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나는 방법에 대하여
마음이 지옥인 날은 날씨처럼 찾아온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로도 우리는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 사소한 것들이 우리에게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지옥으로 떨어진다. 오늘 내 마음은 지옥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없다. 그냥 불안했다. 아직 우리 사이에 시간과 신뢰가 많이 쌓이지 않았나 보다. 내가 만든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억지로 영화를 보고, 공부를 하고,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마음의 지옥을 벗어나는 방법은 없구나.
그 좋다는 명상, 걷기, 몰입을 다 해 보았다. 물론 효과가 있긴 하다. 다만 그걸 하는 동안에만 효과가 있다. 명상을 하는 동안만, 걷는 동안만, 그리고 몰입하는 동안 현실에서 잠깐 벗어나는 것이다.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영원히 명상할 수도, 걸을 수도, 몰입할 수도 없다. 언젠가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전히 상황은 나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상처는 용 같은 거다. 모든 상처는 각자의 크기와 시간이 있다. 용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통과한다. 완전히 통과해 나갈 때까지 우리는 아파야 한다. 어떤 건 작고 어떤 건 커서 며칠씩 걸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언젠가 끝난다는 것이다. 며칠이 걸리든 어쨌든 끝이 있다. 그 녀석이 우리를 통과하는 동안은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절때 벗어날 수 없다. 용이 우리를 완전히 통과해야 비로소 우리는 자유로워진다. 용이 없다고 최면을 걸어 봤자, 아프지만 안 아프다고 거짓말해 봤자 모두 사실이 아니다. 어차피 용은 지나가고 있고 당신은 아플 거다. 그러니 아프지 않기 위해 애쓰지 말자. 애써봤자 아픈 게 없어질 수는 없다. 외면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냥 용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인생은 끊임없이 용이 통과하는 과정이다. 행복의 끝에는 불행이, 불행의 끝에는 행복이, 그리고 무한 반복이 있다. 아픈 것은 당연한 거고, 지금 안 아프다면 언젠가 반드시 아플 것이다. 고통을 받아들이자. 견뎌내자. 그리고 언젠가 끝이 있다는 것을 믿자.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