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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스타

음악과 이야기 25

by 수영

음악과 이야기 25 : Video Killed The Radio Star - The Buggles

1979년 버글스의 발매작 'The Age of Plastic' 싱글의 1번 트랙


'You are a radio star'

당신은 라디오 스타예요



생각에 어울리는 음악이 없어 글을 쓰지 못한다느니 그런 핑계를 대고 지냈었다. 어쩌면 여태 음악을 방패 삼아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모순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자기 아닌 누군가의 이야기에 그렇게 관심이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이야기들 모두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물며 나도 휴대폰을 항상 보고 있으면서도 업무 외 연락은 대체로 잘 확인하지 않는다. 물고기 밥은 꼬박 챙기면서도 자동으로 이체되는 우편함 속 고지서는 며칠이 지나서 발견한다. 전공 책을 보는 것보다 소설을 읽는 시간이 더 긴 편이다. 신경이 닿지 않는 응달이 커지는 만큼 가끔 삶이 새파랗게 질려 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근황을 전하자면 나는 근 몇 달간 처음 접하는 공부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러면서 지인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 딱히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이랬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 기분이었다. 삶의 여러 영역에 있어 접지해 둔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낼수록 점차 그것들에 둔감해질 것을 짐작했지만 나는 어떤 생각 하나로 버텼다. 한 번 기억한 맛이라면 언젠가는 그 요리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그게 우정이든 연애든 명예든 열정이든 어쩌면 돈이든 간에 한 번 직접 만들어 맛을 보았다면 어떻게 다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결국에 어쩌면 시간이 가도록 가만히 둔다면 상해 버려서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그것은 순전히 자기 암시가 아니라 확신 비슷한 강한 믿음이었다. 이미 내비친 것들을 한번 더 증명하고자 뱃머리를 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나 아쉬운 것은 내가 글도 잠시 놓았다는 것이다. 허전한 마음은 그곳에서 왔음을 알았다. 만일 모든 것이 휩쓸려 버려서 내게 거의 남지 않아도 글을 쓸 기회가 남는다면 어떻게든 버텨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이하고 이기적인 생각을 하는 나인데도 거울을 보지 않으니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 리 없었다.


그 거울이 바로 내게 글이다. 오랫동안 정리를 하지 않아 대체로 어설픈 추레지만 그러는 간에 느낀 것이 하나 있다. 당연하지만 사람은 보통 자신이 믿는 것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때가 더 많다. 뭐가 묻었다거나 머리카락 몇 올이 꽁지처럼 솟았더라도 스스로는 눈치채기 어렵다. 보는 누군가 말해주기보다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거울을 보는 것이다. 내 모습이 얼마나 좋은지를 보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디가 조금 이상한지를 더 보기 위해서다.


이를 마치 외출 준비를 하는 셈 친다면 통틀어 글은 거울이면서도 역설적으로 세상으로 통하는 문일 것이다. 문제를 반추하는 행위 그 자체로 누군가의 사건에 개입하는 실마리가 되는 것이다. 글이 나를 비추어 닦게끔 하는데 그 비추어 닦는 모습이 동시에 세상에 보이는 격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문득 어울리는 노래 하나가 떠올랐다. 우리는 모두 라디오 스타가 아닐까. 모두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 비디오가 도래한 세상에서 더 정교하고 거센 펀치를 날려야 하는 도전자의 입장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Yonige'의 'walk walk'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すべてが魅力に溢れているこの時代に(모든 것이 매력으로 넘치는 이 시대에)' 사는 나는 계속 걸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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