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러나 만일 그대가 현명하고 잘 화합하며 행실이 올바르고 영민한 동반자를 얻게 되면 모든 재난을 극복할 수 있으리니, 기쁜 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걸어가라.
『숫타니파타』 중에서…
요즈음 내 생각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연애 및 결혼이라는 주제다.
서른에 가까워졌다고 전혀 조급하지는 않다. 하지만 자녀계획이 있기 때문에 아이와 나이차이가 너무 나는 건 원치 않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열리는 부모님 참관수업 때 나는 늘 우쭐했다. 그 이유는 우리 엄마가 가장 젊고 예뻤기 때문이다. 물론 객관적인 미인이셨지만 젊음의 찬란함을 그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느낄 정도였으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그래서 나는 늦기 전에 아이를 낳고 싶다. 아이를 낳기 위해선 적당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게 바로 결혼이다. 하지만 무작정 선을 봐서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다. 장기연애를 한 이후로 이제는 누군가를 새로 알아가야 하는 게 상상만 해도 벌써 지친다. 20대 초반의 풋풋한 연애; 아무것도 재고 따지지 않고 그 한 사람만을 보고 하는 사랑을 곧 30이 되는 내가 할 수 있을지 장담도 못하겠다. 솔직히 그냥 모든 절차가 귀찮다. 다 필요 없고 내 아이만 낳고 싶다. 내 인생을 전부 희생하여 사랑을 듬뿍 줄 수 있는 내 새끼 말이다. 이건 나만의 희망사항이고; 아빠 없이 자라는 아이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어디서 적당한 남편이자 아빠가 될 사람이 없을까 요리조리 찾아보지만 딱히 그럴듯한 수확은 없다. 집순이에다가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기 빨리는 스타일인 나는 직장과 집을 반복하면서도 ‘이렇게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모임이라도 나가보자!’라는 마음으로 모임을 나가면 이내 후회하고 돌아온다. 으이구 어찌 첫 숟갈에 배부를 수 있겠냐?!
어디엔가 내 짝이 있기는 할 텐데 그 사람이 나와 평생을 함께 갈 수 있는 현명한 동반자이자 수행 도반이길 희망한다. 서로의 깨달음을 위해 이끌어줄 수 있는 그런 도반. 한 명이 분별심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못하고 집착에 눈이 멀어 있을 때 옆에서 지혜로운 법문(?)을 읊어주며 다시 나를 현존으로 돌아오게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사람ㅎㅎㅎㅎㅎ
나만의 이상형 조건을 종이에 글로 써 내려가니 끝이 안보였다. 하지만 그것들의 공통점은 나와 비슷한 사람이 가진 특성들이었다. 믿을 수 없지만 그냥 나였다ㅋㅋㅋ 더도 덜도 말고 딱 나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이 세상 80억 인구 중 절반에 그 한 명이 없을까? 시행착오 없이 손가락에 묶인 빨간 실로 내 동반자를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시간과 감정낭비는 그만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싫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말처럼 인간이 하는 사랑은 대부분 집착을 만들어내기에 수행을 하려는 (나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그다지 추천할만한 일은 못된다. 하지만 이미 나는 수도 없이 사랑을 경험해 왔고 그 찬란한 순간들을 나를 넘어 나의 미래에 태어날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그중에 가족의 사랑이 가장 크다. 부모의 사랑, 우정의 사랑, 반려동물들의 사랑 등등. 충분히 지구학교에 태어나 경험해 볼만한 일이기에 나는 헤어짐을 감수하더라도 사랑을 더 경험하고프다.
나와 함께 이 지구별학교의 수업을 모두 들은 뒤 pass 하고, 나머지수업이 (없길 바라지만) 있다면 그 마저도 함께할 도반을 찾고 싶다. 없으면 덤덤히 받아들이고 무소의 뿔처럼 흔들리지 않고 나 혼자 마이웨이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