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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Sep 18. 2023

법륜스님, 프랑스어 시험, 실체 파악 그리고 육아

2023년 9월 전반전에 한 생각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라도 지난 2주 동안 했던 생각들을 적어보려 합니다. 스스로 정리 및 발전시키고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좀 줄여보려고요.



1. 법륜스님께 질문하기. - 아마 올해 한 일 중에 가장 잘 하고 용기낸 일.


무교지만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종종 듣는다. 들으며 정말 많이 배우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번에 법륜스님이 유럽에 오셨다! 온라인으로만 보던 즉문즉설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니! 일생에 단 한번일지도 모를 이날, 2023년 1년치 용기를 몽땅 짜내 법륜스님께 질문까지 드렸다. (남들 앞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소심한 나한테는 도전이었는데 그걸 해내서 너무 대견함.^^) 며칠 동안 나를 괴롭히던, 아닌 살면서 비슷한 일이 생길 때마다 며칠이고 나를 괴롭히며 집착녀로 만들었던 이 질문을 하고 나는 드디어 해방되었다!

사소한 일들이라 좀 거슬린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일 역시 내게는 중요한 일이고 내 삶의 경험이고 재산이다. 다르게 말하면 사실 나는 그 깜냥 밖에 안 되는 인간이기에 그 일들은 사소한 게 아닌거다.
내가 그것밖에 안 되는 인간임을 인정하기.
가볍게 여기지 말고 거기서 배울 것.
사실 살면서 더 상처되는 일들도 많았는데 그 일들이 상처로 남지도 않고 다시는 생기지 않았던 건, 내가 그 일을 중요하게 여기고 거기서 배우고 나 자신을 바꾸었기 때문이었다.


스님 오래 사시고 복 받으시옵소서,,,,


2. 프랑스어 시험

영어는 못하면 회사에서 잘리니까 죽어라 공부했는데 프랑스어는 그게 아니라 공부도 게을러진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내 등을 내가 떠미는 수 밖에. 그래서 프랑스어 시험에 등록했다. 이번 시험 통과하면 그래도 프랑스어 초보 딱지는 떼는 셈. 앞으로 한 달 남아서 벼락치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틈 날때마다, 아니 틈을 만들어 공부하는 중. 그런데 프랑스어 시험에는 어떤 레벨이든 말하기와 작문 파트가 있다...

(그래서 응시료도 비싼건가요? ㅠㅠ)


재미있게도 프랑스어를 공부하면서 영어에 대해 더 알게 된다. 특히 영어의 전치사 부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느낌?

역시 프랑스어가 영어의 부모 언어(?) 중 하나라서 그런건가.(영국인들은 전세계를 돌아다니면 이것저것 다 가지고 왔는데 언어도 그리 되었다. 영어는 30%의 프랑스어, 30%의 게르만어, 그리고 나머지는 그리스어, 라틴어, 바이킹어 등에서 갖다 만든, 언어계의 ‘짬뽕’이라고 한다.)


프랑스어를 배우면 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인 3개국어자가 되는 일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운이 좋은 건

내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기간과 아이가 인간의 언어를 습득하는 기간이 겹치는 거다. 나도 새로운 언어를 다시 배우고 있으니 아이가 말을 배워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고 나도 많이 느낀다.


3. 실체 파악

배울 게 있다고 느낀 분의 실체(?)를 알게 되며 우리는 결국 다 허점투성이 인간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우리는 미디어 속 누군가를 보며 동경하거나 존경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결국 그저 하나의 인간이라는 것을.

물론 그래도 배울 점은 남아있기에 적당한 마음의 선을 유지할거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오히려 진정성으로 승부 볼 수 있지 않을까.

가끔 나의 완벽주의 성향이 내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쫄 필요 없이 당당히 내가 할 수 있은 선에서 최선 다하며 살자.

4. 아기를 기르며 느끼는 행복

" 나중에 아이 낳으면 알거야. 네살까지 정말 너무너무 이쁘거든. 부모는 그때의 기억으로 평생 사는거야. 자식은 네 살까지 이미 평생 할 효도 다 했어. 그러니 자식한테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마.'

몇 년 전에 중학생, 초등학생을 기르던 이모뻘 되던 언니가 지나가듯 한 말이었다.


요즘 나는 그 언니가 말한 아이의 가장 예쁜 시기를 지나는 중이다. ‘진짜 예뻐죽겠네’라는 말이 뭔지도 알겠고 뭐 이렇게 예쁜 게 내 뱃속에서 나왔나 매일 신기하다. 물론 꼭 엄마랑 모든 걸 같이 하려 하고 떨어지지 않으려 해서 솔직히 귀찮고 피곤할 때도 있지만 이 시기가 아이에게도 내게도 평생 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버틴다. 그래, 나중에는 내가 먼저 안아달라고 안아달라고 해야 안아주겠지? ㅠㅠ


세상에는 뭔가 바라지 않고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것이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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