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시작된지 거의 2개월이 지나고 있으니 '새해 목표'라고 어그로를 끌어보았지만, 그냥 목표가 실패하는 이유임. ^^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상을 만나게 됐다.
제목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이유는 그 영상이 지금은 유튜브에 없기 때문이다.. ㅠㅠ 아무래도 유튜브 라이브 영상이어서 그러지 싶다. '제이퍼포먼스코칭'이라는 곳에서 했던, 길이도 한 시간 반이 훌쩍 넘는 그 영상을 한 스무 번은 들은 것 같다. 그 영상이 사라진 게 아쉽기도 하고, 그걸 복습하고 공유도 하고 싶어 글로 급하게 써 봄.
지금까지 나는 우리가 실패하는 수많은 이유를 들어왔다. 게으르고, 의지가 없고, 시간이 없고, 돈이 없고, 도와줄 사람이 없고, 노오오오력을 안 하고 등... 하지만 이 영상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실패하는 이유는 목표 자체가 잘 못 됐기 때문이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목표 안에 '진짜 나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 끌고 갈 힘이 없다. 그리고 어찌어찌 성공하더라도 그 후에는 충만감이 아닌 허무함이 찾아온다.
그 코치님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가 세우는 대부분의 목표는 상처와 피해의식, 남과의 비교 등에서 비롯된, 진짜 나는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거다. 그럼 우리가 세운 실패한 목표들의 4가지 유형을 살펴보자. (+나의 경우도 함께)
1. Safe
이전에 실패했던 기억, 혹은 가까운 지인의 실패했던 기억에서 비롯되어 안전한 목표만을 설정하고 그대로 사는 삶. 역시나 이런 목표를 이뤘다고 해도 뭔가 찜찜하고 답답할 것이다. 영상에서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보였다.
"안전한 미래를 위해 공무원이란 직업을 선택하고 도전했다고 봅시다. -직업 비하 절대 아니고 예시예요!!- 부모님이 사업하시다 실패한 기억도 있고 부모님도 나도 안전한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런데 막상 되고 보니 너무 허무해. 재미가 없고 답답해요. 사실 내 안에서는 그걸 원하지 않았던 거지."
2. "여기서 벗어나기만 하자!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 Escape
지금 이 상태가 너무나도 끔찍해서 어디로든 도피하고 싶어, 이것만 아니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나온 목표.
목표의 중심이 나 자신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곳에 가더라도 다시 방황할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그것은 나를 염두에 두고 만든 목표가 아니었으므로.
영상 속에서 코치님들은 이 잘못된 목표를 재미난 예를 들어 설명해 주셨다.
"내가 선을 보러 나갔어요. 그런데 이 남자가 현재 자신의 나쁜 상황을 쭉 나열하면서 이걸 없애기 위해 나와 결혼을 해야 겠다고 말해요. 그런 남자와 만나고 싶겠어요?"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면접관에게 이전 회사의 단점만 쭉 나열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너희 회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너희 회사에 다니고 싶다.라고 말한다면요? 우리 회사가 좋아서가 아니라 이전 회사가 거지같아서 다니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을 뽑고 싶을까요?"
*나는 그 회사에서의 상황이 싫어 이직했던 경험이 있다. 더 알아보지 않고 급하게 했던 이직의 결과는 번아웃으로 이어졌다.. ㅠㅠ
으아아마캉얃 복수하고 말거야!!!
3. "두고 봐라. 내가 꼭 성공해서 널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 Revenge
과거 어떤 일로 인해 상처받은 나는 그 상대(사람이나 상황이 될 수 있음)에게 복수하기 위해 성공을 원한다. 그 사람을 이기기만 하면 되는 거다. 하지만 그 상대를 이긴다고 해도 충족감 따위는 없다. 물론 그것보다 더 아찔한 일은... 그 상대는 내가 그를 이겼든 말든 관심이 없다는 거다. 비참하네 ㅠㅠ
그리고 코치님들이 날리는 한 마디.
"Nobody knows you. Nobody remembers you."
*음.. 복수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내가 특정 일을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나의 성공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내 눈 앞에서 보는 일은 엄청나게 흥분되고 짜릿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그들의 달라진 눈빛이 뭐라고?
나는 이내 내 목표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고작 이거 하려고 내가 그 고생을 한 거야?'
'이거 해 보니 별거 아니네. 그 시간에 내가 이보다 더 높은 목표, 의미 있는 목표를 세웠더라면 어땠을까?'
그 목표를 이뤘기 때문에 내가 그 다음 목표를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면 할 말 없지만.. 상당히 헷갈리는 경험이었다.
4. "내가 꼭 성공해서 이 집안을 일으켜 세운다!" - Saver
한국 사람에게 많이 보이는 유형 중의 하나일 듯하다. 이 책임감으로 진짜 나 자신이 원할 만한 일을 선택하지 않고 타인을 구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게 가족인 경우가 많을 거다. 꼭 이 상황을 바꿀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처럼. 사실 아무도 나에게 성공해서 나를 구원해 달라고 한 적은 없는데도.
누군가의 존재나 어떤 상황이 동기부여가 되어 열심히 살게 만드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게 심해지면 다음과 같은 일이 많이 펼쳐질 거다.
"내가 누구 때문에 지금까지 이렇게 했는데?"
"누가 해 달라고 했어?"
특히 이 건 내가 아끼는 누군가와 연결된 거라 떨쳐내기 가장 어렵고 그 마음에 가려져 내가 그렇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가장 힘들 거 같다. 하지만 애초에 타인이 연결되었기에 그 행동이 어긋나거나 지나치면 애꿎은 인간관계까지 나빠질 수 있다.
* 실제로 나는 누군가를 구원.. 까지는 아니고 아주 많이 돕겠다는 마음으로 어떤 행동을 계속한 적이 있다. 처음 고마워하던 그는 이내 그걸 조금씩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 생각만큼 고마움을 느끼기보다는 어떤 하나의 일에 꼬투리를 잡으며 나를 물어뜯었고 우리의 관계는 그렇게 끝났다. 그 사람이 미운 것도 미운 거지만, 그보다는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 모든 일은 내가 그를 돕겠다는(구원하겠다는) 나의 얄팍하고 오만한 마음에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누가 누굴 구원해. 내 인생 하나 책임지면 다행이지.'
여기까지 적다 보니 예전의 연애도 생각난다. 나는 그와 너무나도 헤어지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그는 못 헤어진다고 매달리는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기를 몇 년, 어쨌든 우리는 헤어졌고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이별로 아플 그 사람 마음까지' 책임지고 싶어 했음을. 게다가 더 최악인 건이건 그 사람을 아껴서가 아닌, 나의 어떤 선민의식이나 도덕적 우위에 서고 싶은 마음 때문에. 정말 너무 같잖다...
헤어짐에 따른 아픔은 각자가 이겨내야 할 몫인데 나는 그 아픔을 지레짐작하여 더 앞으로 나가지 못했던 거다. 좀 더 욕먹을 각오를 하고 각자의 생각만 하고 진작 헤어졌으면 좀 더 아름답게(?) 끝날 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 얄팍한 마음을 핑계로 떳떳하지 못한 짓을 반복했고 결국 아주 드러운 이별을 만들었다.
본인의 목표가 위 네 가지 중 하나만 해당될 수도 있고, 몇 개가 뒤섞여 있을 수도 있다. 나는 목표에 따라 여러 개가 다 섞여 있었다.ㅠㅠ 이 내용을 곱씹어 보니 꼭 목표가 아니라 내가 은연중에 하는 행동의 이유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결국 우리의 그 무의식이 목표까지 연결되는 것이니.
아무튼 요즘 나는 어설프게 목표를 세우고 번복하는 것보다 그냥 이것저것 배우고 해 보는 것을 하고 있다. 이런 경험이 조금 쌓이면 내가 목표를 만들지 않더라도 알아서 만들어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