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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Nov 11. 2016

너무나도 매력적인 폴란드의 크라쿠프

유럽 여행할 때 어디가 가장 좋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꼭 한 곳만 꼽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나라가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넘쳐나지만, 난 항상 대답한다.

폴란드의 중앙광장. 중앙의 건물은 세계 최초의 백화점이라는 '직물 회관'

 “폴란드. 크라쿠프.”

폴란드 제2의 도시지만, 폴란드의 수도가 바르샤바로 옮기기 전에는 이곳이 폴란드의 중심이었다. 그 덕에 많은 유적지와 이야기가 남아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르샤바보다는 크라쿠프로의 여행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단순히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가기 위해서 온 폴란드의 크라쿠프인데 그 어느 도시보다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교회들, 중세시대 왕이 살았을 성과, 가슴 아픈 역사이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만 하는 게토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 도시의 한 곳은 그림 속의 기사와 용이 싸우고 있을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지지만, 강 너머 다른 쪽은 20세기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게다가 크라쿠프 주변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비엘리츠카 소금광산이 있으니 이렇게 풍성한 이야기를 한 곳에서 만나기가 어디 쉽던가. 


게다가 물가는 얼마나 저렴한지... 내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는(내가 물론 시설보다는 가장 저렴한 것을 찾기는 했다.) 하룻밤에 8,000원도 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매우 착한 가격 덕에 저녁에는 재즈음악을 들으러 클럽을 가는 사치를 부려보기도 했다. 그 때문일까. '물가가 오르기 전에 가 보아야 할 아름다운 도시' 순위에서 항상 크라쿠프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지동설을 처음 주장한 코페르니쿠스가 크라쿠프 출신인지 그의 이름을 딴 대학교와 호텔, 거리가 곳곳에 있다. 

올드타운을 투어 하는 마차는 또각또각하는 말발굽 소리를 경쾌하게 울리며 내 옆을 지나간다. 거리의 악사와 프레첼을 팔고 있는 노점상도 예뻐 보인다. 노천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도 여유가 넘친다. 다른 동유럽 국가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선 폴란드만 보자면 동유럽도 충분히 아름답고 볼만하다. 서유럽이 선진국이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여행가지만, 여전히 신비함을 가지고 있는 동유럽도 충분히 여행 가 볼만 하다. 

크라쿠르의 바벨 성 (Wawel royal castle)
바벨 성에서 바라보는 비스와 강



유럽의 도시가 그렇듯 크라쿠프도 큰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교회가 있고, 주말이면 장이 들어선다. 특히나 이 중앙 광장은 유럽의 광장 중에서도 두 번째로 큰 곳이라고 했다. 

중앙광장에서 비보잉중인 아이들(이라기엔 나이가 좀 들어보이네..)
성모마리아 대성당을 배경으로 시장이 열렸다.

비 오는 토요일, 큰 광장에 장이 들어섰다. 이 예쁜 광장에 장이 들어서고 비까지 내리니 괜히 운치가 있다. 비가 와도 사람들은 장을 찾는다. 기념품부터 식료품까지 여행객과 로컬이 함께 올 수 있는 시장이라 마음에 든다. 해장할 겸 폴란드식 만두, 피에로기를 먹었다. 그냥 봐도 한국식 군만두 같은 모양새. 하지만 군만두보다 더 느끼하고 속을 더부룩하게 만든다. 비를 맞으면서 만두를 먹어도 하나도 외롭다거나 서글프지 않은 건 여행 중 이어 서일 거다. 왠지 조잡해 보이는 인형과 어딘가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물건들이 왠지 더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시장마저도 마음에 들어서 크라쿠프를 더 떠나기 싫었다.

                                                                 <폴란드의 만두, 피에로기>

양팔 가득 안아야만 할 것같은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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