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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떠날 파티를 또 찾아가지

음악과 이야기 12

by 수영

음악과 이야기 12 : Amoeba (아메바) - Clairo (클레어)

싱어송라이터 클레어의 2021년 발매작 'Sling' 앨범의 2번 트랙


'When I know that I can't deny that I'll be here forever while

언제야 인정할까 나 평생 여기서 맴돌 거라는 걸

I show up to the party just to leave'

금방 떠날 파티를 나는 또 찾아가지




한결같은 사람이 되기가 어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꼭 사람이 매 순간 변함없이 꾸준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생각도 한다. 지우고 다시 쓰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다. 한 장씩 찢어 버려내다 못해 아예 새로운 공책으로 바꾸어 버린 일도 있다. 어쩌면 쓰고 나서 쉽게 덮어 버릴 수 있는 글처럼 인생도 그렇다면 차라리 다행이겠다.


내뱉은 말 한마디, 작은 손짓 하나가 나비의 날갯짓처럼 큰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삶.


그 사소함이 모여 만들어진 풍고풍하의 순리를 거스르는 철새 한 마리 내 머리 위에 떠오른 적이 없었다. 그것이 어쩌면 삶의 무서움을 증명하는 듯했다. 지금 오늘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기회가 온전히 주어진다면 오히려 감사해야 할 정도다. 어떤 선택을 강요당할지도, 선택이라는 환각에 빠져 스스로를 구덩이에 밀어 넣을지도 모르니까.


삶에 규칙성을 부여하는 것, 습관을 들이는 일은 그런 의미에서 선택에 순전한 정신을 들일 수 있게 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 푹 자고 푹 쉬지 않으면 어딘가 푹 잠겨 버린다. 꾸역꾸역 지면으로 고개만 겨우 내민 채 팔다리가 묻혀 있는 어느 날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억지로 몸부림쳐 힘을 빼기보다 차라리 눈을 감고 하루 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말 정도로.


그럼에도 누구에게나 평생 또 한 번은 우산이 없어 곤란해질 날이 있을 것처럼. 내 성격으로는 한 번이 아니라 셀 수 없을 정도로 잦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런 나를 안고 사는 일이 가끔 부끄럽고 또 지나쳐 괴롭기도 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음번에는 꼭 우산을 챙겨야지 하는 다짐을 하고 한동안 일기예보를 자주 챙겨 보는 것, 혹은 하다 못해 창 밖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 것이다.


다음번에는 정말 가지 않을 거야, 말하고 얼마 지나 다시 파티를 찾는 일. 그러고서 또 금방 떠나며 다음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일의 반복. 클레어의 이 곡을 들으며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본다.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후회하는 것이 삶이라고 말하며 합리화하기보다는 차라리 인정할 것이다.


마치 가출을 하고서도 얼마 지나 집에 돌아가는 어느 아이가 떠오르는 곡이다. 그런 아이를 이해하고 보다 더 사랑해 줄 수 있는 세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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