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다고.
누군가 물었다.
“글쓰기가 뭐가 그렇게 좋아요?”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겨우 대답했다.
“그냥… 좋아요.”
정말 그랬다.
설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말이 길어지고,
말이 길어지면 오히려 마음에서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어떤 사람은 바닷가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카페 구석자리를 좋아한다.
누군가는 아침 햇살에 행복해지고, 또 누군가는 눈 내리는 골목에서 위로를 받는다.
나에게는 그런 것이 글쓰기였다.
누구도 없는 새벽, 잠결 속에서 뒤척이다가 책상에 앉는 순간.
마음속 깊은 데서 뭔가가 불쑥 떠오르고, 손끝이 그걸 따라가는 그 느낌.
아무도 보지 않지만, 나 혼자 너무 잘 아는 마음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내는 일.
그게 좋았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나에게 보여주는 시간.
글을 쓰는 동안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나를 포장하지도 않고, 누군가처럼 보이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진짜 내 생각. 진짜 내 마음.
사실 그것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깊은 대화가 되기도 한다.
글을 쓰는 건 어떤 면에서는 내 안의 나와 편지를 주고받는 일 같았다.
오늘 어땠는지, 뭐가 힘들었는지, 뭐가 좋았는지.
한 줄 한 줄 적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다 쓴 글을 저장하거나, 한참 바라보다가 그냥 닫을 때도 있다.
읽히지 않아도 괜찮고, 반응이 없어도 상관없다.
이미 써내는 순간, 나는 충분히 나를 돌본 셈이니까.
글을 쓰지 않는 날에는 내가 엉켜버린 실뭉치처럼 느껴진다.
머릿속은 복잡하고, 감정은 방향을 잃는다.
그럴 땐 알게 된다.
아, 나는 글을 쓰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구나.
남들은 묻는다.
“글 써서 뭐가 달라지는데?”
“그걸 왜 굳이 기록해요?”
나는 이제 대답하지 않는다.
그냥 웃는다.
그리고 속으로 조용히 말한다.
“그냥 좋다고.”
그냥 쓰고 나면, 나 자신에게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고,
세상이 나를 몰라도 나는 나를 조금 더 알아준 것 같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 안의 작은 빛을 본 느낌이 든다.
글을 쓰는 시간은 나에게 온전한 휴식이다.
세상의 기대와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로 숨 쉴 수 있는 공간.
그 조용하고 평화로운 자리에서 나는 오늘도 쓴다.
잘 쓰지 않아도 괜찮고, 다 쓰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쓰는 게 좋다.
그걸로 충분하다.
by 주디의 작은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