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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밍 Dec 29. 2018

하지 않으면 고민도 없다

하다 보면 나아진다

'일단 뭐라도 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해보지 않으면 나의 부족함을 알 일도 없고, 그러니 걱정이나 고민할 일도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더 잘하게 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1주일에 글 하나도 써내지 못하지만, 이 브런치라도 하지 않았으면 '글쓰기'에 대한 고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밀 일기장처럼 써오던 블로그가 있다. 9년쯤 된 구글 블로그스팟인데, 지난 몇 년간은 '한 해 돌아보기' 용으로 일 년에 글을 하나씩만 올리는 수준이었다. 거기에 글을 쓰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무언가 기록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혹은 어떤 깨달음이 있을 때, 정말 의식의 흐름에 따라 마음의 소리를 배설하듯 쏟아내었기 때문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난 뒤부터는 부쩍 글쓰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일기에 불과한 글인데도, 누군가 읽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래 봐야 몇십 명 수준이겠다만) 뭔가 더 멋지고 근사한 걸 써야 할 것 같아서다. '이 이야기를 써봐야지!'하고 '작가의 서랍'에 담아둔 글감이 열개가 넘지만, 막상 쓰려고 랩탑을 열면 깜빡거리는 커서만 바라보고 있게 된다. 좋은 글이란 결국 좋은 생각 혹은 태도이고, 좋은 생각은 내가 괜찮은 사람일 때에 가능한 것이니까, 정리하자면, 내가 괜찮은 사람이 아닌데 내 글이 좋을 수 있을까, 뭐 이런 식으로 귀결된다. '이런 건 그냥 내 일기장에나 적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쓰다 지워버린 글도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고민은 '하지 않았으면 안 해도 될 고민'이었을 것이다. 일단 시작하니까 고민하게 되고 욕심을 부리게 된다. 조금은 긍정적인 신호로 봐도 좋을 것이다. 나에게 글쓰기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러운 활동이었고, 특별히 욕심을 둔 적도 없었다. 가끔 누군가가 칭찬해주거나 상금이 걸린 공모전에서 수상하면 '앗싸' 하고 '으쓱'하면 그만인 수준이었다. 그러니 '쓰기'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잘 쓰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된 건 꽤 고무적인 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쓰는지 살펴보고, '와 좋다'라고 생각되는 다른 작가들의 글이 있으면 '라이킷' 버튼을 누르며 무언의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아주 가끔 있는 일이지만) 누군가 내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더 칭찬받고 싶고 응원받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부지런히 쓰는 수밖에 없다. 하지 않으면, 당연히 더 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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