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에 푹 빠져 살던 때가 있었다. 사실 그때가 글쓰기라는 애인과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라고 볼수도 있을텐데.. 그때는 출판사에서 책을 출판하자고 메일 받기 훨씬 전이고, 내 브런치에 독자가 천명이 되지도 않던 때였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옆에 두고 침대에서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글 쓰는 시간, 혹은 출근 전 한 시간 정도 일찍 집을 나와 출근길 지하철에서 글을 쓰던 그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스스로를 치유했고, 나의 인생을 정리하고 그걸 이야기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런 시간을 몇 년 정도 보내면서 글쓰기 실력이 뭐 늘었다면 늘었던 모양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를 어느 정도 파악도 하게 됐고 나의 글쓰는 스타일도 자리 잡혀갔다.
그리고 보람이 있었던지 구글에서 특정 단어로 검색하면 내 글이 상위에 뜨고, Daum 메인 화면에도 내 글이 나오고, 출판사에서 출판하자고 먼저 연락 받았다. (이런 식으로 연락 받는 거… 아마 SNS를 하는 모든 사람이 바라는 것 중 하나일 거다.)
글쓰기라는 것에도 권태기가 찾아온다. 몇 년간 글쓰기를 통해 내가 하고 싶었던 퀘스트를 다 이루고 나니, 의무감에 컴퓨터 앞에 앉아 멍하니 하얀 워드파일을 보며 멍만 때리고 있는 때가 찾아온다. 그렇게 감사했던 독자들마저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너무 오래 만나 이미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갈 때까지 간 커플 마냥 더 이상 그를 만나러 가는 시간이 재미있지도 기다려지지도 않는다. 나를 믿어주는 그의 존재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렇게 나는 글쓰기와도 권태기를 맞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글쓰기와 브런치에 잠수를 고했다. 약 몇 년간...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머릿속에서 엄청 떠다녔다. 그렇지만 이걸 쓰고 싶은 마음도 용기도 안 생겼다.
“혹시 무슨 일 생기신 거 아니죠?”
라며 내 안부를 묻던 독자들에게 너무 미안하기도 했지만 변덕스런 인간인 것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요즘 들어 다시 정신 차리려는 와중에, 최근 취업 컨설팅하던 중에 컨설팅 받으시던 분이 내 책을 보여주셨다.
“저 지난번 컨설팅하고 나서 사라님 책 다 사서 천천히 보고 있어요. 그런데 글 좀 잘 쓰시는 거 같아요.”
나는 관종인 듯 관종아닌 관종인지라 누가 내 책을 보거나 샀다고 하면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분명 남들 보라고 쓴 책인데 그걸 누군가가 들고 있으면 어디론가 숨고 싶어져 급히 말을 돌리기가 일쑤다.
이 분과 이야기하고 나서 왜 그런지 몰라도 내 책을 네이버에 한 번 검색해 봤다. 사실 한 번도 검색해 본 적이 없는데 그냥 그러고 싶었다. 그러다가 어떤 분이 내 책의 리뷰를 블로그에 (https://lnkd.in/ea4d-B4N 남기신 걸 봤다. 그리고 오랜만에 좀 울컥했다.
그래 내가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되고 싶었던 한 사람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
있는 척 하지 않고 최대한 쉽게, 그리고 술술 읽히는 글을 쓰는 사람.
아무튼 이 권태기도, 잠수의 시간도 지나니 내가 왜 이 글쓰기라는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상대를 꼴도 보기 싫어했는지 조금은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돌아오면서는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글을 ‘가볍게’ 올리는 것이 이 권태기를 이겨내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렇게 글을 올려 본다.
+여러분의 글쓰기를(브런치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게으른 저의 엉덩이를 걷어차기 위해, 그리고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라고 하니 기존의 글과 새 글을 합쳐 새로운 연재를 해 볼까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쪽팔려서라도 글을 쓰겠지요.
https://brunch.co.kr/@swimmingstar/383
저라는 인간은 이런 꿍꿍이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