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구로 하늘을 날다 - 카파도키아, 터키
아침 5시에 일어났다. 일할 때도 다섯 시에 일어나지는 않았는데 여행 와서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다니... 오늘은 미리 예약해 두었던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를 가는 날이다. 투어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투어를 그것도 미리 예약까지 했는데 새벽 5시에 일어나기까지 하니 순간 짜증이 확 났다. 하지만 카파도키아에 도착한 첫날 새벽에 봤던 그 광경을 생각하며 꾸역꾸역 세수를 했다.
여행사에서는 숙소 앞에서 나를 픽업해 갔고, 도착해서는 반쯤 감긴 눈으로 그곳에서 제공하는 빵과 커피를 마셨다. 각 여행사에서 예약받은 모든 손님들이 한꺼번에 모인 곳인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중의 반은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쉴 새 없이 떠드는 중국인들 덕에 고맙게도 잠이 확 깼다.
건조하고 더운 카파도키아지만 그래서인지 해가 뜨기 전에는 꽤 쌀쌀했다. 그래서 열기구에 불을 붙이는 동안 그 옆에서 온몸을 쬐었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주위가 밝아 오지만 달은 여전히 바위 위에 떠 있다. 주위는 소란스럽지만 왠지 그 달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고요해진다.
충분히 열로 달구어진 열기구부터 하나씩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해가 뜨기 직전, 그 몽환적인 하늘을 배경색으로 세상에서 단 한 군데밖에 없을 신비한 카파도키아 위로 하나씩 열기구가 떠오른다. 내가 타기로 한 열기구는 도대체 언제 준비가 끝날 런지 마음이 괜히 조급해질 무렵, 드디어 뜬다!
내가 묵고 있는 괴레메 마을이 보이다가 점점 작아진다. 어제 ATV를 타고 신나게 돌았던 밸리는 어디쯤에 있을까. 카파도키아는 생각보다도 더 넓었다. 이런 신기한 지형이 내 시야가 미치는 곳 저 너머까지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해가 떴다. 떠오르는 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중국인 관광객 때문에 겨우겨우 해 사진 몇 장을 건졌다. 해가 뜨는 것을 많이 보았지만 열기구에서 해를 본 적이 있던가. 참 아름답고 진귀한 경험이었다. 비록 주변은 어수선하지만, 떠오르는 해에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부옇게 붉어지는 동쪽 하늘에서 뿜어오는 빛은 열기구를 더 밝게 물들였고, 지상의 마을도 서서히 본연의 색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1시간 반 가량을 열기구 위에 있었던 것 같다. 바람을 타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간 열기구는 육지에 안전하게 착륙하였다. 그리고 오늘도 안전 비행을 축하하려는 듯, 열기구 에이전시에서 마련한 자축의 포도주(스)를 함께 마셨다.
'매일 하는 일이면서 뭘 그리 축하하고 오버하는 걸까?'
호들갑 떤다고 생각했는데, 가끔씩 카파도키아 열기구 사고를 뉴스로 몇 번 보고 나서는 그들이 왜 안전비행을 함께 축하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High Risk, High Return"은 여행에서도 통하는 말인지 큰 위험을 감수할수록 역시나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곳이란 건 부정할 수 없다.
혼자 여행하면서 이런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는데, 엄마와 동생을 데리고 꼭 한 번 카파도키아의 이 광경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