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터키] 하얀 석회밭에서 온천을

파묵칼레, 터키

by 사라
출처 나무위키: 파묵칼레

"파묵칼레"

이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반해버려 셀축에서 버스를 탔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탄산칼슘이 과포화된 지하수가 흘러나오면서 석회성분을 퇴적하여 이런 곳이 만들어졌다"라고 하는 설명을 봤지만 내가 이해할 리 만무하다. 다만 유럽을 여행하며 귀에 딱지 안도록 들었던 석회가 들어간 물과 그 하얀색 덕분에 이질감 없이 다가오기는 했다. 가까이 올수록 멀리 보이는 하얀 산. 이제는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보다, 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멀리 언뜻 보이기 시작하는 목적지의 풍경에서 더욱 설렘과 행복을 느낀다.

IMG_4656(1280x960).jpg
IMG_4657(1280x960).jpg

파묵칼레를 온천으로 이용했던 로마인들이 이곳에 살기 시작하며 히에라폴리스란 로마 유적도 볼 수 있지만, 어제 에페수스 유적을 보고 온 사람이라면 이 유적을 또 보고 싶어 하진 않을 것 같다. 이곳도 12 사도와 관련된 성지 중 하나라고 하니, 정말 곳곳이 풍성한 터키다.

말이 온천이지 족욕이 가능한 정도의 깊이이다. 물론 개중에 수영복을 챙겨 와 몸을 다 담그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바지를 무릎까지 걷고 조심조심 미끄러운 온천 안을 걸어 다닌다. 이곳에 발을 담그고 앉아 경치를 좀 구경하고 싶지만, 한겨울 스키장에 있는 것처럼 눈이 참 부시다.

터키의 역사를 보고도 위대하다 생각했는데 이건 뭐 자연까지 이 나라를 돕고 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희귀한 장관을 어디서 쉽게 볼 수 있던가. 따뜻한 날씨와 진귀한 자연환경, 넓은 국토 참 복 받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요즘은 불안 불안하겠지만.

IMG_4658(1280x960).jpg
IMG_4659(1280x960).jpg
히에라폴리스 안 온천 수영장 - 히에라폴리스가 무너지고 지하수가 고이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수영장이라 수영장의 바닥은 울퉁불퉁한 돌 투성이다.


정말 눈으로 덮힌 산 같다

사실상 이 파묵칼레가 먹여 살리고 있는 마을 데니즐리로 들어서기 위해 파묵칼레에서 내려가면 제일 먼저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이 호수에서도 파묵칼레를 배경으로 하는 멋진 장면을 볼 수 있다. 사진만 보면 흡사 이곳이 스위스의 어디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이국적인 장면. 너무 작은 마을이라 30분 정도만 돌면 볼 것 없는 마을을 뒤로하고 다시 호수로 돌아와 해지기 전까지 풍경을 즐겼다. 귀여운 오리 떼와 웨딩사진 촬영을 하는 커플 덕에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해가 질 무렵 무슬림의 기도시간을 알리는 음악은 다시 날 현실세계로 불렀다. 그렇게 한나절 잘 구경하고 다시 나이트 버스를 타고 카파도키아로 떠났다.

IMG_4742(1280x960).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터키] 로마를 떠난 지 두 달, 다시 로마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