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이야기 6
음악과 이야기 6 : Empty Spot (feat. Thama) - 쿤디판다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래퍼 쿤디판다의 2021년 발매작 'The Spoiled Child : 균' 앨범의 9번 트랙
'이 공허가 만약 나 숨 쉬는 동안
어느 조각으로도 완성 못할 퍼즐인 걸까 봐'
내게 꼭 맞는 어느 한 조각을 찾을 수 있을까. 누구는 사랑이든 사람이든 맞춰 가는 것이라 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있는 그대로 하나가 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러나 그 실현 불가능한 일을 가능함으로 둔갑시키는 일에는 수많은 노력이 수반한다. 마치 부모가 자식의 길을 알게 모르게 받쳐 키우는 일처럼. 자식은 그 부모의 노력을 쉽게 알지 못할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심지어 부모가 자식의 곁을 떠나고 나서 한동안이 지나도 모를 수 있다. 그보다 쉽게 떼어지는 것이 피가 섞인 부모자식 관계도 아닌 사람이고 사랑일 터인데.
자유연애의 개벽 이전, 혹은 여명기에 사랑은 계약이자 도리이자 정이었을 것이다. 미워도 내 사람, 고와도 내 사람. 오히려 내 사람이기에 그의 어떤 면이든 사랑으로 감싸 안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지금의 사랑은 마치 인스턴트 같다. 외모, 취향, 흥미, 조건, MBTI. 사람은 규격화되고 수치화되며 그렇기에 마치 어느 부품처럼 쉽게 측정되고 대체된다. 마치 비슷비슷한 인상의 증명사진과 이력이 적힌 서류를 훑는 면접관처럼. 더 이상 사랑은 서약이 아니라 가벼운 제안에 불과해 보인다. 그런 가벼운 제안들을 검토하며 누군가를 뽑는 일처럼 사랑을 해서 무슨 의미나 진척이 있을까. 어느 순간 나는 그런 회의론에 잠겼다.
연애란 무의미한 것이야. 결국에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 줄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을 거야.
모난 내 팔다리와 옆구리를 보며 생각했다. 퍼즐이라면 나는 어느 액자에도 들어갈 수 없을 거라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더욱 생각이 공고해졌다. 모난 면을 투박한 솜씨로 자르고 다듬으면 뭉툭해지거나 날카로워지겠지. 결국 나를 잃거나 남을 다치게 하거나 어느 쪽이든 선택하라는 듯이.
그러는 나는 내게 꼭 맞는 어느 한 조각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적당히 나의 꼴을 바꾸는 편이 나을까. 토마시와 테레시, 사비나와 프란츠. 어떤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 쿤디판다의 이 곡을 들을 때면 제자리걸음인지 춤인지 모를 어떤 몸짓, 동이 뜨기 전 도시 풍경, 또 아침처럼 나타날 새로운 만남이 울적하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