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종종 받는 질문 중 하나다. 받는다. 아마도 많이 궁금하시기도 할 거고, 무엇보다 내가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게 있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니.
사실 그 나라에 가서 취직하는 것이 당연히 가장 좋다. 면접을 보기도 쉽고 현지에 있으니 어쨌든 마음도 편할 거고 비슷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회사 입장에서는 지원자가 해당 국가의 문화를 어느 정도 알고 있고, 바로 함께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테니.
역으로 한 번 생각해 볼까? 예를 들어 현재 우리 팀에서 채용 계획이 있고, 그 사람은 중국어 가능자면 좋겠다고 가정해 보자. 수백 개의 이력서 중 한 지원자는 우리가 원하는 능력을 고루 갖추긴 했지만, 중국 광저우에 사는 중국인이 낸 이력서이다. 서류를 확인하는 입장에서 이런 서류를 받으면 무슨 생각이 들 것 같은가?
‘이 중국인은 정말 한국에 와서 일하려고 지원한 걸까? 와서 적응은 할 수 있으려나?’
아무리 그 사람이 인재고, 한국어도 정말 잘한다고 해도 직접 이야기해 보기 전인 서류만 봤을 때는 이런 의심이 들 거다.
그럼 진짜 그 나라로 가야 하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코로나19는 채용 과정도 일하는 방식도 많이 바꾸었다. 많은 회사가 허리띠를 졸라매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사람이 필요한 곳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국경을 넘는 게 힘들어지고 비자 발급도 어려워졌다. 그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일반 회사에서도 화상면접과 재택근무를 많이 도입하게 됐다. 불과 몇 년 사이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익숙해지게 됐고, 화상면접도 재택근무도 충분히 생산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다 보니 엔데믹이 선포됐음에도 재택근무와 화상면접을 지속하는 회사들이 많다.(물론 한국은 제외 ^^;)
예전만 해도 화상면접과 재택근무는 해외 스타트업이나 프리랜서 직종에서 많이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일반 회사에서도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 나라에 가지 않고도 우선 지원하고 면접을 보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최근에 상담하고 해외취업까지 하신 분들의 케이스만 봐도 서류와 면접 모두 온라인으로 하셨다. 그리고 비자까지 다 발급받은 후 그 나라에 입국해서 근무 중이시다. 그중 한 분은 이미 싱가포르에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화상면접을 본 게 더 많다고 하셨다.
그리고 해외에 있는다고 해도 결국 요즘 시대에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게 이루어지기에 한국에 있는다고 해서 정보에 크게 뒤처져 있다고 볼 수도 없다. 해외에서도 외국인들끼리 인맥 등을 위해 쓰는 건 결국 링크드인인지라…
1) 그 나라로 가기 전부터 가고 싶은 회사에 지원을 하시고,
2) 링크드인 프로필도 잘 꾸며 놓으시고,
3) 가능하다면 면접을 3개 정도 잡고 가시는 걸 추천드린다.
4) 해당 나라의 내가 원하는 직종에서 이미 일하고 계신 분에게 얼굴에 철판 깔고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해서 약속을 잡는 것도 추천드린다.
보통 마음속에 열정이 가득한 채 그 나라에 도착하지만, 서류 혹 면접 탈락이 계속 이어지면(빨리 되면 좋지만 언제 된다는 보장이 없다.ㅠㅠ) 마음고생이 정말 심하다. 2~3개월 안에 취직이 되면 좋겠지만 그 이상을 하다 보면 서서히 멘탈이 흔들린다. 게다가 가족, 친구 다 없는 곳에 왔으니 한국에서 탈락하는 것보다 마음의 상처는 배로 다가온다. 마음을 기댈 곳도 없다. 그래서 무언가 비빌 언덕을 만들어 놓고 출국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단, 우선 그 나라로 가야겠다고 하신다면!)
나는 무턱대고 싱가포르로 가서 취직한 케이스인데 그 기간이 오래 걸렸다.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 연인, 회사를 모두 뒤로 하고 해외취업이라는 꿈을 찾아왔다. 다행히 일주일에 한 번은 면접을 보긴 했지만 번번이 떨어지는 통에 내 멘탈은 거의 매일 탈곡기로 탈탈 털렸다.
‘내가 자격 미달인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나.’
‘아니 여기서 일 한 번 해 보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이야? 이게 내 길이 아닌가?’
지금 생각해 보면 해외취업 준비가 아니라 멘탈 단련을 위한 인생 수업 기간이었다. 다행히 싱가포르에서 새로 알게 된 좋은 사람들 덕분에 다 포기하고 한국에 가려던 마음을 다시 고쳐먹고 다시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 달콤한(!) 해외취업의 목표를 달성했지만. 진짜 취업했다고 말할 수 있을 회사에 정착하기까지 걸린 기간이 약 10개월이다. 물론 한국에서 직장 다니며 모아놓은 돈은 이미 다 까먹고 아르바이트도 해야 했다.(당시 내 신분으로 아르바이트는 불법이었다…) 가지고 있던 비자가 만료되어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기 위해 근처 말레이시아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 시간을 후회하는 건 아니다. 한국인이 아닌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생전 처음 해 보는 해외생활에 정말 배운 것도 많고 재미있었다. 고생도 했지만 사실 후회 없이 아주 잘 놀기도 했다.
‘영문이력서나 제대로 만들어서 갈걸. 면접(혹은 약속)을 하나라도 좀 잡아보고 갈걸.’
그 시절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내가 참 미련했다는 생각은 자주 한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하면 좋았을 걸... 나는 개인적으로 그 시간을 내가 꼭 겪어야만 했던 과정으로 생각한다. 취업을 떠나 나란 인간이 전보다 성숙된 시기였기에 어찌 보면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 그런데 성숙은 절대 그냥 이루어지는 법이 없어서 어느 정도의 맘고생과 개고생을 필요로 한다.
빨리 취직이 되면 모르겠지만 아무 보장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곳으로 가는 건 너무 위험부담이 크지 않을까? 물론 지인들 중에는 3~4개월 안에 취직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게 해당되지 않았다. 너무나도 복불복, 케바케인 문제이기에 나는 웬만하면 무턱대고 나가는 것보다는 일단 한국에서 최대한 해 보시는 걸 추천한다.
취업으로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 항상 응원합니다.
그때의 이야기가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도 읽어보시면 좋아요. ^^
https://brunch.co.kr/@swimmingstar/229
https://brunch.co.kr/@swimmingstar/266
<번외>
*내가 생각하는 요즘 화상면접을 선호하는 이유.
1. 일단 코로나19 이후 화상미팅이 익숙해졌음. 훨씬 경제적이고 서로의 시간 낭비도 없음. 지원자 역시 굳이 그 회사에 가 보지 않아도 됨. (물론 직접 회사에 가서 미래의 동료들과 제품/서비스를 보는 것은 어마어마한 장점이다. 내가 다닐 수도 있을 회사를 내 눈으로 직접 파악할 수 있으니!!)
2. 일할 곳과 인사 담당자가 다른 나라에 있는 경우가 꽤 많음.
분명 싱가포르에서 하는 일이였음에도 영국에 있는 리크루터에게 먼저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글로벌 기업의 경우 한 지사가 다른 지사의 채용까지 맡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때도 당연히 화상면접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