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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토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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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May 07. 2020

"나 오늘 면접 망했어."

 "나 오늘 면접 망했어."

 "왜?"

 "면접에서 엄마 얘기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거야.."

 "질문이 뭐였어?"

 "어쩌고 저쩌고."

 "면접관의 표정은 어땠는데?"

  "..."

열심히 대답하던 친구에게 답장이 오지 않았다.

갑자기 가슴이 서늘했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났더나..? ㅠ"

 "응.. ㅜㅜ"

친구에게 바로 답장이 왔다.


나는 이 일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내가 그 상황에서 바보 같은 행동을 해 버렸지만, 그래도 너는 이해할 수 있지?'

몇 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그 친구는 비슷한 일을 겪은 나는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본인이 얼마나 어이 없는 일을 했는지 본인이 가장 잘 안다. 제일 답답한 사람도 본인이다. 친구가 원하는 건 그저 위로와 공감이었는데, 정작 나는 분석이나 하고 앉았다니. 원하지 않는 조언은 잔소리일 뿐이다. 그녀가 원하는 공감과 이해가 충족되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다시 털고 일어날 거니까.


사실 나는 여자치고 아니 사람 치고는(ㅋㅋㅋ) 감정이 무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또 스스로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래서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특히 여자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는 없는 공감 능력을 쥐어짜내려 노력했다. 다행히 이 부분은 책을 조금씩 읽으면서 나아졌다. 독서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비록 가상이지만 내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나를 밀어넣는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이 상황을 대처해 나갈 것인가. 가상의 시나리오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 꼭 소설일 필요도 없다.


가끔 감정을 이성보다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인간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의 동물이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도 감정이다. 우리는 스스로 이성적이라고 착각하지만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적당한 이유를 붙이기 위해 이성을 쓸 때가 더 많다. 물론 그것도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슬픔이든 분노든 격한 감정에 휩싸인 사람에게 이성과 논리는 먹히지 않는다. 그럴 때 필요한 건 그 사람이 부정적인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공감하거나 옆에 있어주기. 그것도 아니면 혼자 추스르게 잠시 놔 두기. 분석이나 조언은 그 후에 그가 원할 때 하면 된다.


사람은 자기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아니 그런 노력을 보이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죽지 않는다.

오늘 하루 나는 충분한 공감 능력을 키우며 살고 있나.


여행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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