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로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좋은 사람이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겠지만, 무리하면서 애쓰는 모습이 필사적이라고 느껴지면 좀 서글프기까지 하다.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 혹은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될 수 있고, 그러길 언제나 바라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유용함'으로 가능해지는 것일까. 자기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 누군가 좋아할 만한 행동으로, 혹은 누군가 필요로 하는 어떤 기능으로 스스로를 과시하고 증명해내려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래서 위태롭다. 이들을 지켜보는 내 마음도 조마조마하다. 가만히 어깨를 두드리며, 넓거나 좁은 등판을 쓰다듬으며, 말없이 끄덕여주고 싶다가도, 내가 무슨 주제로 그들의 마음을 짐작하나, 이것 역시 오만한 나의 판단이다, 싶어서. 그냥 "덕분에"라는 3음절을 그들의 이름 앞에 붙이기로 한다. 너의 노력과 쓸모가 아니라 그저 너라는 사람만으로도, 그 덕분으로도 괜찮다는 마음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