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저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노? 잠수 좀 타지 마라.”
지난 인생을 돌이켜 보면, 친구들로부터 이런 원망을 들었던 적이 종종 있다. 몇 달 만에 혹은 1년 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항상 미안하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던 때. 소위 잠적을 했던 시간. 편입 준비를 위해 영어공부를 하던 때, 허리 수술을 하고 집에서 요양하며 영어 공부를 하던 때, 뜻하지 않게 백수가 되어 열심히 책을 볼 수밖에 없던 때 등. 내가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다양한 이유로 혼자 보낸 시간. 그때를 기억하며 내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난 느낌으로 펼친 책,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카톡, 카톡”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폰 알람, 한시도 조용한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인터넷 세상에서는 항상 사건이 일어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실시간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 그렇게 우리는 항상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그럴까? 우리는 전보다 더 타인에게 의존하고, 혼자 있는 것을 더욱 불안하게 여긴다. 그런 우리에게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강력하게 말한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10년의 혼자 있는 시간이었다.” 라고.
나름의 성장을 이루고, 자신의 내면세계가 있는 사람들에겐 혼자 있는 시간이 분명히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내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는 것은 혼자 있을 때만 가능하고, 내가 원하는 실력을 얻는 ‘훈련’의 과정도 혼자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와, 너 살 많이 빠졌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겠구나?”
몇 년 전, 다이어트에 성공한 내게 지인이 말했다.
“다이어트랑 혼자 있는 시간이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네가 살이 빠졌다는 건 퇴근 후에 친구들을 만나 술 한 잔 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는 말이고, 그럼 그 시간에 혼자였겠지. 아마도 그 시간에 운동했을 거야. 사실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고독을 이긴 사람들이거든.”
한때 몸무게가 100kg에 육박한 적이 있던 그는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체육관에서 개인 트레이너까지 한 적이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다이어트의 성공과 혼자 있는 시간을 연관시키다니 좀 의외였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의 말이 맞았다. 난 지난 몇 달간 친구를 거의 만나지 않았고, 퇴근 후 항상 운동하러 다녔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생각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나의 목표에 매진하다 보니 자연스레 타인과의 연락이 뜸해졌다. 책의 저자는 실력을 비약적으로 늘리고 싶다면 3개월이나 6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침잠하라고 말한다. 지인들을 되도록 만나지 말고, 정해진 기간 동안 목표한 것을 열심히 하라는 것. 분명히 연락이 뜸한 내게 서운하기도 하겠지만, 정말 나를 사랑하는 친구라면 나를 이해하고, 시간이 지나 성장한 내 모습을 보며 기뻐할 것이란 게 저자의 말이다.
저자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혼자가 될 것을 권한다. 특히 혈기왕성한 청년 시절의 에너지를 기술로 전환해야 할 것을 주장한다. 그 에너지를 기술로 전환한 힘이 30대 이후 우리의 삶을 지탱시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혼자 있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 발레리나 강수진, 축구선수 박지성 등 자신의 분야에 한 획을 그은 사람들은 현재의 빛나는 자리를 위해 끊임없이 지루한 훈련을 지속한 기간이 있다. 비단 운동선수와 예술가만이 그럴까. 훌륭한 CEO와 기업인들도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알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번씩 생각주간을 가진다고 한다. 이 기간에 그는 가족과도 떨어져 오직 독서와 사색을 하며, 때로는 놀라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고 한다. 비단 거창한 생각주간이 아니더라도, 훌륭한 기업인들 대부분이 혼자 하는 놀이의 대표격인 독서를 즐긴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은 절대로 수동적인 시간이 아니다. 굉장히 능동적인 활동이다. 고독의 시간에 나 자신에 집중하다 보면 나와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항상 누군가에게 둘러싸여 있다면, 몸은 바쁘지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인생이 흘러간다. 그게 바로 20대 중반까지의 나였다. 항상 바쁜 일정 속에서 사람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알았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항상 공허했고, 남는 것이 없었다. 혼자 조용히 앉아 나란 인간과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 내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작은 소망이 생겼고, 그것을 이루려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타인들과 교류하며 나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지 않았고, 그 에너지를 내 목표에만 쏟아 붓고 싶었다. 그런 열망이 강해져서 어느 순간부터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 때마다 의도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게 됐다.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자주 하지 않으면 우정이 깨질까 두려웠고, 몇몇 친구들의 핀잔에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는 나를 이해했고, 나의 성취에 함께 기뻐했다.
저자의 말처럼 내가 성장하는 시간은 혼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내가 의도하는 일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전보다 나아졌다는 사실이다. 한 사람이 계획을 세우고 주어진 시간을 하고자 하는 일로 가득 채우겠다는 강력한 의지. 그 의지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사람을 성장의 길로 인도한다. 예전에 편입 시험공부를 위해 몇 달간 친구들을 만나지 않고, 영어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만 시험에서는 떨어졌다. 하지만 결과와는 상관없이 나의 영어 실력은 전과 비교해 월등히 향상됐다. 시험의 성공보다도 더 값진 나의 성장을 체험하자, 혼자였던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직장을 얻는 것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만, 성장하는 것만큼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있을까? 저자가 말하는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인 성장은 오직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업적을 이룬 사람들은 10,000시간의 연습시간이 있다고 주장하는 말콤 글래드웰의 책 「아웃라이어」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그 지루하고 외로운 시간을 오롯하게 견딘 사람이 진정한 자신이 되고, 성장을 이룬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란 제목만 보면 고독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고독한 시간을 치열한 노력으로 채우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스스로 고독을 택하고, 고독의 시간을 자신이 택한 일로 부단하게 채워가는 것을 예찬하는 이야기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사람의 이야기, 하나밖에 없는 인생 좀 더 제대로 살고 싶어서 때때로 고독을 택한, 그래서 더 빛나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이 책에서 적지 않은 위로를 받았다. 친구들과 잠시 떨어져 지내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고, 매일 스스로 계획한 일을 혼자서 하고 있는 내가 옳다는 확신을 얻었다. 누군가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면 일주일에 단 한 시간 만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1년 후, 3년 후에는 또 다른 열매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