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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같은 건 없었어

음악과 이야기 21

by 수영

음악과 이야기 21 : Closer - 민수

싱어송라이터 민수의 2024년 발매작 'Me, Stranger' 앨범의 11번 트랙


'Don't let the love go

난 마지막까지 사랑을 확인했던 것 같아

아아 희망은 아직도 여기 남아

나의 맘 한 구석을 건드려'


'

"Darling we love you no matter who you are"

아무 의미 없는 말들

사라지는 것들

흐려진

'




삶의 방법론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알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방법론이라고 하기 무색할 정도로 추하고 비루한 것들이다. 괴로운 날에도 앞에서는 웃어 보이는 것, 어설픈 본모습을 드러내기보다 겉치레를 잘하는 것, 정석대로 하기보다 좋은 모습을 비추고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 더욱 연습하는 것, 후회를 감수하고 사랑하기보다 먼저 사랑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것, 선택하기보다 선택을 기다리는 것, 괜히 나서지 않는 것.


실은 예전에 나는 그 반대로 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잘 웃지도, 꾸미지도, 애쓰지도, 또 괜히 선택을 고민하지도 않았다. 있는 그 모습을 사랑해 줄 거라는 따뜻해 보이는 말을 믿었다. 물론 그래도 정말 누군가에게는 무한히 사랑받았다. 품 안의 나는 어렸으니까.


그러나 세상에는 나를 감싸 안는 그런 팔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게 닿을 일 없는 무관심한 로봇 팔도 있고 힘 실어 휘둘러 나를 아프게 하는 방망이 같은 팔도 있었다. 손을 뻗으면 더욱 아프게 쳐내는 선풍기 팔. 가까이 오지 못하게 손을 젓는 팔. 그 어떤 팔들에 실컷 두들겨 맞으며 나도 모르게 내 몸의 어떤 스위치가 눌렸을까.


뒤돌아 울고서 나는 모든 면에서 달라지려 했다. 밖으로는 정원을 꾸미고, 안으로는 전등을 밝혔다. 어떤 면에서도 부족하지 않게 보이게끔 했다. 전보다 사랑받고 인정받는 듯 보였다.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두 가지 모순된 생각이 나를 둘렀다.


이렇게 해도 때로는 사랑받을 수 없었다. 누군가는 내가 가지지 못할 것을 바랐다.

이렇게까지 해서 사랑받고 싶지는 않았다. 잠시라도 멈추면 쓰러질 굴렁쇠 같았다.


욕심의 크기를 줄이면 행복해질 거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것을 줄이기 위해 드는 노력이 나를 더 불행하게 할 것 같았다.


정말 아름답고도 태초의 세상이 귀해한 것은 낮고도 초라해 보이는 것들이라지만 아무도 이런 것들에 정작 관심을 주지는 않는다. 아름다운 사람의 눈에는 진정의 아름다움이 보인다지만, 진흙 속에서 핀 진주를 굳이 누구도 찾으려 하지는 않는다. 법이 없는 곳의 자정작용은 빈약하고, 병약한 육신에서 끔찍이 우짖는 소리가 나며, 동전을 만지는 사람의 손일수록 더욱 비린내가 난다. 이러면 안 되지 않냐 세상아. 아름다움의 은혜가 절실히 드리워야 할 곳에 아름다움은 힘을 잃었지 않냐.


더러는 평생 동경만 하다가 살아간다. 누군가는 그조차 포기했을지 모른다. 마치 대홍수가 일어나 낮은 곳부터 잠기어 가는 세상. 그 속에서 내가 몰고 있는 이 한 몸뚱이의 액셀을 밟고 또 쉬기도 하다가 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되고자 애써 개조해 보려는 몸짓이 반사경에 비칠 때면, 그 모습이 애처롭기도 대견하기도 또 혐오스러워 죽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것이 삶일까. 아니면 나만의 기이한 괴로움일까.


이 노래의 가사처럼, "we love you no matter who you are"(네가 누구든 우리는 너를 사랑해)을 향한 '아무 의미 없는 말'이라는 고백. 진짜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할 만한 것들을 사랑하는 너무나도 평범한 내게 이제 사랑할 만한 것은 또 무엇이고, 사랑은 또 무엇인가. 어쩌면 사랑 같은 건 없었다는 커다란 믿음과 함께 자그마한 의심처럼 영원히 나를 두드릴 작은 희망이 겨우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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