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전히 너에게 빠져 있어

음악과 이야기 9

by 수영

음악과 이야기 9 : Still Into You - Paramore (파라모어)

보컬 헤일리 윌리엄스로 유명한 미국의 3인조 밴드 파라모어의 2013년 발매작 'Paramore' 앨범의 9번 트랙


'not a day goes by I'm into you'

하루도 빠짐없이 너에게 빠져 있어




매 순간 치열히 살아가는 모두에게.


이 곡을 듣기 전에 같은 앨범의 6번 트랙 'Ain't it Fun'과 8번 트랙 'Last Hope'를 들어 보기를 꼭 추천한다. 멤버 간 갈등과 탈퇴, 3년 이상의 공백기를 거친 이 밴드가 다시 날개를 펴기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여전히 너에게 빠져 있다는 말은 얼핏 누군가에게 전하는 고백처럼 들릴지 모른다. 정말로 그렇게 의도하고 쓰인 곡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장은 내게 보다 더 넓은 의미로 언제나 와닿았다.


앞선 곡 'Ain't it Fun'은 매번 내 뜻대로 돌아가지만은 않는 삶, 그렇기에 도리어 재밌지 않냐고 묻는다. 마치 시련과 극복의 굴곡이 만들어내는 곡선의 아름다움이라고 해야 할까. 그 롤러코스터를 타고 때로는 자조하면서도 살아가는 골계미가, 또 무엇이든 이겨내려는 비장미가 혈관을 타고 오르내리는 것이 삶이라며.


거기까지가 딱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삶은 짜릿함을 훨씬 더 넘어서 가혹할 정도로 몰아치기도 한다. 너무나 아프고 또 괴로운 어느 시기가 내게도 찾아왔었다. 마치 재료 과학에서 물체가 항복점을 지나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그런 시점처럼. 입시 생활에 미쳐 있었던 때, 할머니를 잃었을 때가 그랬다. 나는 기성의 나, 원래의 나를 되찾으려 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해 한동안 방황했다. 애초에 다시 찾을 수 없는데도 말이다. 그런 시기의 마음을 대변해 준 곡이 'Last Hope'였다.


이리저리 겨우 핸들을 꺾으면 어떻게든 나아가던 내가 더는 나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작은 불씨는 있는데 왜 제대로 타오르지 못하는 걸까. 겨우 앞으로 굴러갈 뿐. 그렇지만 작은 불씨는 살아 있다고, 조금이지만 삶은 앞으로 굴러간다고 말해 준 것이 그 곡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트랙이 'Still Into You'이다.


겨우 이십몇 년이지만 나는 내 삶에 진심이었다. 서두르다 넘어지고 소중한 것을 엎지를 때도 잘못된 선택을 할 때도 있었지만 한 순간도 대충 산 적은 없었다. 그러니 여전히 빠져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무언가 심취해 지낼 수 있게끔 이 삶을 지켜 올 가치가 정말 있었을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 곡을 두르는 한 장의 앨범이 대신 이야기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젠 더 이상 찾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