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라는 상전 녀석
매우 불행하다.
내 뜻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아빠는 정말 짜증 나게도, 기차 늦는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나를 기차역에 쓸데없이 40분이나 일찍 도착하게 만들었다.
아빠 때문에 내가 계획했던 아침은 전부 다 산산조각이 났다. 기차 안에서 하려고 생각했던 것들도 하나도 못 가져갔고, 거울을 제대로 못 봐서 옷도 마음에 안 들고 신발도 마음에 안 든다.
기차 안에서 두 시간 삼십 분을 무료하게 보내는 게 다 아빠 때문이라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 통제를 벗어난 것들. 아니 통제할 수 있었는데 못한 것들에 대한 엄청난 분노. 나는 이런 것에서 가장 큰 분노를 느낀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다.
손바닥만 한 핸드폰으로 기차에서 뭐라도 해 보려니 폰을 부숴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가 치민다. 핵심은, 내 알아서 했으면 아무 문제없던 일에 아빠가 사랑이랍시고 개입을 해서 다 망쳐놓는 것이다. 그게 하필 데이트 날이라니. 최악도 이런 최악이 없다.
세상은 원래 내 뜻대로 내 계획대로 안된다는 말로 위안 삼아보려 해도 마음속 불길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내 정신은 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조급하게 정착하지 못하다가 방전되어 버린다. 노이즈캔슬링이나 하고 눈이나 감자.
이렇게 된 이상 나는 또 나의 최근 행적을 반성하고 있다. 아침에 일찍 안 일어나서 그런 거야. 요즘 아침잠을 좀 많이 자긴 했지. 플래너도 안 쓰고 말이야. 다시 흐트러진 나의 삶을 점검하면서도, 분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결국 이놈이 문제다. 기분. 우리 기분은 요즘의 나스닥처럼 극과 극을 오간다. 기분을 관리하는 것, 그러니까 널뛰기하는 녀석을 잠잠하게 만드는 스킬, 그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구나 깨닫는다. 기분을 어떻게 평안하게 유지할까 가 아닌, 기분이 폭락했을 때 어떻게 다시 양전 시키느냐가 나의 지구 최대의 과제가 되었다. 이것에 대해 연구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