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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Jul 15. 2020

사기꾼이 링크드인을 통해 내게 접근했다

역시 사기 치는 놈들이 제일 부지런한 듯

링크드인 프로필을 잘 관리해 놓으면 가끔씩 인사 담당자들로부터 구직/이직 의사를 묻는 이메일을 받는다. 링크드인 프리미엄 서비스를 사용하면 링크드인 회원 누구에게나에게 Inmail이라고 하는 메시지 혹은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아무리 코로나 19로 힘들다 해도 이런 연락 종종 받고, 면접도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링크드인 프로필 만들어 두시는 거 꼭 추천합니다.) 그런 이메일은 보통 “Career Opportunity”이란 제목으로 오곤 한다.


어제 이런 류로 보이는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그냥 넘기려 했는데 뭔가 이전에 받았던 이메일과는 느낌이 달라서 호기심이 생겼다. 우선 보통 이런 이메일에서는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더라도 최소한 포지션과 하는 일, 업계는 아주 간략하게 알려주며 관심 있는지를 물어보는 편이다. 이번에는 회사도 보직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그냥 'Important proposal'이라고만 했다. 관심이 있는 척 자세히 알려달라며 답장을 보냈다.


이메일을 보내고 얼마 안 있어 장문의 답장이 왔다. 이메일은 아래와 같이 시작했다.

“My name is Ms Mary Wai Yi Huen and I am currently the Chief Executive Officer(CEO), Standard Chartered Bank (Hong Kong) Limited.”


냄새가 난다 냄새가 나. SC은행 CEO가 참 어지간히 할 일이 없나 보다.

 말이야 방구야  (이런 이메일 조심하셔요)


뭐 대충 보니 그녀가 관리하던 고객 한 명이 유언을 남기지 않고 갑자기 죽었단다. 유산을 받을 가족도 없단다. (어? 나 이거 나 본 적 있어. “소년 탐정 김전일”에서!) 앞으로 14일 안에 유산 상속받을 가족을 알려주지 않으면 그 돈은 정부에 귀속된단다. 그래서 그걸 막고 싶어서 내게 도움을 요청한 거다.


근데 왜 하필 나에게 이메일을 보냈을까?

내가 자신의 고객과 같은 성씨인 Lim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링크드인이란 미디어 특성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명을 사용한다. 그래서 다른 소셜 미디어와 달리 사용자의 본명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아마도 링크드인에서 이 성을 가진 사람에게 이메일을 다 보낸 듯하다. 중국은 당연하고 한국, 싱가포르 등 한자의 영향을 받은 국가에서 Lim이란 성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아마 Lim 뿐 아니라 'Lee'나 'Goh' 처럼 한자의 영향을 받은 꽤 많은 성씨들이 이런 피싱의 타깃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나의 의심은 $22,500,000 USD의 반을 사례비로 주겠다는 부분에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우와 이것만 도와주면 나 한 번에 13억 바로 땡길 수 있는 거야? ^^ 어떤 멍청이가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큰돈을 줄까? 어떻게든 혼자 다 먹으려고 하지. 여기서 불현듯 떠오른 게 얼마 전 재밌게 봤던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가장 많이 나온 대사였다.

  “큰돈 들어왔을 땐 아무도 믿으면 안 돼.”
그래 나 뭐 믿고 돈을 주겠다는 거야?


'Mary Huen scam'이란 이름으로 검색을 해 보면 나와 똑같은 이메일을 받은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다. 창의력이 별로 없는지 Mary의 고객은 모두 안식년으로 프랑스에서 지내다가 죽었다. 사망 연도만 바뀐다. 혹시 Mary Huen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관리한다면, 안식년은 갖지 말고 절대 프랑스는 가지 마세요. 

(사망한 나라라도 바꾸는 성의를 보여봐요. 왜 다 프랑스에서 죽어... 헉 정말 김전일에서 모티브를 얻은 거?)


아주 부지런한 이들은 2년 전에도 사망 연도만 바꾼 이메일을 사람들에게 줄기차게 뿌리고 있었고, 그때는 서양인들의 성씨를 가지고 장난치고 있었다.(지금도 이런 수법을 쓰는 걸 보면 이 방법이 어느 정도는 먹히나 보다...ㅠ) 나는 저 이메일까지 받고 나서 스팸 신고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사기꾼과 조금 더 장난을 친 사람들은 사망자와 친척임을 확인하는 서류를 같이 만들고,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몇 번 이메일을 더 주고 받으면 보증금 개념으로 돈을 부치라고 하겠지. 

 "너한테 곧 13억이 떨어질 건데 몇 백만 원 정도는 먼저 보낼 수 있잖아?" 


Mary Huen은 정말로 SC은행의 CEO던데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딴 사기가 돌아다니는 걸 알고 있을까? 이 사기꾼들은 이메일의 맨 마지막에 나의 의심을 잠재우고 싶어 CEO에 대한 기사 링크까지 보내는 성의를 보였다.  이 이름은 때에 따라서 다른 큰 기업과 그 기업의 CEO의 이름으로 바뀌곤 한다.

참 열심히도 산다.


우리를 등 쳐먹으려는 사람들은 정말 세계 어디에나 갖은 방법을 써 가며 존재한다. 정말로 사기꾼들이 제일 부지런한 듯.. 혹시나 이런 이메일을 받으시면 조심, 또 조심하세요~!



https://linktr.ee/wonders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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