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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죽지 말고 웃어 보여

음악과 이야기 20

by 수영

음악과 이야기 20 : 夢みる頃を過ぎても(꿈꿀 무렵이 지나고 나서도) - きのこ帝国(버섯제국)

일본 밴드 버섯제국의 2018년 발매작 'タイム・ラプス(타임 랩스)' 앨범의 13번 트랙


'蝶になれない蛹もいるってさ

나비가 될 수 없는 번데기도 있대

待ちわびてた旅立ちの日に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행을 나서는 날에

その羽が開かないと気づくとき

그 날개가 열리지 않음을 깨달았을 때

どんな気持ちで空を見ていたの'

어떤 기분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夢みる頃を過ぎても

꿈꿀 무렵이 지나고 나서도

屈託なく笑って見せて'

기죽지 말고 웃어 보여




이미 한 번 옐로카드를 받은 선수는 저도 모르게 위축되기 마련이다. 잘못 내디딘 첫 발에 후회하기를 여러 번. 삶의 경기는 언제나 그렇게 빠르게 궁지에 몰린 채 이리저리 쫓겨 다니는 양상에 가까웠다. 활짝 펴질 줄 알았던 날개가 나를 배신했다. 그 첫 비행에서의 추락은 너무나 쓰라렸다. 겁먹어 다시는 날지 않기로 마음먹을 뻔도 했다.


시간이 흘러 날개를 펴는 법을 어느 정도 익혔을 때 그새 절벽은 더욱이 나를 겁에 질리게 하는 법을 익혀 온 듯했다. 전보다 훨씬 높아진 벼랑 아래에는 죽음의 골이 역력히 비쳤다. 이제는 떨어져도 누가 감히 손잡아 주지 않을 것이었다.


머리 위로는 그때 받은 노란색 낙인이 힘껏 찰랑거렸다. 그때 첫 발을 잘 내디뎠다면. 용기 내어 날개를 펼 수 있었다면. 무게를 더해 가던 후회가 이윽고 나를 짓눌렀다. 수많은 하루들이 파리하게 낯빛을 잃었다. 더는 날지 못할 거야, 아마도.


하지만 반대로 내게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 노란색 딱지가 내게 건네진 것이 한 번 더 기회를 줄게 하고 말하는 세상의 따뜻함이었다면, 나는 다시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동안 날개를 펴기 위해 얼마나 많이 아파하고 또 울었던가. 그깟 노란 쪼가리가 뭐라고. 아직 나는 퇴장 신호를 듣지 못했다.


또다시 버섯제국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아침 해가 밝아오는 목전에 새로운 꿈을 꾼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기죽지 않고 웃어 보일 것이다. 늦었다고 말해도 끝난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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