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급함'이란 키워드에 꽂혀 있었다.
"나도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빨리 잘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조급함이 생긴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몇 개월 후, 최소한 연말, 1년 안에는 이것이 완성되기를 바란다. 우리의 사고방식을 지배했던 단어는 '빨리빨리'다. 이것 때문에 한국은 초고속 성장을 이루었지만, 이것 때문에 타인의 빠른 성공(남의 일이기에 쉽고 빨라 보이는 것뿐 절대 그렇지 않은)을 보며 쉽게 불안을 느끼고, 좌절하고, 포기한다. 그 조급함 때문에 마음이 참 힘들다."
뭐 대충 저렇게 쓰고 있다가 요즘 핫한 키워드를 알게 되었다.
뒷광고
'어라? 이 사람 유튜브 예전에 자주 봤는데 그동안 이런 일이 있었구나.'
'피의 숙청'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만큼 잘 나가던 유튜버들이 '뒷광고'라는 칼에 하나둘 나가떨어지고 있다. 이 키워드 덕분에 몰랐던 유튜버들도 알게 되었다.(졸지에 노이즈 마케팅도 되어버림)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뒷광고라는 단어의 존재조차 몰랐는데 지금 그 단어는 누가 찐 인지를 가리는 기준이 되어가는 중이다.
콘텐츠를 만들면서 광고를 제의받았다는 것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는 하나의 증거다. 광고를 해도 될 만큼 구독자 수가 모여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누군가 열심히 만든 상품의 광고를 믿고 맡겨도 될 만큼 콘텐츠를 잘 만든다는 뜻도 되니까. 이렇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이들에게 광고가 하나둘씩 들어온다. 하다 보니까 돈이 된다.
'계속 이 퀄리티를 유지하려면 돈이 더 필요한데. 빨리 돈 벌어서 이거도 사고, 저 자리에 가고 싶은데. 고지가 눈에 보이는 것 같은데... 정직하게 하면 조금 오래 걸릴 것 같다... 설마 누가 알겠어? 에라 모르겠다!'
그리 좋아하는 책은 아니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정말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었다. (뭐 대충 이런 뜻이었다.)
우리 모두는 빨리 꽃피고 싶어 한다. 봄이나 최소한 늦어도 여름에는 피어야지, 그때 피지 못하면 섣불리 루저, 패배자로 규정한다. 하지만 꽃은 자신에게 맞는 계절에 피어야 가장 아름답다. 높은 가을 하늘 아래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아름답고, 눈 덮인 나무 사이에 오롯이 핀 동백꽃이 우아하다. 자기 계절에 피어야 다음도 기약한다. 어설프게 빨리 피면 오히려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는다. 꽃에 대한 비유가 식상하다면 사람에 대한 예도 많다. 10대 후반에 벌써 슈퍼 유망주로 주목받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뒤늦게 기량이 만개하는 선수도 많다. 50대에 사업을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오히려 더 많지 않을까.) 박막례 할머니도 70대에 유튜브를 시작하셨다.
같은 크리에이터라도 각자의 페이스가 있었을진대 더 빨리 가려는 조급함이 결국 크리에이터로서의 생명을 단축시킨 것이 아니었을까?
"명성을 쌓는 데에는 20년이 걸리고 그 명성을 무너뜨리기에는 5분이면 충분하다." - 워런 버핏
현재가 어찌 됐든 크리에이터들이 몇 달, 몇 년에 걸쳐서 열심히 만든 채널들이 불과 몇 주 사이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며 괜한 허무함도 느낀다.(그것을 보며 성실하게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짧게나마 희망을 주었던 몇 년 전 김생민 아저씨도 생각난다.) 몇 년 간의 노력이 잘못된 선택으로 이렇게 추락하는 모습, 그리고 그 후 대처하는 모습까지 보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 일종의 공부가 된다.
저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평소에 어떤 생각과 마인드로 살아야 할까.
만약에, 만에 하나 잘못된 선택이나 나의 욕심으로 저런 일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신뢰가 중요한 세상, 그리고 점점 더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세상에서 더딘 것 같아도 정직함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현재 잘 나가든 못 나가든 너무 조급함에 지지 말아야겠다.
다 나에게 맞는 때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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