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독일
작은 도시 예나에 뭐가 있을까?
Windknollen(빈드크놀렌?!)이라는 야트막한 산이 있는 공원에 가는 건 어떻냐는 선배의 제안에, 등산을 좋아하는 나는 대번에 찬성하였다. 예나 중앙 광장에서 시작해 자그만 골목길을 통해 조금씩 가팔라지는 길을 따라 걸으니 어느새 집과 나무가 조그맣게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솔길. 그동안 큰 도시와 사람들에 지쳐있던 내게 선물같이 이 길이 등장했다. 오랜만에 큰 나무 아래에서 걸으니 상쾌하다. Windknollen이라는 곳은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프로이센과 전투를 치러 나폴레옹 비석도 있다고 했다.
오솔길을 30분가량 걸었을까?
갑자기 길이 넓어지며 그대로 펼쳐지는 평원. 산 위에 이렇게 넓은 평원이 있는 것을 처음 보기에 탄성만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드넓은 갈대밭. 과연 전투가 벌어질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넓은 평원, 양쪽으로 대치한 군대가 처절하게 싸웠을 그때 그시간.
평원에서 가장 높아 보이는 둔덕에는 과연 나폴레옹이 세운 기념비가 있었다. 파리에서 700km? 과연 나폴레옹이구나.
'정말 열심히도 유럽 전역을 돌아다녔구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난다. 의도야 어찌 됐든 남의 나라까지 와서 목숨 걸고 싸웠던 그 기운이 느껴져서 그럴까? 파리에서 개선문을 봤을 때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다.
한때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을 이 장소에서 가슴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주변의 경치를 둘러보는 여유.
운 좋게도 날씨가 정말 좋아 평원과 더불어 파란 하늘이 끝내주는 경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걷기 딱 좋은 날씨. 둔덕 너머로 걸어가니 양과 염소를 키우는 농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심지어 취미로 말을 타는 사람들도 마주쳤다. 늘 경주하는 모습만 텔레비전에서 봐서 그런지 여유를 부리며 말을 타고 가는 사람들이 우아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림처럼 펼쳐지는 농장과 집들. 정원의 나무에는 작은 오두막까지 있다. 이곳에 있으면 마음까지 여유로워지겠구나...
지는 해와 함께 내려온 산. 다시 트램을 타러 가는 길. 지는 햇빛에 예나는 또 다른 모습을 내게 보여준다. 외국인도 많이 없고, 분주하지 않은 작은 도시. 참 예쁘다.
오늘 저녁은 맛있는 제육볶음을 먹었다. 감동적이라 먹다가 울 뻔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