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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Aug 24. 2017

한국인,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어느 책의 표지였는지 모르겠다... 혹시 아시는 분 알려주시면 출처 넣을게요.


"열심히, 죽도록, 신나게, 잘"

후회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내용을 수식하는 부사에 더 눈길이 간다. 결국 내가 하는 일, 내가 만나는 사람, 내가 있는 곳에 온전히 마음을 쏟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사람과 좋은 곳에서 좋은 일을 해도 의미 없다. 어떤 일이든 내가 헌신한 만큼 내 머리와 가슴에 남는다. 최선을 다하고 몰입하면 일의 성패는 더 이상 중요치 않다. 그 모든 과정을 즐기게 된다. 일이 잘 되면 당연히 좋다.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그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다. 귀중한 경험, 기억이 된다.




편입을 하고 싶어 대학교를 1년 휴학하고 영어공부를 한 적이 있다. 첫 6개월엔 아르바이트 핑계로 빈둥대다 늦게서야 정신 차리고 공부를 시작했다. 편입시험의 첫 번째 관문은 그 어렵다는 영어시험. 당시 영어는 수학과 함께 내 인생의 산이었다. 하지만 편입에 대한 강한 열망은 뜻도 모른 채 영단어만 드문드문 읽을 줄 알던 나를 변화시켰다. 처음엔 눈길조차 주지 않던 영어는 내가 매일매일 붙들고 늘어지자 마침내 내게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문장의 구조가 보이고, 한 문단을 문제없이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부를 시작하는 게 너무 신났다. 편입 따위와는 상관없이 내가 매일매일 알게 될 영어라는 새로운 세상이 기대되었다. 공부 때문에 내가 이렇게 신날 수가 있다니!(왜 고등학교 때는 이러지 못했을까?)

하지만 배움에 대한 내 기쁨과는 달리 편입시험에는 떨어졌다. 태어나서 뭔가 열심히 해 본 건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열심히 하고 기대한 만큼 마음이 참 쓰렸다. 다시 내가 다니던 대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니 끔찍했다. 

참 마음이 아프고 나 자신이 한심했는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인정할 수 밖에 없던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지난 몇 개월은 내 인생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사람이 가장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무언가에 몰입하는 순간이란 것을. 그 몰입하는 대상이 사람이든, 공부든, 운동이든 상관없다. 온 마음과 영혼을 다해 그것에 빠질 수만 있다면.


몰입과는 별개로 복학한 후 들었던 영어와 관련된 수업에서 나는 의도치 않게 에이스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난 시험에 떨어지고, 1년을 갖다 버린 패배자였다. 하지만 그 시험을 준비하며 영어를 좋아하게 된 사실은 어디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은 영어 말하기, 외국계 회사 취직, 그리고 외국에 나가서 일하고 사는 것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후회를 안 하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후회를 한다는 건 과거에 비해 내가 성장했고, 깨달았다는 의미다. 후회란 것도 뭘 알아야 할 수 있다. 그러니 후회로 너무 자책하지 말고, 내가 성장했다는 것에 감사할 일이다. 그리고 후회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자. (혹은 늦었다 생각 말고 그냥 해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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