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묵칼레, 터키
"파묵칼레"
이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반해버려 셀축에서 버스를 탔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탄산칼슘이 과포화된 지하수가 흘러나오면서 석회성분을 퇴적하여 이런 곳이 만들어졌다"라고 하는 설명을 봤지만 내가 이해할 리 만무하다. 다만 유럽을 여행하며 귀에 딱지 안도록 들었던 석회가 들어간 물과 그 하얀색 덕분에 이질감 없이 다가오기는 했다. 가까이 올수록 멀리 보이는 하얀 산. 이제는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보다, 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멀리 언뜻 보이기 시작하는 목적지의 풍경에서 더욱 설렘과 행복을 느낀다.
파묵칼레를 온천으로 이용했던 로마인들이 이곳에 살기 시작하며 히에라폴리스란 로마 유적도 볼 수 있지만, 어제 에페수스 유적을 보고 온 사람이라면 이 유적을 또 보고 싶어 하진 않을 것 같다. 이곳도 12 사도와 관련된 성지 중 하나라고 하니, 정말 곳곳이 풍성한 터키다.
말이 온천이지 족욕이 가능한 정도의 깊이이다. 물론 개중에 수영복을 챙겨 와 몸을 다 담그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바지를 무릎까지 걷고 조심조심 미끄러운 온천 안을 걸어 다닌다. 이곳에 발을 담그고 앉아 경치를 좀 구경하고 싶지만, 한겨울 스키장에 있는 것처럼 눈이 참 부시다.
터키의 역사를 보고도 위대하다 생각했는데 이건 뭐 자연까지 이 나라를 돕고 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희귀한 장관을 어디서 쉽게 볼 수 있던가. 따뜻한 날씨와 진귀한 자연환경, 넓은 국토 참 복 받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요즘은 불안 불안하겠지만.
사실상 이 파묵칼레가 먹여 살리고 있는 마을 데니즐리로 들어서기 위해 파묵칼레에서 내려가면 제일 먼저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이 호수에서도 파묵칼레를 배경으로 하는 멋진 장면을 볼 수 있다. 사진만 보면 흡사 이곳이 스위스의 어디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이국적인 장면. 너무 작은 마을이라 30분 정도만 돌면 볼 것 없는 마을을 뒤로하고 다시 호수로 돌아와 해지기 전까지 풍경을 즐겼다. 귀여운 오리 떼와 웨딩사진 촬영을 하는 커플 덕에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해가 질 무렵 무슬림의 기도시간을 알리는 음악은 다시 날 현실세계로 불렀다. 그렇게 한나절 잘 구경하고 다시 나이트 버스를 타고 카파도키아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