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이야기 30 - 아이묭 10부작 서론 / 제1부
음악과 이야기 30 : 3636 - あいみょん (아이묭)
싱어송라이터 아이묭의 2022년 발매작 '瞳へ落ちるよレコード(눈동자에 떨어지는 레코드)' 앨범의 6번 트랙
'嫌になったの?'
싫어졌어?
'飽きてしまったの?'
질려버린 거야?
'幸せの味付けを調べてみたんだけど
행복의 맛을 내는 법을 찾아봤는데
それぞれの"さじ"加減らしいからさ'
각자의 손어림인 것 같더라
'あなたが固く閉ざした
당신이 굳게 닫은
その心簡単には開かないのです'
그 마음 간단히는 열리지 않는 거죠
'私が固く閉ざした
내가 굳게 닫은
その扉簡単には開かないのです'
그 문은 간단히 열리지 않는 거죠
어디선가 이런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람은 죽음보다도 모든 것을 잃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고. 왜인지 더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 되려 무섭다는 말이 연상되었다. 어쩌면 상실 그 자체보다 그 상실이 남기는 무력감과 지속되는 공허함이 사람을 한계로 몰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이 노래를 즐겨 들었던 어느 여름날을 아직 기억한다. 꽤나 소중한 것이 있었다. 간단한 아침 인사와 저녁 인사 만으로도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 여름 장마에도 우리는 문을 잠그지 않았다. 돌연히 내리는 비에도 언제든 드나들 수 있는 수로를 뚫어 놓은 셈이었다. 마음껏 흘러내릴 수 있게, 숨 막혀 차오르지 않게, 우리에게는 그런 전용로가 있었다.
마음껏 넘나들던 그 문이 닫혔을 때 갈 길을 잃은 빗방울은 도로 위를 부유했다. 다른 것들이 지나는 길까지 물이 차올라 완전히 막혀 버렸다. 당장 발밑에 무엇이 있을지 어디로 내디뎌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볕이 떠올라 물이 빠지고도 가장 두려웠던 것은 이를 복구하는 작업이었다. 솟아오른 둔덕에 수문은 단단히 가로막혔다. 다시 처음부터 할 수 있을까. 소중한 무언가를 또 찾을 수 있을까. 그저 설의적인 물음일 뿐이었다.
그럴 수 없다고 속으로는 굳게 믿고 있었다. 이미 익숙해진 목소리와 말버릇, 나에게만 의미 있는 숫자들과 차곡히 쌓인 고유명사들, 비밀스러운 수신호와 소울푸드, 고민들. 그 방대한 데이터가 정말 한순간에 쓰레기가 되어도 되는 걸까. 더는 이름을 매기고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 너무나도 두려워질 것만 같았다. 금전적인 요소는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그보다 시간이, 더욱이 이미 써버린 마음이, 그리고 다시 봄이 와도 더는 온전히 내어줄 수 없는 선명한 금이 그어진 내 믿음이 아까웠다.
마음이란 어째서 열리기는 이토록 어려운데 닫히기는 너무나도 쉬운 것일까. 또 쉽게 질려버리는 것일까. 그럴 것이면 처음부터 열지를 말지. 이런 수많은 회의는 이제 덧없다. 어느 때의 기억은 그저 한때의 기억을 담은 함에 잠긴 채 앞으로도 어딘가에 묻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열리기 어렵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면, 그렇게 잠시간 열린 만큼은 아쉽지 않게 만끽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남루하지만 그렇게 정립한 가치관이 있다. 끝없는 고통 속에 계절처럼 짧은 행복이 드리우는 것이 삶이고, 역설적으로 그 짧은 계절을 위해서는 고통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섬세한 힘을 지켜야 한다는 믿음이다. 전부 꽁꽁 닫혀 있어 보이지 않더라도 그 속에 담긴 양의 모습을 떠올려 보기로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일본 싱어송라이터 아이묭이 처음으로 내한을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티켓값이 얼마든 여태 그에게 받는 위로와 영감을 합산하면 백만 원이더라도 갈 생각이 있었다. 문제는 4월 말쯤 나에겐 중요한 일정이 있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몇 년 동안 사랑한 아티스트가 와도 못 갈 정도인지는 다들 모를 것이다. 하지만 작년에 일본인 친구로부터 로치케 사이트를 통해서 현지에서 열리는 아이묭 투어에 응모하는 법이라든지 이것저것 들은 것들이 있다. 너무나도 아쉽지만 그 덕분에 언제든 일본에서 콘서트를 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아이묭의 노래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하고픈 이야기가 정말 많아서 줄곧 아끼고 있었다. 음악과 이야기에서 이것까지 꺼낼 정도면 더 하고픈 이야기가 있긴 할까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콘서트도 못 가게 된 참에 오랜 회포를 풀고자 아이묭 10부작을 써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오랜 과거에서부터 그의 음악이 발매된 전철을 밟아 가며 써도 좋겠지만 일단 머릿속 영감이 정리되는 대로 마구 써내려 보기로 했다.
어느 순간 한참 거대해진 아이묭. 이미 너무 유명해져서 내가 그를 언제부터 알았고, 얼마나 잘 알고 또 좋아하고 이런 것들을 더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물론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자면 정말이지 리스닝 파티를 여는 것만으로도 밤이 짧게 느껴질 것이다.
아이묭이라는 가수를 사랑하는 이유를 하나만 꼽자면 이것이다. 여느 창작자가 그렇듯 아무리 수작과 명작을 쏟아 내는 재능을 지녔더라도 영감을 왕창 쏟아내다 보면 크게 소진하기 마련이다. 나는 어느 순간 아이묭이 그 반열에 오른 것을 포착했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고민하고 토해내고 또 이야기를 써내려는 흔적을 보였다. 짧게 스포일러를 하자면 2020년에 'さよならの今日に(안녕을 말하는 오늘에)'를 발매한 시점이 분수령이었다고 생각한다.
끝내 아이묭 10부작에 담을 곡을 추리고 추리는 과정은 꽤나 힘들었다. 처음에는 5부작으로 하려고 했는데 몇 가지 애정하는 곡들을 제외하려니 아쉬움이 남을 듯하였다. 그렇게 곡의 색채와 주제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열 개의 곡을 정했다.
1. 3636 (2022, 정규 4집 '瞳へ落ちるよレコード' 8번 트랙)
2. ふたりの世界(두 사람의 세계) (2017, 정규 1집 '青春のエキサイトメント' 5번 트랙)
3. 分かってくれよ(이해해 줘) (2015, EP 1집 'tamago' 2번 트랙)
4. ほろ酔い(거나함) (2015, EP 2집 '憎まれっ子世に憚る' 7번 트랙)
5. 君はロックを聴かない(너는 록을 듣지 않아) (2017, 싱글 3집 '君はロックを聴かない' 타이틀 트랙)
6. 恋をしたから(사랑을 했으니까) (2019, 정규 3집 '瞬間的シックスセンス' 7번 트랙)
7. さよならの今日に(이별의 오늘에) (2020, 디지털 싱글 1집 'さよならの今日に' 타이틀 트랙)
8. 風のささやき(바람의 속삭임) (2017, 정규 1집 '青春のエキサイトメント' 8번 트랙)
9. 夜行バス(야행버스) (2015, EP 1집 'tamago' 5번 트랙)
10. 駅前喫茶ポプラ(역 앞 카페 포플라) (2024, 정규 5집 '猫にジェラシー' 4번 트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