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시작하며 썼던 글을 찾아봤다. 기본적인 것들을 잘 해내고 싶다,고 썼다. 나를 위한 요리를 하고, 잘 자고, 꾸준히 운동하자고. 그리고 겨울이 지나기 전에 출판물을 하나 만들자,고 2019년 1월의 1일의 내가 썼다.
일상을 잘 살아낸 한해였다,고 2019년 12월 31일에 쓴다. 올 해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건 그런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그 시간을 통과한 일관성, 일정한 삶의 파동이다. 가끔은 게으르고 무기력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루틴을 잘 지켰다. 즐겁고 설레는 일도 많았고, 곁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올해 가장 잘한 일, 자랑하고 싶은 일은 필라테스를 꾸준히 한 것이다. 출장 때문에 한 달 정도 빠진 적이 있긴 하지만 1월부터 12월까지 계절이 한 바퀴를 돌 때까지 그만두지 않았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운동이라는 걸 꾸준히 한 건 내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다. 20대 때는 정신력으로 해내던 일들을 더 이상 육체가 따라가지 못한다고 느껴서 '살려고' 시작했다. 인바디 같은 걸 재보진 않았지만 체력이 좋아진 걸 몸으로 느낀다. 10월-11월 동안 비행기를 세 번 타고 해외에 1달을 나가 있었는데도 몸이 잘 버티는 걸 경험하며 감개무량했다. 출장 다녀오면 항상 크게 앓았었는데 이번엔 쌩쌩해서 '나 왜 이러지?' 싶을 정도. 내년에도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이 외에도 내년에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은 많다. 식물 돌보기, 케일 셀러리 주스 만들어 먹기, 집에 친구들 불러서 맛있는 거 해 먹기, 도시락 싸다니기 등등 (앗 왜 다 먹는 얘기뿐이지...). 물론 글쓰기도 있다. 게으르더라도, 가느다란 끈을 놓지 않고 띄엄띄엄 써나가고 싶다. 뭐가 됐든.
새롭게 하고 싶은 건, '스펙트럼으로 생각하기'다. 나는 뭐든 분명한 걸 좋아하는 편이라, 관계에서 누군가의 감정이나 입장이나 의견이 0에서 10 사이의 스펙트럼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잊고, 0인지 10인지 선택하라고 다그치곤 한다. 언제나 입은 '그래 그럴 수 있지'라고 하면서도 머리는 모든 걸 무 자르듯 흑백으로 나누고 싶어 한다. 한 살 더 먹은 기념으로 흑과 백 사이에 펼쳐진 그라데이션을 좀 보려고 한다. 색 팔레트의 촘촘한 명도 차이를 알아채고 기억하고 기록하고 싶다. 좀 복잡할 순 있어도 그게 더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