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역사가 필요하다. 좋은 기억, 나쁜 기억, 결심, 다짐, 우리는 각자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것들을 했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서 괜찮아진 줄 알았다. 그래서 명상 따위 그만두었다. 글쓰기도 그만두었다. 근데 괜찮지 않았다. 상처는 그 근처만 가도 다시 살아나더라고.
그러니까 읽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쓸 말이 없어도 아예 포기해선 안된다. 반드시 내 상처의 기록들은 다시 필요해질 것이다. 나도 모르게 쌓인 역사들을 통해 내가 위로받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 곡선은 언제나 요동치는 법이다. 끝없이 상승하는 곡선도, 끝없이 내리꽂는 곡선도 없다. 왔다 갔다 하는 거다 인생은.
글쓰기와 명상 같은 것들은 나를 되살리기 위해서 유지하는 헤엄 같은 것들이었다. 이렇게 목적이 확실해야 지속할 수 있다. 좀 지나니 괜찮아진 느낌이 드는데? 그건 거짓이야. 그렇게 빨리 상처가 나을 수 없어. 어쩌면 평생 상흔 정도로 남아있을지도 몰라. 그러니 극복이라고 말하지 말자. 상처는 관리하는 거지, 완치될 수 없는 거거든. 어떤 병이든 그러하다.
쉬는 동안 영화를 세 편, 미술관을 세 개나 갔고, 일 년 내내 읽던 책을 완독 했다. 메말라 죽어 있던 예술의 샘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다. 누군가 고갈시켰던 그 샘. 그래, 샘을 마르게 하는데 1년이 걸렸다면 채우는데도 최소한 그 정도는 걸릴 거야. 더 걸릴지도 몰라. 확실한 건, 꾸준히 하면 언젠가 '가득 찰' 거라는 사실이지. 숨 쉬듯 당연했던 예술이 이렇게까지 내 영혼을 살찌우는지 정말 몰랐다. 가끔은 익숙한 것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줘야 하는 이유다.
제일 못하는 것. 지루함을 견디는 일. 영감은 아주 가끔 찾아온다. 그 주기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난 가끔 그냥 포기해버리고 싶다. 그렇지만 오늘 또 깨달았다. 그때 포기했으면 평생 후회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