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벼룩시장과 공원 콘서트, 이름 모를 축제
주말 아침 유럽 대부분의 도시가 그렇듯 이곳도 벼룩시장이 들어선다. 구시가지를 지나서 국립박물관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나오는 몇몇 벼룩시장. 베를린 벼룩시장에서 그랬듯 뭔가 로컬스런 느낌을 기대했지만, 대부분은 관광객들이 주로 살만한 기념품이나 인형 등을 팔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인형과 장난감이 참 세련되었다. 체코 전통의상을 입은 인형이 어찌나 앙증맞고 예쁜지 인형 같은 거 절대 사지 않는 나도 하나쯤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인형으로 알고 있는, 뚜껑을 열면 다른 인형이 계속 나오는 인형도 이곳에 있다. 서유럽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물씬 풍긴다. 모양이며 색 하나하나가 참 독특하다. 하지만 외곽 지역으로 가면 로컬 느낌이 나는 시장이 나올까? 유럽의 시장인데 치즈도 안 판다! 아무튼 이 맛있어 보이는 과일 한 그릇만 건지고는 서둘러 나와버렸다.
모두가 마음 편하게 시작하는 토요일 아침처럼 프라하의 날씨도 무척이나 좋다. 사람들은 오전부터 나와서 거리를 거닐고 있다. 이곳이 신시가지임을 알려주는 건 딱 하나, 광장을 사이에 두고 즐비한 명품숍들. 국립박물관 뒤로 길 따라 쭉 걸었는데 프라하의 주택가가 나온다. 지구 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도시의 주택가는 중세시대 건물로 아름다운 프라하와는 대비된다. 그 주택가에서 길을 잃었는데, 멀리 보이는 기찻길 덕에 다시 길을 찾았다.
토요일 오후로 넘어가는 시각의 프라하 구시가지. 거리의 악사 공연인데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다. 먹어보고 싶었던 체고 과자 뜨레들로를 사 먹으며 멀리서 공연을 구경했다. 프라하는 조용한 곳이라고 들었는데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여행객이 늘었단다. 사람들 말로는 지금이 물가가 치솟기 바로 직전의 시점이라고도 했다. 시내 곳곳은 여행사와 기념품 가게가 잠식했다. 하나 웃겼던 건 종종 보이던 타이마사지샵. 프라하 마사지가 아닌 타이 마사지가 이곳에 있다. 언제부터 이게 생겼을까? 상업화되면서 생긴 또 하나의 풍경인 듯하다.
구시가지에서 출발해서 카를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여의도 같은 자그마한 섬이 나온다. 섬 전체가 공원이었던 그곳에서는 무료로 맥주를 나눠주는 작은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나 같은 외국인은 한 명도 없는 것 같았고, 로컬 사람들만 빽빽하게 체코 록 음악을 즐기고 있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노래는 매우 신났고, 그 공연이 끝날 때까지 20분 동안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꼭 무대 앞이 아니라도 강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고만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록 음악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지만 중세시대 건물이 고풍스럽게 펼쳐져 있고, 강이 생기 있게 흐르고 있다. 보트를 타고 토요일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
저녁을 먹으러 숙소로 돌아가는 길, 프라하성 옆 왕실 정원에선 작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영어 알파벳이 군데군데 섞여 있지만, 전혀 뜻을 가늠할 수 없는 체코어 덕에 무슨 축제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주말의 프라하는 늘 축제가 열리는지 여기도 신난다.
왜 하필 이 술이 눈에 띄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의문인 체코의 전통주 Burcak를 마셨다. 색깔은 구수한 동동주의 색과 똑같은데 톡 쏘는 느낌도 있고, 요구르트의 맛도 있는 것 같은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그 술. 입 안 가득 알싸한 느낌이 가득한 게 꼭 동동주를 마신 것 같으나, 맛은 확연히 다르다. 아예 한 병을 사 버릴까 라는 유혹을 참아내느라 혼났다. 프라하 성보다 약간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프라하성과 함께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자리. 프라하의 마지막 날, 프라하의 로컬처럼 벼룩시장을 가고 지역축제에서 혼자 놀았다.
PS. 알싸한 Burcak의 맛이 잊히지 않아 민박집에 도착하자마자 혹시 이런 술을 아느냐고 물었다. 아무도 몰랐다. 체코에 다시 가게 되면 꼭 그 술을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