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이야기 29
음악과 이야기 29 : L.I.B - Chilli Beans.
일본 밴드 Chilli Beans.의 2022년 발매작 'Chilli Beans.' 앨범의 8번 트랙
'破壊的?感傷的?パーソナリティ
파괴적? 감상적? 성격
見ないふりしてくれたら結構
못 본 척해줬으면 좋겠어
WAKE UP
깨어나
どっちでもいい
어느 쪽이든 좋아
深掘りだけはNG'
깊이 파는 것만은 NG
'Life is business'
삶은 비즈니스야
밴드 칠리 빈스의 노래를 처음 접한 것은 23년도 말이었다. 처음 들은 곡은 아마도 가수 vaundy가 참여한 'rose'라는 곡이었던 것 같다. 이후 다른 곡들을 들었는데 거의 모든 곡이 마음에 들어 언젠가 꼭 더 유명해질 것이라 생각했었다. 곡마다 가지는 분위기가 상이하고 주제도 다양하다. 'raise'나 'See C Love'처럼 웅장한 곡, 'doll'이나 'アンドロン'처럼 몽환적인 곡도 있고, 'HAPPY END'나 'you n me'처럼 통통 튀는 곡도 있다. 하지만 그런 온도감이 곡마다 미묘한 차이를 보여 꽤 넓은 스펙트럼을 띤다. 보컬의 성향이 여느 밴드처럼 감정을 담아 높이 지르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곡 전반이 지루하지 않게 멜로디 라인을 아주 잘 짜는 느낌을 받았다. 언젠가 하나를 꼽아 적어 보리라 생각했는데 밴드의 정체성이 잘 함축된 듯한 이 곡으로 정했다.
언제 유기체의 삶이 하나의 커다란 극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짜인 대본 같은 것을 받은 기억은 물론 없다. 하지만 성장의 대가로 우리는 점차 각자의 역할에 익숙해진다. 대체로 학습된 지식이라든지 경험이라든지, 우리는 어떤 것을 투입했을 때 어떤 결괏값이 도출되는지를 큰 틀에서 예상할 수 있다. 무의식 속에서 가설을 세워 알게 모르게 실험, 아니 경험을 하든, 반대로 귀납적으로 부딪히며 깨닫든 간에 큰 틀에서 어떤 경향성을 도출해 내재화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진리로 받들고, 또 다른 이는 지식화해서 서재에 꽂아 둔다. 또 아무개는 그것을 감이라 부르고, 또 더러는 무엇이라 부를 생각 않고 어딘가에 장기처럼 붙여 두며 저도 모르게 꺼내 쓴다. 자신도 모르게 다들 최적의 선택을 하려 하고, 또 더 나은 선택이 있지 않을까 후회를 하기도 한다. 저마다 자신에게 있는 그 무언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 마법의 지침서를 나는 감히 대본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 삶의 대본을 받들고 한번 읽어보자 하니, 어떤 때는 주인공처럼 극을 쥐고 흔들 때도 있고 또 생판 얼간이 연기를 하게 될 때도 있다. 그런데 말이다. 그게 대본이라면 그렇게까지 억울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떠올랐다. 자신마저 속을 메소드 바보 연기를 한 다음날, 이미 치른 배역을 또다시 되풀이할 일은 없을 텐데 그 대사를 다시 읊조릴 필요는 없지 않냐고. 또 극을 쥐고 흔드는 역할도 영원하지는 않다. 그럴 수 있을 때 충실해 두기로, 연기를 하는 그 순간에만 몰입하기로. 컷 사인이 떨어진 이후에는 너무 깊이 팔 필요 없는 셈이 아닐까 생각했다.
삶을 비즈니스라 생각하는 것은 마치 삶을 하나의 극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비즈니스니까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어쩔 수 없이, 웃어 보이며, 혹은 너무 정중하게 대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당한 그 역할에 몰입하되 너무 두고두고 생각은 말기로. 그러면 어느 쪽으로 흘러가는 극이든 꽤나 즐겁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