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이야기 28
음악과 이야기 28 : Letter To Myself - 태연
가수 태연의 2024년 발매작 'Letter To Myself' EP의 1번 타이틀 트랙
'I wrote a letter to myself'
'그 어떤 말보다
널 잃지 않았으면 해'
세상과 마찰 없이 안전하게 접지할 수 있을까. 아무런 스파크 없이, 그렇다고 날개를 영영 접을 필요도 없이. 그것은 오랜 고민이었다. 필요할 때 잠시 날개를 접는 시늉을 하더라도 나대로 나는 법은 잃지 않고 싶었다.
나는 그것을 언젠가부터 완전한 부적응이라 부르기로 했다.
부적응이라 한다면 일반적으로 적응이 미흡한 상태 혹은 과도기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어떤 때에는 그 부적응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늘을 누비던 동물이 해변의 환경에 적응해 버리면 그 본질까지 변하고 만다. 더는 높이 날아오를 명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본질이 사라진 삶은 어떤 모습일까. 삶의 본질 같은 것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 가정 자체로 삶은 이미 기대한 것과 다른 형태를 띨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나와 결이 다르다고 느끼는 환경에 어쩔 수 없이 머무른 때가 빈번히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 완전히 적응하기는 곧 내 영혼을 파는 일이었고, 또 그 길의 끝에는 어느 시련의 보상처럼 꼭 얻어야 할 것이 있었다. 일순 도망쳐 버리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 걸어야 할 길, 다시 마주쳐야 하는 사람과 시련들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러니 이것뿐이었다. 완전하게 부적응하기. 겉으로는 분위기를 따르는 듯하면서도 마음의 소리의 볼륨을 최대로 키우기. 그러면서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심실을 두르는 벽은 두껍게 세웠다. 괜히 낌새를 들켜 기분 나쁜 이방인으로 몰리기는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불편한 괴리는 자꾸 안을 찔렀다. 왜 본연의 나는 이런 시시덕거림, 이런 위계, 이런 체계, 이런 관습, 또 이런 농담에 어울리기를 싫어하는 것일까. 아니, 나는 누구보다도 감각이 뛰어난 여우라서 마음먹으면 그들보다 더 교묘하게 장단에 잘 맞출 수 있는데. 그러기가 참 죽기보다 싫다는 생각이 자조적으로 드는 것일까. 어쩌면 내 오만함이다. 아직 내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아직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그런 비관을 하고 있자면 세상을 더 살아갈 수 없다. 여전히 아름답다고 믿는 분(分)만큼 마음 다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편함이 있더라도 완전한 부적응이 나를 지켰음은 틀림없다. 이 곡을 들으면 나를 잃지 않기 위해 했던 수많은 저항이 떠오른다. 그 저항이 누가 보기에 무의미하고 순 억지 투성이에 참 힘들게 산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라 하더라도. 내게는 그 '힘들게'와 '산다'는 분절할 수 없는 하나의 어절로 존재했다. 결코 삶이 힘들다는 뜻이 아니라 힘들게 지키지 않았다면 살아도 삶이 아니었을 것이란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