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국립도서관
너무 예전에 다녀온 곳이라 좀 망설여지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다녀왔던 도서관이니까.
2012년 12월 24일.
도서관 가기 좋은 날은 아니지만, 캄보디아 배낭여행의 첫날 발길 닿는대로 걷다가 운좋게 캄보디아 국립 도서관을 맞닥 뜨렸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다시 사진을 보니 도서관이란 말이 프랑스어로 쓰여 있다. 그래, 캄보디아가 프랑스 식민지였지. 안타까운 그들의 역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그들을 강제로 통치했던 사람들의 언어를 아직도 국립도서관에 남겨두었다는 게 충격이다. (물론 그 뒤에 있는 캄보디아어로 도서관이라 쓰였으리라 짐작은 된다.) 만약 대한민국 국립도서관에 일본어로 도서관이라 적혀 있다면, 1시간도 채 안 되어 국민들이 들고 일어서겠지. 캄보디아인들이 이런 것까지 신경쓸 만큼의 여력이 없는 게 아닐까 싶어 씁쓸하다.
보통 한 나라의 국립도서관이라면 복수의 층으로 이루어진 한 빌딩 전체가 국립도서관으로 쓰일거라고 기대하는데, 캄보디아에서는 사진으로 보이는 이 1층 건물이 전부다. 그렇다고 1층 면적이 방대하지도 않다.
그러고 보니 언제나 여름인 캄보디아의 날씨임에도, 도서관에는 에어콘이 없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팬과 사서의 책상 위에 놓인 자그만 선풍기. 다행히도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 도서관 안의 공기도 시원하다. 아니면 사람이 없어서 시원할 수도 있겠지. 사람이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한 12월 24일, 도서관은 사서마저도 자리를 비웠다. (그러고 보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굳이 이곳에 들어간 내가 더 이상한 사람일 수 있겠다.)
정돈되지 않은 책장과 무엇을 기준으로 분류되었는지 모를 책들. 잡지, 어린이 도서, 소설, 역사 등등 방대한 양의 책이 한 공간에 그저 모여 있다. 책 관리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단 한 명 남아 있던 사서에게 다른 공간은 더 없냐고 물었더니 화장실의 위치를 알려준다. 그래, 이참에 화장실이나 한 번 가보자 했는데, 화장실도 위생적이지는 않았다.
캄보디아의 국립도서관을 다녀오고 나서야 처음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 나라의 발전과 교육의 질의 연관성을. 캄보디아가 아직 개발도상국이라 교육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말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들의 국립도서관은 좀 충격적이다. 한때 자신들을 지배했던 나라의 언어가 버젓이 중앙에 적혀 있는 것도 그렇다.
현재에 충실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큰 방법은 교육이고, 다음 세대들에게 줄 수 있는 적절한 교육은 좀 더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분명 큰 보탬이 된다.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분명히 교육과 문화로 사람은 완성된다고 믿는다. 캄보디아가 아직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는 단면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했던 도서관이었다.
2012년 말에 갔으니 3년하고도 반이 지났다. 그때보다 지금 더 많이 발전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