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얘기에 왜 자꾸 블록체인 얘기가 나올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듯 웹은 다른 학문이나 기술에 비해 유독 빠르게 진화해 왔습니다. 그래서 역사가 약 30년이 채 되지 않음에도 큼직한 패러다임이 두 번이나 바뀌었죠. 웹의 과거와 미래를 분석하는 사람들은 그 분기점들을 기준으로 웹을 1.0, 2.0, 그리고 3.0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러한 웹의 역사를 가볍게 훑어보며 시기별 특징은 어떻게 되는지, 또 요즘 뜨거운 이슈인 웹 3.0과 블록체인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990년에 웹이 세상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우리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고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넷스케이프, 인터넷 익스플로러 같은 1세대 웹 브라우저가 탄생하고 구글, 야후 같은 검색 포털이 유행했으며 이베이, 아마존 등 온라인 커머스 서비스도 처음으로 등장했죠. 웹이 탄생한 1990년부터 웹 2.0이 유행하기 전인 약 2004년까지의 이 구간을 우리는 웹 1.0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웹 1.0 시대에서 대부분의 유저들은 정보를 단순히 소비하기만 했습니다. 그들에게 웹은 뉴스, 논문 등 궁금한 키워드를 찾아서 읽거나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는 공간 정도였고 정보 공급자와 소비자의 역할 역시 엄격히 구분되었죠. 따라서 이 당시의 웹은 읽기 전용(Read Only)의 기능이 가장 컸습니다.
그러던 중 2004년 전후로 페이스북과 유튜브 같은 플랫폼 서비스들이 등장하며 웹 시장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단방향으로만 소통이 이루어지던 웹 1.0과 달리 양방향 소통이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페이스북을 한 번 볼까요? 우리는 친구들의 게시글을 읽는 소비자임과 동시에 글을 작성해 올릴 수 있는 생산자 또한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존 웹이 갖고 있던 기능인 ‘읽기(Read)’에 ‘쓰기(Write)’의 개념을 더한 것이 웹 2.0입니다.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 글로벌 숏폼 비디오 플랫폼인 틱톡(TicTok) 또한 웹 2.0에 속한 서비스입니다. 이들 모두 생산자가 즉 공급자가 될 수 있는 참여형 구조를 띠고 있죠.
여기서 잠깐 가정을 하나 해봅시다. 만약 여러분이 유튜브에 귀여운 고양이 영상을 올렸다고 생각을 해볼게요. 이때 그 고양이 유튜브 영상은 온전히 여러분의 소유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맞다고 생각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영상의 데이터는 결국 유튜브 서버실 안에 들어 있을 테고, 만약 데이터를 보관하는 유튜브 서버 보안에 문제가 생기거나 서비스 자체를 종료하게 되면 해당 영상 또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라지게 될 테니까요.
이처럼 웹 1.0과 웹 2.0에 등장한 서비스들은 그 안에서 탄생한 모든 데이터를 중앙화 된 서버에서 관리하고 있어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는 모두 기업이 소유하며 이를 활용한 이익 역시 기업이 독점한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개개인이 검색한 키워드를 기반으로 맞춤 광고를 제공해 이익을 얻는 것처럼요.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기업과 플랫폼이 독점하고 있는 데이터를 진짜 소유자인 사용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를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야흐로 웹 3.0의 등장인 거죠.
사실 웹 3.0이 갑자기 생긴 개념은 아닙니다. 구글 트렌드의 지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본래 웹 3.0은 2000년대부터 차세대 웹을 가리키는 용어로 꾸준히 거론되었습니다.
그리고 초기의 웹 3.0은 주로 시맨틱 웹(Semantic Web)을 의미했습니다.
시맨틱 웹이란 웹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가 1998년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컴퓨터가 단어, 문장의 뜻을 이해하고 논리적인 추론을 하는 웹 기술을 가리킵니다. 마치 지금의 인공지능처럼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아도 알아서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맞춤형 웹으로 당시 많은 사람들이 차세대 웹의 핵심 기술로 생각하고 있었죠.
다만 오늘날, 그러니까 2020년대에 큰 이슈가 되었던 웹 3.0은 이러한 시맨틱 웹에서 더 나아가 데이터의 분산화, 즉 ‘탈중앙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탈중앙화란 데이터를 일부 기업이나 플랫폼이 독점하는 현상에서 벗어난다는 뜻으로, 웹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데이터와 그로 인해 파생된 재정적 보상을 개인이 온전히 소유해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일반 사용자들이 가져오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다만 이야기만 들었을 땐 좋아 보이는데, 현실적으로 이 방식이 가능할까요?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블록체인은 간단히 얘기하면 데이터를 기록한 장부를 데이터를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기술로, 데이터를 만드는 데 기여한 사람들끼리 정보를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마치 보물 상자를 여는 키를 부분적으로 잘라 나눠 갖는 것처럼요. 이렇게 데이터를 분산 저장할 수 있게 되며 막연했던 웹 3.0의 실현 가능성을 높였고, 더불어 위변조를 위해서는 정보를 가져간 사람 중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에 해킹 등 외부 위험으로부터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웹 3.0 사례라고 불리는 서비스들은 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대표적으로 미디어 플랫폼인 스팀잇(steemit), 광고나 추적기를 차단해 보안을 강화한 브라우저 브레이브(Brave) 등이 있습니다.
더불어 오늘날 떠오르고 있는 NFT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사례입니다.
NFT란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의미하며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인증하는 일종의 인증서 역할을 합니다. 이전까지는 특정 콘텐츠가 누구의 것이라고 인증할 만한 요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원작자나 소유자를 확인하기 어려웠는데, NFT를 이용하면 이 콘텐츠는 누구의 것이라는 딱지가 붙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해당 콘텐츠를 복사해 가져 가더라도 소유권은 단 한 명에게 있는 거죠.
그리고 이 NFT를 거래하거나 활용하는 플랫폼도 늘어나며 웹 3.0의 시작을 함께 알리고 있습니다.
다만 웹 3.0은 아직 그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갑론을박도 활발히 이어지는 중입니다. 가령 테슬라의 주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본인의 트위터에서 “웹 3.0은 실체가 없는 마케팅 용어”라고 지적한 것처럼 웹 3.0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으며 블록체인이나 NFT 등을 이용해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죠.
이처럼 아직 시작했는지 조차 불분명한 웹 3.0이지만 단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건 웹 2.0이 우리의 삶의 형태를 완전히 뒤바꿔 놓은 것처럼 앞으로 나타날 웹 3.0 또한 또 한 번 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란 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웹 1.0부터 3.0까지 웹의 굵직한 변화를 훑어봤습니다. 저도 웹 3.0에 대해서는 이번 시간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데이터를 소유한다는 개념이 아직은 영 생소해 어떤 형태로 우리의 일상에 다가올지 기대가 되네요. 그럼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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