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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Nov 04. 2020

내가 지금 뭘 클릭하고 있지?

영화 - 소셜 딜레마Social Dilemma

매일 구글을 검색한다.

매일 유튜브를 본다.

하루에 세네 번은 개인 메일을 확인한다.

가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도 들어가 본다.

매일 카카오톡을 쓴다.


처음 카카오톡을 접하고 신세계를 만난 느낌, 다들 기억하시는지? 그전까지 사용했던 문자는 보낼 때마다 돈이 나갔다. 기본 글자 수를 넘어가면 추가 요금이 붙으니 글자 수 확인이 필수였다. 젊은 층을 겨냥한 문자 특별 요금제 알(이걸 기억하는 내 나이는...ㅠ)과 커플 요금제가 있던 시절도 있었다.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편하게 하려고 존재하던 핸드폰 요금제는 카카오톡의 등장과 함께 사라졌다. 마음대로 원하는 만큼 돈 걱정 없이 수다 떨 수 있다는 것. 카카오톡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렇게 카카오톡을 매일 무료로 쓰지만 카카오는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까? 게다가 매일 사상 최대 실적이라고 하던데?


비단 카카오에만 해당하는 글은 아니다. 내가 매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들은 다 이런 식이다.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정보와 볼거리가 넘쳐나고 이용자의 수는 매일 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것들이 무료다. 

얼마 전부터 계속 나의 넷플릭스 화면에 뜨던 소셜 딜레마(The Social Dilemma)라는 영화를 숙제하듯 해치웠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소셜 미디어에 대한 단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단점으로는 소셜미디어 중독, 인간관계의 단절, 건강 문제 등이 있지만, 이 영화는 조금 더 깊고 우리의 미래와 관련된 것으로 데려간다.


 "머지않은 미래에 알고리즘은 나 자신보다 나를 잘 알게 될 겁니다. 인간은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A라는 상황에 맞닥뜨려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평안하든 긴장하든 분노하든 언제나 같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죠. 흥분한 상태에서 어떤 결정을 내린 후 후회한 경험이 다들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알고리즘이라면? 알고리즘은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내가 어떤 것을 선호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해 기억하고 분석합니다. 내가 모르는 나의 무의식까지 알아서 아마도 나보다 더 좋은 결정을 내려줄 겁니다. 그럴 때 알고리즘에게 자신의 결정권을 주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얼마 전 읽은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 나왔던 알고리즘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다. 그전까지 알고리즘 따위 무슨!이라고 생각하던 내가 이 책에 나왔던 몇 문단으로 약간의 무기력까지 느꼈던 기억이 있다.


알고리즘의 유일한 목표: "우리의 관심을 가능한 많이, 길게 가져가는 것."


영화에서는 사람이 알고리즘을 '연기'한다.

 "어 이런 걸 봤네? 이거 추천해 주자."

 "요즘 왜 이렇게 안 오지? 이거 한 번 봐~'

 "어라 이래도 안 볼래? 클릭 안 하고는 못 배길걸?"

알고리즘은 사람을 두고 실험실의 쥐처럼 실험을 한다. 우리가 가능한 오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늪에 빠져 있길 바라며 끊임없이 내가 볼만한 것들로 나의 피드를 업데이트한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내 취향을 토대로 그에 알맞은 광고에 노출시킴으로써 돈을 번다. 그리고 우리는 결국 그 물건을 사겠지. 이렇게만 본다면 그래도 OKAY 할 수 있다.(개중에는 내가 정말 필요하거나 찾던 물건이기도 하니까. 많지는 않지만..) 구글에게 나는 광고주들에게 파는 상품이지만, 구글이 내 삶을 편하게 만드는 걸 부정할 수 없으므로...

무언가를 무료로 사용한다면, 당신이 바로 상품이다.


하지만 문제는 관심을 끌기 위해 내가 그전에 봤던 것과 비슷한 것만 계속 보여준다는 것이다. <부부의 세계> 클립 몇 번 봤더니 화끈한 막장 불륜 드라마가 매일 피드에 뜨고(결국 클릭하고 말았다.), 90년대 노래 들으며 추억여행 한두 번 했다고 온라인 탑골공원에 갇혔다 겨우 탈출한 적이 있다. 다들 본인만의 알고리즘에 갇혀 있던 적이 있을 거다. ^^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는 "5G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아니 코로나도 가짜다"는 가짜 뉴스를 믿고 그것 때문에 시위까지 일어났다.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것을 믿을 수 있나 싶은데, 저런 뉴스 몇 번 본 사람들의 피드에는 저런 것들만 보인다. 그렇게 되니 그들에게 5G와 코로나는 세상을 위협하는 거대한 음모이고, 본인들은 그것에 맞서 싸우는 히어로다. (영화에서는 가짜 뉴스에 빠지는 과정을 짧은 드라마로 보여준다.)


다른 의견, 다른 생각을 보지 못하니 세상이 다 그런 줄 안다. 원래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동물이긴 하나 알고리즘은 그것을 악화시킨다. 내가 보는 것이 거짓일 수도, 다른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소셜미디어로 멀리 있는 사람과도 연결되어 있어 나는 여러 의견을 참고하고 있다고 착각만 하며 오히려 더 좁은 세상에 갇히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게다가 이런 사이트들은 광고주에게 돈만 받으면 되니 솔직히 무슨 상관일까. 광고주가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자본을 들여서 침투해 온다면 내가 그걸 이겨낼 도리가 있을까. 그리고 알고리즘을 수정하고 만드는 이는 이윤만 챙기면 되는데.


이렇게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알고리즘 속에서 사람들의 생각이 더 극단으로 치닫는다. 바로 이것이 가장 무서운 일인지도 모른다. 서로를 이해하기엔 그 차이가 너무나 커진다. 그렇다, 양극화는 우리 생각에서도 일어나는 중이다. 최적의 알고리즘을 위해 일했던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은 이제 이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이 만든 알고리즘을 경고한다.

영화에서 알고리즘을 연기하는 세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사람에게 희망을 찾는다.(사실 억지로 희망을 주면서 마무리하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이런 사태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영화 속 인터뷰이들은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들로 다음과 같은 것을 추천한다.


- 추천 목록 제거

- 알림 설정 제거

- 구글 말고 (기록이 남지 않는)다른 서치 엔진 쓰기

- 일부러 아무거나 클릭해서 내 취향을 가늠하지 못하게 만들기


등등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것이 내가 선택한 건가? 안 그래도 재택근무로 밖에 나가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 집에만 있는데 그래서 더욱더 소셜미디어와 친해지고 있는데... 가면 갈수록 내가 보는 모든 것들이 다 환상같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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