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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Nov 22. 2018

유혹을 이겨내기 위한 유일한 방법

<그리스인 조르바>와 광고 한 스푼 


문화센터 전단지에 나온 광고입니다.. ㅋ

글 시작전에 잠깐 드릴 얘기가 있어요. ^^


지난 8월에 나온 책 덕분에 운 좋게 강연이란 걸 하게 됐습니다. 강의 같은 건 한 번도 안 해봐서 중간에 손 떨고 오줌 싸버릴까 봐 정말 겁이 납니다. 내가 남들에게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할 정도로 과연 성숙한 인간인가 의심도 되지만 저를 성장시켰던 건 '도전'이었다는 사실과 좋은 가치를 나눌 수 있다고 믿고 믿으며 하기로 했습니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삽질, 무엇보다 밖으로 나돌면서 배운 것을 삶에 적용하며 조금이나마 나 답게 사는 이야기 등에 대해서 할 예정이에요. 

장소: 롯데마트 문화센터 충남 천안 성정점 1월 29일 13시 https://bit.ly/2KcvgbI

        롯데마트 문화센터 충북 청주 상당점 1월 30일 10시 https://bit.ly/2A4ezuv

참가비: 2,000원

참가신청은 12월 7일까지 받는대요. 그 주변에 사시는데 그 날 심심할 예정이시거나, 사는 이야기, 여행하는 이야기 듣고 싶으신 분들, 혹시나 제가 보고 싶으신 분들 그 날 만나요~!





이름도 어려운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는 작가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우연히 읽고 처음으로 작가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책과 캐릭터를 남기고 간 작가는 얼마나 뿌듯할까.' 


인생사 다 통달한 철학자 같다가도 골 때릴 정도로 미친놈인 조르바 아저씨는 매력이 철철 넘친다. 여러 번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좋았다. 책과 지식으로 무장한 주인공 '나'(이 소설은 1인칭 시점)와 학교는 근처도 안 가봤지만 온몸의 감각으로 세상을 살아온 뜨거운 가슴과 직관을 가진 '조르바' 아저씨(인생은 60부터^^).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어떤 선택을 앞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일을 그만둘까 말까, 책을 쓸까 말까, 시작할까 말까 등. 아마도 조르바 아저씨한테 용기를 얻고 싶었던 것 같다.


뭔 소리여? 조르바 아저씨가 필요해



 “내가 뭘 먹고 싶거나 갖고 싶으면 어찌하는 줄 아시오? 목구멍이 터지도록 처넣는 겁니다. 그래야 다시는 그놈의 생각이 안 나거든요.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나는 거지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 아실 거요. 어렸을 때 나는 버찌에 미쳐 있었어요. 먹고 싶어도 돈이 있어야지요. 돈이 없으니 한 번에 많이 살 수도 없고 조금 사 먹을라치면 아쉬워서 더 먹고 싶어 지고. 밤이나 낮이나 그놈의 버찌 생각에 환장을 하겠더라고요. 어느 날 화가 납디다. 창피해서 그랬을지도 몰라요 어쨌든 버찌가 날 데리고 논다는 생각이 드니까 속이 상했어요. 그래서 어찌했는지 아시오? 밤중에 일어나 아버지 주머니에서 은화 한 닢을 훔쳤어요. 다음 날 아침 일찍 시장으로 달려가 버찌 한 소쿠리를 사서는 도랑에 숨어서 먹었어요. 넘어올 때까지 처먹으니까 배가 아프고 구역질이 나더군요. 네, 보스. 몽땅 다 토했다오. 그날부터 나는 버찌를 먹고 싶다는 생각 따위는 한 적이 없습니다. 보기만 해도 싫어요. 나는 구원을 받은 거지요. 언제 어디서 버찌를 봐도 이제 너하고는 볼일 없다 이렇게 말합니다. 나중에는 담배랑 술 하고도 똑같은 짓을 했습니다. 나는 지금도 피우고 마시기는 하지만 끊고 싶으면 언제든 끊을 수 있어요. 정열의 지배 같은 건 받지 않아요. 고향도 똑같아요. 한때는 너무 그리워서 죽을 것 같았지만 그것도 역시 목구멍에 처넣고 토해 버렸어요. 그때부터는 날 괴롭히지 않더군요.”

 “여자는 어때요?”

 “여자도 차례가 올 겁니다. 에이, 젠장맞을 년들! 올 겁니다. 내 나이 일흔이 되면 올 겁니다.”

 “아니, 여든으로 합시다. 보스, 우스워도 웃지 마시오. 이게 사람이 자유를 얻는 도리라는 겁니다. 내 말 잘 들어둬요. 토할 만큼 처넣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금욕주의 같은 걸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어요. 보스, 생각해 봐요. 반쯤 악마가 되지 않고서야 어떻게 악마를 다룰 수 있겠습니까?”


<그리스인 조르바> 중




<알쓸신잡>을 보다가 뜬금없이 조르바 아저씨를 소환했다.

유혹은 내 마음에 들어와 나를 안달 나게 만드는 것, 안 하면 돌아버릴 것 같은 것이다. 그건 일일 수도, 사람일 수도, 장소일 수도 있다. "더 이상 정열의 지배를 받지 않아요."는 어떤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같은 욕구는 언제든 생길 수 있지만 처음 그것을 원할 때처럼 환장하거나 미치지는 않는다. 더 이상 그것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너를 좋아하지만 나의 중심을 지키는 것."

혹자는 그것이 너무 이성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미쳐본 사람은 미련이 없다. 그래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겁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봐야 한다. 많이 해 볼수록 유혹에 대한 항체가 생기고, 독감이 될 수도 있는 일이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갈 테니까.


 "특별했던 것을 별 것 아닌 걸로 만드는 것이 삶"이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여기서 특별하다는 것은 어떤 일에 내 마음이 뺏긴 것이다. '내게 특별한 그 일'을 특별하게만 남겨두면 콩이 메주가 되는 것을 넘어 썩어서 악취가 난다. 생각만 해도 아련해서 그것을 떠올릴 때마다 괴롭다. 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서 '점점 특별해져 가는 그 일'은 잠 안 오는 밤이나 삶이 고단할 때 유령처럼 다가와 나를 괴롭힌다. 

(이 글을 쓰고 발행을 누를 때쯤 '오늘 내게 최고의 경험을 준 것이 내일은 평범한 것으로 전락하는 게 인생이다.'는 글을 보았다. 브라보!)


유혹을 받아들이면 두 가지가 남는다.

 "너무 좋다." 혹은 "별거 아니네."

하지 않으면 한 가지만 남는다.

 "해 볼걸."


"돈이 없으니 한 번에 많이 살 수도 없고 조금 사 먹을라치면 아쉬워서 더 먹고 싶어 지고. 밤이나 낮이나 그놈의 버찌 생각에 환장을 하겠더라고요."

역시 뭐든 깔짝대기만 하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이에요. 말도 대충하고 착한 일도 대충 하는 척만 하고 그러니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되는 겁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해야지요. 못 하나 박는 것도 성실하게 해야 임무가 완수되는 거예요. 하느님은 대장 악마보다 어정쩡하게 반만 악마인 것들을 더 미워하시는 거요."


다시 한번 조르바 아저씨에게 배우고 간다. "화끈하게"라고. :)

음..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그러니까... 범죄만 아니라면 나를 유혹하는 것들에 굴복해서 갈 때까지 가 보자?



https://brunch.co.kr/@swimmingstar/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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