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이야기 16
음악과 이야기 16 : Swimming Pools (Drank) - Kendrick Lamar
래퍼 켄드릭 라마의 2012년 발매작 'good kid, m.A.A.d city (Deluxe)'(약자 gkmc) 앨범의 17번 트랙
'If I take another one down, I'ma drown in some poison, abusin' my limit'
내가 한 잔을 더 한다면 나는 내 한계를 넘은 독에 빠져 죽을 테지
어느 해수욕장, 뭍에서 꽤나 떨어진 깊은 물에서도 잘만 노는 사람들이 보인다. 가장 변두리에 앉아 오랫동안 담가 두다 건져 낸 발은 퉁퉁 불어 있었다. 어깨선 아래까지 몇 시간째 절여 두는 저 멀리의 신체들은 참 신기하고도 대단하다. 해파리나 독어, 혹여나 상어라도 무섭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 친구가 말했다.
너도 그러지 말고 와서 놀아.
여행을 갔을 때 숙소와 조금 떨어진 곳인데도 꽤나 취할 정도로 마신 적이 있었다. 겨우 몇 잔 마시지 않았는데도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낯선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경계심에 말을 섞지 않았을 나였지만 왜인지 몇 마디 나누고 건배를 했다.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 내 경험치를 넘어서는 그런 일탈이 나쁘지 않았다. 이상한 해방감이 돌았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생각했다.
매일 이런 기분을 느낄 수는 없겠지. 그래서는 안 되겠지.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해방 없는 해방감에는 뒤늦은 구속이 따른다고. 하루도 안 가는 그 자유를 위해 어쩌면 또 다른 자유를 포기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간의 수많은 효용과 대가의 손익 계산이 머리를 스쳤다. 술이든 일이든 무엇이든 기별이 가지 않고 미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적당히 취하는 것과 사무치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끝내 절제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비록 내가 걸어온 방식은 이와 달랐다. 어릴 때부터 아빠는 내가 무언가에 미쳐 다른 것을 잠시 제쳐 둘 때도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끝장을 보면 내가 결국 돌아오든 도가 트든 할 것이라 믿었으니까. 난 그런 편이었다. 마음 가는 대로 살았다. 그렇게 살아도 자정작용이 언제나 잘만 이루어질 것이라고 오만하게 나를 믿었으니까.
하지만 대자연도 어떤 임계를 지나면 온전히 원상태로 돌리기 어려운 것처럼 어떤 독은 내 의지로도 떼어낼 수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다. 하물며 하나의 작은 인간인 내게는 더욱. 어떻게 겨우 지워내더라도 몸에 새기는 그림처럼 흉터가 남을 것이라고.
그러니 노래 가사처럼 술로 매운 수영장 안에 뛰어들기도 해 보았던 날들이 값싸지는 않지만 그만한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치 낮은 온도에 조금씩 삶아질 바에 잠시 뜨겁게 잠긴 날들이 나았다고 위안해 본다. 그런 병 안의 자유는 영원할 수 없다. 더 기뻐할수록 더 깊이 아래로 잠긴다. 언제 더는 숨을 쉴 수 없게끔 뚜껑의 하늘이 닫히는 격이다. 켄드릭의 이 앨범은 마치 한 권의 엮임이고 나는 그중에서도 이 곡을 가장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