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이야기 17
음악과 이야기 17 : 파자마 - 원슈타인
싱어송라이터 원슈타인의 2024년 발매작 'TENT 0.3' 싱글의 1번 트랙
'내가 최고로 널 행복하게 할 사람인가'
언제 가장 실망하게 될까. 나 몰래 다른 약속에 나갈 때, 나에 관한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소홀히 여김이 느껴질 때, 아니면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보일 때? 전부 아니었다.
이성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을 때였다. 이것은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다. 마음이 식어 돌아섰다거나, 오락가락한다거나, 또 다른 마음에 넘어갔다거나 그런 것과는 상관이 없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 몰래 담배를 피워도, 혹은 바람을 피워도 정작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것들은 이끌림의 문제, 또 본성의 문제. 마치 화학반응식과 같은 감정과 본능의 작용은 내가 어찌 막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마음이 그렇다는데, 더는 내가 내키지 않는다는데, 헤어지는 것 외에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논리적 문제에 관해서는 어느 개인에 대한 회의로까지 이어졌다. 이를테면 어떤 불합리한 일이 있어도 무작정 넘겨 보라고 하는 것, A에서 B로 이어지는 회로에 굳이 C를 개입시키는 것, 피장파장을 끌어다 모면하려는 것, 또 일이 커지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고 대화 자체를 단절하는 것 등.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마치 젠가 블록의 한 가닥을 뽑아 당기듯 마음의 첨탑은 근간부터 무너져 내렸다.
이 사람의 행동이 과연 사람의 판단인가. 유인원은 아닐까. 침팬지의 어머니인 제인 구달도 아닌 내가 유인원을 사랑할 수 있을까. 어쩌지, 그런 것은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 남아 있던 정마저 뚝 떨어져 차라리 인간 대 인간으로 적합성을 겨뤄 보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다, 이것은 어쩌면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혹은 조직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딜 가나 거쳐갈 곳에 불과하며 영원한 집 같은 것은 아마 없다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내가 일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좋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불합리에 관하여 귀와 입을 다물고 또 내가 틀렸다고 말하며 옳다는 증거를 대고 반박을 해도 외면한다면 나는 거기서 끝이다. 아무리 나를 아끼고 필요하다며 감정적으로 붙잡아도 더 도움을 주기 어렵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이 재빠르지 않더라도 그들에게 충실한 사람이니까. 납득이 가지 않으면 연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랑할 수는 없다고. 차라리 잘해주지나 말지.
나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을 만났으면 한다.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겠지. 대충은 맞는 줄 알았지만 그 '대충'이 지시하는 논리적 간극이 내게는 너무 치명적이었다. 마치 동묘 구제시장의 옷처럼, 나보다 더 무던한 누군가에게는 최고일지 모르는 그곳에 원슈타인의 신보를 들으며 끝인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