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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더 이상 찾지 않으니까

음악과 이야기 8

by 수영

음악과 이야기 8 : 허물 - 정우

싱어송라이터 정우의 2023년 발매작 '클라우드 쿠쿠 랜드' 앨범의 9번 트랙


'이대로 버리긴 아깝긴 하지만

나한테는 더 이상 맞지 않으니까

이젠 더 이상 찾지 않으니까'




이 곡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정우의 서사를 직접 들어 보기를 추천한다. 2019년 정우의 발매작 '여섯 번째 토요일' 앨범의 공교롭게도 9번째 트랙인 '여섯 번째 토요일'을 들으면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우가 버려두고 머무르게 한 것들, 해지고 녹슬어 놓아둔 낙엽 같은 잔흔들. 4년이 지나 발매한 '클라우드 쿠쿠 랜드' 앨범에서 통틀어 정우는 그것들을 마치 과감히 불태우고 소리치고 끌어당기다가 결국 내던져 버리는 듯하다.


아꼈기에 간직했고, 간직했기에 오래 해묵어 낡아버린 그 허물들을 결국 버리는 기분은 어떨까. 어쿠스틱에서 일렉으로의 음악적 변화는 단순한 장치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정우는 악곡과 가사 양면에서 그 허물을 벗어내려 하는 시도를 보였다. 그러나 가삿말처럼 애초에 그의 것이 아니었을지에 대해서는 꼭 물어보고 싶다.


하지만 이런 회의적인 시선에 그는 이미 억세게 답변을 전했다. 뭐가 되었든 이제 더 이상 찾지 않으니까.


주어가 생략된 표현이지만 아무래도 나와 세상 모두가 찾지 않을 것이라 믿는 무언가가 아닐까 생각했다. 나 자신에게 있던 어느 기억이나 잔재이지만 아무도 취급하지 않는 것, 오래 먼지 쌓진 것들.


그런 것들을 버려 낼 용기가 내게는 없었다. 왜냐하면 한때는 빛나고 사랑받던, 소중히 여기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기억은 실재보다 파장이 더 길뿐만 아니라 더 거친 울림을 가져 이따금 온 신경을 휩쓸고 지나간다. 마치 매직 아이를 보듯, 혹은 무언가에 취하기라도 한 듯이 종잡을 수 없는 과거에 빠지면 버리지 못하고 도로 서랍장 안에 집어넣어 둘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다시 찾아 꺼낼지 모른다고 믿을 것이다. 그것이 나든 나를 찾는 무언가나 누군가든. 하지만 앞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이라도 낡지 않는 것은 없다. 조금씩 닳아 가는 그런 장면들까지 사랑해 줄 수 있다면 더 없을 축복이겠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이 그것을 온전히 품어 줄 수 없다면 떠나보내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뜬금없고 끔찍한 어느 비유가 떠오른다. 인간의 세포는 끝없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대체된다고 배웠다. 그렇다면 이미 어딘가 외부로 배출되어 버렸을 나의 구성물들이 내가 아니었던 것은 아니지 않나. 그것은 나였지만 이제 내가 아니다. 다만 내가 나로 살아있게 해 준 그 모든 것들을 향한 고마움을 이 곡과 함께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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