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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Oct 11. 2016

카시투어② - 슈투트가르트의 예쁜 공원

Feat. 공원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내 전경

"난 사실 건물이나 박물관보다는 공원을 보는 게 더 좋아. 넌 어때?"

슈투트가르트의 중심 시내를 한번 훑어준 카시는 내게 말했다. 당연히 공원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 슈투트가르트의 공원을 좀 더 많이 알고 있어. 가 볼래?"


이번엔 카시가 주도하는 슈투트가르트의 공원 투어가 시작됐다. 알고 보니 헤겔 하우스, 벤츠 박물관 등의 유명한 곳이 많았는데 그런 곳은 오히려 슈투트가르트를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쉽지는 않다. 다만 같이 여행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내가 뭘 좋아하느냐에 따라 여행 스타일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킬스버그 공원 (killesberg park)

중앙역에서 S-bahn을 타고 Killesberg 역에 내렸다. 내리자마자 확연히 느껴지는 편안한 분위기. 메트로로 15분만 떨어져 있는데도 도시의 소음은 모두 사라졌다. 분명히 아직 도시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 외곽 지역의 느낌이 물씬 난다. 전원주택과 도시보다 더 넓은 평수임에 분명해 보이는 빌라, 그리고 파란 잔디밭. 카시를 따라 종종걸음으로 도착한 곳에는 아주 귀여운 킬스버그 공원 관광열차가 있었다.

한낮의 태양은 여전히 뜨겁지만 여름과는 다른 따뜻함에 몸이 편안해진다. 색색의 꽃별로 나누어진 정원과 빨간 홍학이 극세사 각선미를 뽐내며 서 있던 호수 옆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금요일 오후를 즐기고 있다. 공원의 중앙에는 킬스버그 전망대라 불리는 나선형 타워가 있었는데, 우리는 그곳으로 가자는 말이 없이도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꼭대기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바람에 타워가 조금씩 흔들렸지만 그마저도 기분이 좋다. 중앙역은 어디일까, 궁전은 어디일까 한참 찾아봤지만, 내가 알아본 건 가지도 않은 벤츠 박물관. 아무튼 독일의 대표적인 공업도시답게 공장 굴뚝도, 포도농장도 멀리 보인다. 반신반의하며 따라온 공원이었지만, 뜻밖에 도시의 전경을 볼 기회를 갖게 되어 카시에게 급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밑에서는 보지 못했던 회전목마를 보며 정말 앙증맞은 공원이란 생각이 들었다. 

킬스버그 공원을 나와 근처의 전망대로 걸어가던 중 만난 어느 전원주택의 정원. 정원을 백설공주의 이야기로 가득 꾸며놓았다. 주인이 눈치챌까 몰래 사진을 찍으면서도 감탄하고 또 감탄했던 곳. 이곳에서 살고 있는 아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백설공주가 정원에 있어서가 아니라, 정원을 이렇게 꾸며놓은 부모님의 감각과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에 아이는 더 행복하겠지.

10분을 걸어 도착한 작은 전망대. 지는 햇살을 받아 아래에서 전망대를 올려다보니 꽤 근사하다. 국사 책에서 봤던 고조선 시대 하늘에 제사를 지낸 참성단이 불현듯 떠오르는 곳. 하지만 막상 전망대 안은 정신없는 낙서와 굴러다니는 공병, 그리고 초점 없는 눈동자로 누워 힙합 음악을 크게 듣고 있던 10대들이 있었다. 역시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거친 10대들. 살짝 졸면서도, 꿋꿋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각도에서 보니 정말 제사라도 지내야 될 것 같다.


솔리튜드 성 (schloss solitude)

솔리튜드 성은 이름처럼 중심가와는 좀 떨어진 곳에, 그것도 야트막한 산 위에 외롭게 위치해 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는 힘들다며 카시는 본인의 차를 가지고 왔다. 덕분에 슈투트가르트에서 드라이브를 다 하게 됐다. 점점 작아지는 시내를 바라보며 얼마나 더 가야 되나 생각하던 중 솔리튜드 성에 도착했다. 성이란 말이 무색하게도 대저택 정도로만 보이는 성. 성의 중앙 홀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전경이 다른 세계로 가는 문 같아 보인다.

주차장 옆에는 조그만 농장에서 말들이 걸어 다니고 있다. 사람의 손을 많이 타 누구에게나 친절한 아름다운 말들. 도시의 소음과 떨어진 곳에서 여유롭게 거니는 말이 나보다 훨씬 잘 사는 것 같다. 성의 앞, 뒤뜰 모두 잔디밭이 있어 꽤 많은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다. 정말로 로컬들만 아는 장소 같아 괜히 기쁘다. 성의 정면 계단 위에서는 슈투트가르트의 시내가 한눈에 보이지만,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한걸음 떨어져 나의 모습을 돌아보기 좋은, 말 그대로 고독을 즐기기 딱인 장소.

차이니즈 가든 혹은 중국식 정원 (Chinesischer Garten)

은근히 세계 곳곳에 있는 차이니즈 가든. 카시가 솔리튜드 성 다음으로 데려간 곳은 다시 시내 안에 위치한 차이니즈 가든이다. 차이니즈 가든에서는 중앙역과 시내 중심이 고스란히 눈에 보인다. 유럽에서 줄곧 산 카시는 차이니즈 가든을 굉장히 이국적으로 본다. 나 역시도 가든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으나, 그것보단 차이니즈 가든이 어떻게 세계 곳곳에 생기게 됐는지 그게 더 궁금하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차이니즈 가든도, 재패니즈 가든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 코리안 가든은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사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코리안 가든이나 차이니즈 가든이나 별 차이 없는데... 비슷한 모양의 기와와 목조 가옥. 이런 것도 국력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 씁쓸하다.  

신기한 모양의 돌은 정말 중국에서 가져왔을까? 아니면 여기서 만든 걸까?

아무튼 세계 곳곳 코리안 가든이 생기길 바라면서 정원 투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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