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닮지 않았어

음악과 이야기 27

by 수영

음악과 이야기 27 : モノマネ(흉내) - クリープハイプ(크리프하이프)

일본 밴드 크리프하이프의 2020년 발매작 'モノマネ' 디지털 싱글 트랙


'いつもとおんなじ道を歩いていつもとおんなじ空を見る

항상 같은 길을 걷고 항상 같은 하늘을 봐

同じキーホルダーをつけた鍵は何から何までそっくりだった

같은 키홀더를 단 열쇠는 하나부터 열까지 꼭 닮았어

おんなじ家に帰る幸せおんなじテレビで笑う幸せ

같은 집으로 귀가하는 행복, 같이 TV를 보고 웃는 행복,

このモノマネ全然似てないね下手だって馬鹿にしてたけど

"(TV에 나오는) 이 흉내 전혀 안 닮았잖아." 서툴다고 바보 취급 했지만


似てないのはもしかしたらひょっとしたらひょっとした

닮지 않은 건 혹시 어쩌면 어쩌면

あの時あなたは泣いてたのに何も知らないあたしはただ笑ってた

그때 너는 울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그저 웃고 있었어


全然似てない今更泣いても酷いモノマネだな'

전혀 안 닮았어 이제 와서 울어봤자 지독한 흉내지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억은 파편으로나마 꼭 쥐어 두는 편이다. 언제라도 본보기로 삼기 위해, 비슷한 실수를 두 번 반복하더라도 세 번째에서는 막아 보려는 생각을 하고 네 번째에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게끔, 삶을 관장하는 판관이 있다면 그에게 미련하게 전부 바치더라도 끼니 몇 주걱 정도는 동냥해 얻기 위해서다. 그래야 짐승보다는 사람에 가깝게 발전하고, 적어도 연명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남긴 기억 중 어느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어떤 유명하지 않은 가수를 똑같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즐겨 가는 여행지도, 기억에 남는 영화도, 심지어 성격까지도 닮았다. 오, 정말 우연이 아닌가. 신기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는지 우리는 서로에게 금세 빠져 들었다. 나와 닮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특이한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끝에서 나는 질문했다. 우리는 정말 닮았던 것일까. 우리가 그 가수를 좋아하는 이유, 그곳을 좋아한 배경, 어떤 영화 속 장면과 그 감정선까지 같았던 것은 아니었다.


하물며 계이름과 다이내믹(포르테, 피아노 같은 강약과 연주 기법)이 표시된 똑같은 악보를 봐도 연주자에 따라, 감상자에 따라 연주하고 느끼는 것이 전부 다를 수 있는데도 나는 마치 어떤 파일의 복제본처럼 내 감상을 그에게 덮어쓰기 했다. 두 파일은 살아온 길도, 배경도 전부 조금씩은 다른 별개의 파일인데도. 꽤나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인지했다면 우리는 만날 일 없이 비껴 지나갔겠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맞닿았고 또 충돌했다. 어쩌면 누군가와 내가 닮았다고만 생각하면서는 결국 다름을 깨달을 수밖에 없는 미완의 역설인 셈이었다.


내 마음에 잠긴 그 역설이 언제쯤 자리를 비워 줄지 생각했다. 다른 것과는 언제나 거리가 있고, 닮은 것이 아니면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그렇지만 또 완전히 닮은 것은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결국 나는 나로 혼자 사는 편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성향이 정말 다른 부모님을 보면 어떻게 만나셨을까. 또 그런 다름을 인정하고 누군가와 어울려 사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지만 평생 함께 할 짝을 찾는 것은 아직 내게 불가능한 과제이다. 그것이 그저 시기의 문제인지, 성숙의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것을 알면서도 다들 이해해 보고 안되면 부딪히고 이기고 또 지면서 살아가고 그렇게 나도 태어난 것인지.


경제적인 부분은 차치하고서도 왜 나이가 들수록 결혼이 어려울까 생각해 보았다. 내 미래를 두고 예상해 보았다. 내가 세상을 보는 안목과 자아는 점점 두터워져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이미 늘어난 상태일 것이다. 그 높아진 기준을 전부 만족하는 상대를 만나기는 어렵고, 결국 정말 운이 좋아 어느 정도 부합하는 상대를 만나거나 아니면 마음을 적당히 내려놓거나 그런 쪽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뭐, 꼭 결혼과 운명의 상대가 동치되는 단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결혼을 예시로 둔 것은 사실 오류에 가까울 것이다. 또, 나와 정말 닮은 누군가를 찾기 위해 내가 그처럼 행동을 흉내 낼 필요도 없으며 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마지막 남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나와 꼭 맞는 상대를 찾는 것은 허상이 아닐까. 애초부터 그런 것은 없었다고. 아니 어디에는 있을지 싶다. 그렇지만 이것은 '이번 생에 만나기는 글렀다'라든지 허탈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와 똑 닮은 상대를 바라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기대라는 의심이다. '적당히 맞는 부분도 다른 부분도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 다른 부분이 서로에게 허락될 정도라면, 맞춰 갈 수 있다면...' 이런 접근을 하는 편이 보다 현실적인 기대일 것이다.


그러니 낭만과 현실의 어느 자락에서 줄타기를 하다가 다치거나 내려오거나 선택할 재주꾼의 숙명처럼, 내게 주어질 미래와 그에 대한 참조 문헌이 될 과거에 관해 생각하게끔 하는 이런 노래가 좋다. 크리프하이프의 색채는 낭만으로 가득하다. 현실로 떨어질 것만 같은 나를 계속 붙드는 그 찢어지는 서투른 고음이 정말 좋다. 마치 어설프게나마 어린애 흉내를 내다 보면 정말 어린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무것도 따지지 않은 채 마음껏 사랑하고 미워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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