을 나누는 친구라는 사실을, 엄마들도 모르게 우리 둘만 알고 있는 듯한. 그래서 보니와 함께 있는 순간은 언제나 반짝이고 특별하다.


보니와 나는 잔디밭 위에서 서로를 향해 달려갔다. 보니는 긴 귀가 살랑살랑 흔들리며 내 앞으로 폴짝 뛰어오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신이 나서 작은 앞발을 들어 흔들었다. 그러면 보니는 마치 알아들었다는 듯, 내 주위를 한 바퀴 빙 돌다가 코끝으로 살짝 나를 건드린다. 우리만의 인사 같은 것이다.

때로는 보니가 작은 공을 물고 와 내 앞에 떨어뜨리기도 하고, 나는 그것을 발로 툭 건드려 다시 보니 쪽으로 보내준다. 그러면 보니는 그것을 받아 다시 돌아오고, 우리는 몇 번이고 같은 놀이를 반복하면서 깔깔거리는 듯한 기분 좋은 웃음을 나눈다.

엄마들은 우리 모습을 보며 따뜻한 눈길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엄마들이 웃는 모습보다, 지금 보니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더 신이 난다. 보니와 함께 있으면 나는 왠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을 것 같고, 더 크게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보니의 유모차 안은 언제나 아기자기하다. 예쁜 방석이 깔려 있고, 가장자리는 레이스 장식이 되어있다. 반짝이는 리본과 작은 장난감들이 매달려 있어, 마치 공주가 타는 작은 마차 같다. 아무래도 남자인 나보다는 훨씬 화려하고 눈부신 장식들이다.

나는 그런 보니의 유모차를 힐끗 바라보다가, 문득 우리 집을 떠올린다. 우리 집엔 남자만 넷, 그리고 엄마. 그래서일까, 엄마는 늘 조금 더 강해져야만 했고, 나는 자연스럽게 더 남자답게 자라나고 있다. 엄마가 버티는 힘이 없었다면 우리 집은 지금처럼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일까. 화려한 보니의 유모차를 볼 때면 잠깐은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곧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래도 난 엄마랑 함께 달릴 수 있으니까. 그게 제일 멋진 거지.”


아침이 되면, 나는 유당이 없는 우유에 사료를 먹는다.

형아들이 옆에서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 나도 더 열심히 먹게 된다. 형아들은 한창 클 나이라 먹성도 대단하다. 숟가락이 바쁘게 오가고, 밥그릇이 금세 비워진다. 나도 모르게 그 모습에 맞춰 나의 밥그릇을 박박 비워내곤 한다.

엄마와 아빠는 그런 우리들을 보며 종종 웃으신다.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먹이고 또 먹이느라 힘들다고 하시지만, 결국 우리 입에 밥이 들어가는 순간만큼은 가장 뿌듯하다고 하신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은 언제나 따뜻하다. 그 눈빛을 볼 때마다 나는 결심한다.


“오늘도 힘껏 달려야지.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게.”


나는 아침에도, 오후에도, 저녁에도 엄마 차를 타고 달린다. 바퀴가 도로를 스치는 소리가 마치 심장이 두근거리는 박동 같아 귀가 즐겁다. 햇볕이 따사롭고, 길가에 푸르른 나무들이 가득한 길을 지날 때면 엄마는 꼭 창문을 내려주신다.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면 나는 본능처럼 코를 벌름거린다. 풀 냄새, 흙냄새, 멀리서 나는 빵 굽는 냄새까지, 세상의 모든 풍경이 내 코끝으로 들어온다. 그 냄새만으로도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수 있다. 눈을 감아도,

“타쿠미, 신났지?”


엄마가 웃으며 물으신다.

나는 바람에 귀가 펄럭이도록 고개를 내밀고


“멍!”


하고 대답한다. 그러면 엄마는 꼭


“알았어, 알았어”


하며 웃음을 터뜨리신다.

곧 형아들이 차에 탈 것이다. 나는 벌써부터 꼬리를 흔들며 몸이 근질거린다. 큰형, 둘째 형, 어서 와. 나, 타쿠미랑 같이


“달려. 달려! 그리고 뛰어!”


나는 오늘도, 내일도, 언제까지나 형아들과 함께 뛰고 싶다.

엄마를 구하러 갈 그날도, 나는 달릴 것이다.


"엄마와 함께 달려. 달려. 그리고 뛰어!”


그 순간이 오면, 내 모든 다리는 하늘을 향해 더 높이 솟구칠 거다.

그리고 나는 반드시, 엄마와 다시 함께 뛸 것이다.


엄마는 딸이 없어서 딸의 머리 묶어주시는 것을 로망처럼 여기신다. 대신 내 털을 항상 정성스레 빗겨주신다. 보니처럼 예쁘게 나 타쿠미처럼 멋있게. 특히나 동그랗고 폭신폭신한 내 헤어스타일은 더욱 정성껏 빗겨주신다. 앗. 그런데 큰일이다. 엄마가 내 머리털을 빗겨주실 때마다 내가 한 올 한 올 머리털을 세우기라도 한 것처럼 내 몸은 두둥실 하늘로 올라가려고 들썩인다.

그래서 나는


“앗 엄마 여기까지. 나 그만 빗고 싶어요.”


하고 도망치면 엄마는


“타쿠미 또 도망가면 어떡해, 아직 덜 빗었단 말이야.”


하고 쫓아오신다.


‘휴유, 딸이 없는 엄마는 내 털을 빗는 것을 팔이 아프다 하시면서도 정말 좋아하신다. 하지만 나는 머리털을 세우면 하늘로 날 수 있는 나의 비밀이 들통날까 봐 머리 빗는 것을 무지 싫어한다. 그래서 오늘도 난 엄마랑 빗질하는 걸로 실랑이를 하며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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