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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Sep 21. 2016

[예나] 예나 시내 구경, 예나대학교

독일의 작은 소도시 예나(Jena)

함부르크,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 들른 세 번째 도시는 "예나 (Jena)"라는 예쁜 이름의 도시.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한국사람에게는 생소한 독일의 소도시. 선배 부부가 유학하고 있는 도시라, '유럽에 아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반가움에 바로 선택한 곳. 베를린에서는 3시간 반 가량 버스를 타고 가면 도착하는, 옛 동독지역이었던 곳이다. 프리드리히-쉴러 예나대학교가 있는 대학도시로도 유명하고, 칼자이스라는 유명한 광학렌즈 회사의 본사가 있는 곳이라고도 한다.


예나에서만큼은 체크아웃 걱정 없이 선배네 집에서 편하게 잘 수 있단 생각에 기뻤다. 게다가 정말 감사하게도 3일을 묵으면서 매일같이 한국 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너무 손님 대접을 잘 해주셔서 감동받았다. 그동안 만나지 못한 한을 풀기라도 하듯, 매일 밤을 음주와 수다로 채워갔다.

여느 유럽 도시가 그렇듯 도시 중심에 있는 큰 광장과 그곳에 있는 교회. 예나도 마찬가지다. 선배네 집에 짐을 풀고, 예나 중앙 광장에 가니 마침 한창 축제 중이었다. 무슨 축제인지는 모르겠으나, 크게 들어선 시장과 푸드트럭 그리고 놀이기구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작은 도시라서 놀거리가 많이 없는 예나인지라, 가끔씩 축제가 열리면 예나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와 있는 것 같단다. 축제 중이라 아무것도 없는 광장의 모습은 찍기 어려웠으나 천막들 사이사이로 보이는 따닥따닥 붙어 있는 옛 건물들. 이전에 거쳐 왔던 도시들보다 더 유럽의 느낌이 강하게 난다. 베를린과 함부르크는 독일의 제1,2 도시답게 많이 현대화되어 그런걸까. 이곳에 더 정이 간다.

흔히 볼 수 있는 축제이지만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 보니 굉장히 앙증맞다. 옛 동독 지역이 옛 서독 지역보다 물가가 저렴하다고 하는데, 선배네 집에 있는 덕에 그 차이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특유의 회색 분위기가 난다고나 할까? 

독일에 산지 5년째, 선배는 내게 생전 처음 보는 맥주를 권하고 여러 맥주들에 대해 말한다. 역시 독일에 사니 반 맥주 전문가가 되어가나 보다.


그다음 날 선배가 다니는 프리드리히-쉴러 예나대학교 구경을 갔다. 학술대회와 전시회가 열리는지 정장을 입은 몇 무리의 사람들이 바쁘게 걸어가고, 우리는 행사장의 입구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그들에 섞여 맛있는 커피와 쿠키를 먹고 나왔다. 한 달 넘게 여행하다 보니 이렇게 공짜로 먹을 일이 생기면 정말 행복하다. 거지가 되는 듯한. ^^;

예나대학교의 캠퍼스는 도시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어 이동해야 하는데, 이동하면서 본 도시는 축제기간에 봤던 도시와는 또 달랐다.

친절하게도 트램이 학교 캠퍼스 안까지 운행한다.
탑 아래를 지나면 시험을 망친다는 이야기가 있어 학생들이 시험기간에는 피하는 탑
예나에서 가장 높은 TG타워

대학교의 본관으로 보이는 건물에 들어서니 긴 역사를 말해주는 자그만 전시와 함께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이름만 들었던 '헤겔'이 이 학교의 철학 교수였고, '마르크스'는 여기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단다. 물론 그분들에 대해 난 정말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들이 공부하고 교편을 잡았던 곳에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우리 학교 선배가 마르크스였어."

이거라는 거잖아? 너무나 멀고 대단하게 느껴져 어디에서 공부한 것도 아닌 스스로 깨우쳤을 것만 같은 천재들이 다녔던 대학교. 내가 너무 신기해 하자, 선배는 유럽 곳곳에 유서 깊은 대학교가 많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1900년 초까지 세계의 중심이 유럽이었으니, 당연히 교육의 중심도 유럽이었겠지. 유럽의(특히 서유럽) 대학교가 잘 나가던 시절에는 유럽이 세계를 재패하던 시절과 일치한다. 서유럽 국가와 대학들은 여전히 강하지만, 지금은 누가 뭐래도 미국이 강대국이다. 인재들이 미국으로 모이고, 미국에서 공부한다.  캄보디아의 국립도서관에서 느꼈던 것처럼 최고의 교육이 최고의 나라를 만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던 곳.


그리고 저녁엔 집으로 돌아가 맛있는 자장밥을 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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