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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Jul 15. 2017

<라라 랜드>의 두 주인공이 마지막에 웃은 이유

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영화 '라라 랜드'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울컥했다고 한다. 한때 정말 사랑했지만 지금은 남이 되어버린 두 주인공이 우연히 마주치고 미소 짓던 그 장면.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꿈이 있던 미아(엠마 스톤)와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우연히 만나 연인이 되었고, 누구보다 서로의 꿈을 지지했다. 하지만 연인보다 꿈을 더 사랑한 둘은 1년간의 짧은 만남 후 헤어졌다. 그리고 5년 후 다시 마주쳤다. 둘 사이에 남은 건 달콤 쌉싸름한 지난날의 기억과 '만약 우리가 함께였다면?'이라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져 본 사람이라면 천 번쯤 해보았으나 아무 소용없는 상상뿐. 그리고 각자 모르는 척하고 지나갈 법도 한데 둘은 마주 보았다. 미소 지었다.

만약 미아가 오디션에 합격하지 못했다면?

만약 세바스찬이 재즈바를 열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피아노 연주로 전전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면?

아니 둘 중 한 명이라도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

한때 정말 사랑했던 사람을 우연히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미소 지을 수 있을까?

아마도 헤어진 후 둘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았을 것이다. 헤어짐의 상처로 일에 더 몰두하기도 했을 것이다. 세바스찬은 미아가 유명한 배우가 됐다는 것도, 결혼한 것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아는 세바스찬의 소식을 알 길이 없다. 그런 두 사람이 5년 후 우연히 세바스찬의 재즈바에서 마주친 순간은 미아가 세바스찬이 성공한 것을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서로의 성공을 확인한 두 사람은 아련함 속에 헤어진 연인으로서, 그 누구보다 꿈을 지지했던 동지로서 미소를 지었다.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남겨야 돼. 대부분 실망하게 되거든.'

왜 실망하게 될까? 변해버린 모습에서 오는 세월의 무상함도 이유겠지만, 어린 시절 가지고 있던 수많은 가능성과 꿈으로 반짝거리던 활기가 없어지고 삶에 휩쓸려 살아온 날개 꺾인 그/그녀의 모습을 확인해서가 아닐까. 그리고 이야기한다.

 '에이, 보지 말걸 그랬어. 그럼 좋은 추억이라도 남아 있을 텐데.'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는 정현(강혜정)이 옛 친구이자 고급 레스토랑의 매니저인 수영(이천희)에게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해 달라고 사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때 수영의 여신이었던 정현은 파산 후 잠적한 남편을 기다리며, 두 아이와 함께 조그만 승합차에서 살아가고 있다. 

 "좀 잘 살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이런 류의 대사였다.)

한숨과 함께 나지막이 내뱉는 한 마디 그리고 씁쓸하게 정현을 쳐다보는 수영. 내가 한때 참 아꼈던 사람이 힘들게 사는 걸 보는 건 그리 행복한 일은 아닐 것 같다. 잔인한 말이지만 추억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도 현재가 살만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현재가 힘든데 추억이 무슨 소용 있을까?


 '그래, 나 이렇게 성장했어. 너도 행복하지?'

언젠가 내가 과거에 만났던 누군가들과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날, 멋지게 성장하여 미아와 세바스찬처럼 그렇게 조용하지만 당당한 미소를 짓고 싶다. 무언의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알싸하지만 뿌듯한 감정을 가지고 그 누구의 곁을 지나갈 수 있도록,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주변 사람들에 더 충실해야 될 일이다.



그림 출처: 

라이언 고슬링 - https://paddylastinc.com/2017/02/09/film-review-la-la-land-2016/

엠마 스톤- http://18thwall.com/if-walls-could-la-la-dont-make-la-la-lands-email-mist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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