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라 May 14. 2020

슬기로운 재택근무 생활

#해외취업 #재택근무 #나가고싶어요

현재 회사에 입사하기 전 프리랜서로 지내던 때가 있었다. 거실, 침실, 집 옥상은 물론, 카페, 도서관, 펍에 열심히 랩탑을 들고 다녔다. 여행 갈 때 들고 다니기도 했다. 누가 월급을 주는 게 아니었기에 한 명 한 명의 고객이 소중했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다 맞췄다. 그러다 보니 랩탑과 인터넷만 있는 곳이면 어디든 사무실이 되었다. 일하는 곳과 내가 생활하는 곳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재택 근무의 단점은 이 프리랜서 생활의 단점과 일치한다. 일하는 공간인 사무실과 휴식 공간인 집의 분리가 안 된다는 것.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 일이 끝나도 끝나지 않은 찝찝함이 남는다. 사무실을 떠나면 일을 보지 않으니 어쨌든 끝이 나는데 재택 근무는 그렇지가 않아 오히려 전보다 일을 많이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다시 회사라는 곳에 입사하며 한동안 이런 생활은 안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재택근무를 하게 될 줄 상상이나 했던가. 물론 지금은 과거와 달리 카페에서 일을 할 수가 없으니 그 점은 매우 안타깝다.

전세계가 재택근무를 하고 강제로 집에 갇혀 있다. 중국 우한의 도시 봉쇄가 풀리자 가장 많이 일어난 일은 이혼과 결혼이었단다. 사랑하는 연인을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혼인신고를 하고, 하루 종일 몇 달을 붙어있어야 했던 부부들은 서로의 진짜 모습에 학을 뗐다. 봉쇄령이 풀리는 날 결혼, 이혼 신청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했다. (결혼이든 이혼이든 쿨타임이 찰 때까지 기다린 거 맞아요?)

 "매일 남편(아내)이랑 같이 있는 게 이렇게 힘든 건 줄 몰랐네요. 누구 한 명이라도 회사 좀 갔으면 좋겠어요." ㅋㅋㅋ

뭐 비단 중국 뿐일까. 당장 포털 사이트의 커뮤니티만 가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많다. 이럴 때일수록 상대방에게 말을 더 예쁘게 해야 겠다 싶다.


재택 근무는 같이 사는 사람과의 관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재택 근무를 시작하고 나서 동료와의 미스 커뮤니케이션, 오해가 일어나는 빈도가 높아졌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이 빈도는 외국보다 한국에서 더 많지 않나 싶다. 한국은 다른 곳에 비해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이메일로 해도 될 거 전화로 하고, 전화로 해도 될 거 만나자고 한다. 갑자기 그것을 하지 못하고 메신저, 전화 등으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바뀌니 더 그렇지 않을까?) 그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는 와중에 일부러 coffee talk를 만들어서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게임하는 시간을 만드는 회사도 늘고 있다.


 "코펜하겐!"

 "울란바토르!"

분명히 일하는 시간인데 남편의 입에서 내가 이기겠다는 다급함과 함께 몽골의 수도가 나온다. 그러더니 다음주에는 틀린 그림 찾기를 하고 있다.

'뭐 하냐 쟤들. ㅋㅋㅋㅋ'

이랬는데... 그 일을 나도 그 다음주 부터 하고 있었다.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30분 내지 한 시간 동안 모여서 게임을 하거나 사소한 대화를 한다. 그때마다 영화 <신세계>에서 오랜만에 만났으니 밥이나 먹자는 정청(황정민)의 제안을 거절하는 이중구(박성웅)가 떠오른다.


" 거 됐수다. 솔직히 뭐 우리가 피차 마주앉아 정답게 밥 처먹을 살가운 사이는 아니잖수? 어디 그 밥알이 목구멍으로 곱게 넘어나 가겠수?"

박성웅 아저씨는 여전히 섹시하셔

대사 자체는 오바스럽지만 다들 사무실에서도 가깝게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다. 특히 사람이 많은 곳은 매일 얼굴 마주칠 일도 많지 않다. 회사는 다 마찬가지라지만 외국은 정말 자기 일만 하는 분위기다. 서로 간섭하지 않는 건 좋지만 그래서 친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예전에 썼던 '해외취업 그 후' 글 참고하시면 좋아요.) 요즘 이 Coffee talk에 거의 20명이 되는 사람이 모인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도 그렇게 많은 인원이 모여 커피 마시진 않잖아?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첫 화상채팅에서는 다들 어색해서 마치 누가 비디오 on 버튼을 마지막에 누르냐 내기라도 하듯 다들 마지못해 비디오를 켰다. 이제는 비디오를 통해 사람들을 보는 것도 익숙해져 간다. 비디오로 동료들의 집을 보는 것도, 가끔씩 그의 아이들이 뒤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노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를 통해 그래도 가까워지는 지는 느낌이 드니 coffee talk의 목적은 성공한 셈이다.


https://brunch.co.kr/@swimmingstar/270

이 회사에 들어온지 이제 7개월이 되었다. 그리고 재택 근무는 4개월 차. 동료들에게 익숙해지기 전에 재택 근무를 시작한 거다. 그래도 나같은 사람은 괜찮은 편일지 모른다. 2주 전에 새로 입사한 사람들은 동료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재택 근무행이다. 어깨 너머로 배우는 것도 많고, 얼굴을 마주 보면서 이야기를 하거나 질문을 하는 게 훨씬 편하고 얻는 게 많다. 친해지기도 하고. 아직도 새로 맞닥뜨리는 일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게 많은데 그럴 때마다 사무실에서보다 두세 배는 더 신경이 쓰인다. 확실히 이런 환경은 신입이나 아직 배울 게 많은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듯하다.


재택근무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끝나고 모두 사무실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예전과 같은 모습은 아닐 거라는 사람들이 많다. 또 이렇게 재택근무를 해도 일이 잘 돌아가는 것을 보며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재택 근무를 계속할 회사들도 늘어날 거라고 한다. 새로운 습관이 완전히 자기 것이 되려면 세 달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온 세상이 새로운 습관에 강제로 길들여지는 중인 셈이다. 어떤 세상이 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https://brunch.co.kr/@swimmingstar/48


https://brunch.co.kr/@swimmingstar/337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19가 바꾼 싱가포르 외국인 노동자 일상 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