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라 Jul 06. 2016

[독일] 함부르크의 향수, 비오는 독일.

함부르크 시티홀, 성 미카엘 성당, 요한 브람스 박물관

상파울리와 레파반 지역만 보고는 함부르크는 옛 건물이 많이 없는 줄 알았는데 섣부른 판단이었다. 함부르크에서 가장 큰 성 미카엘 성당과 그 주변 건물들, 시티홀 등 중세 느낌이 물씬 나는 건물들이 많았다. 

함부르크 하루 일정의 처음을 언제나 장식하는 알스터 호수를 출발점으로 해서 5분도 안 되는 곳에 위치한 함부르크의 시티홀. 브뤼셀에서 봤던 시티홀이 순간 떠올랐는데 그보다 훨씬 크고 넓은 느낌이다. 그리고 더 화려한 느낌. 중앙의 홀은 함부르크와 시티홀의 역사가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었고 그보다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광장과 분수대가 반짝 거리고 있었다.

날씨가 좋은 날 다시 찍은 시티홀 내부

보험이 발달하게 된 계기는 무역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면서 상품을 실은 배가 난파당하거나 해적을 만나는 등 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배웠다. 배 모형물과 안전한 항해를 책임지는 여신의 모형물이 디자인되어 있는 오래된 보험회사 건물. 예전의 역사 수업 시간이 생각난다. 실제로 이 일대는 부산의 중앙동처럼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는 여러 회사가 밀집해 있는 구역. 적당히 어수선한 그 분위기가 부산의 부둣가와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중앙동과 남포동 일대를 떠올리게 만들었는데, 이후에 독일의 다른 도시인 베를린, 예나, 슈투트가르트를 거쳤지만 함부르크가 가장 좋았던 건 아무래도 바다가 있기 때문인 듯싶다.

보험회사 건물

주변에는 주거지역도 꽤나 많이 보였는데 네덜란드에서 보았던 좁은 집들이 바다 주변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풍경이 펼쳐져 아시아에서 온 여행객에게 좋은 볼거리를 다시 선사해 주었다. 이런 벽돌집들은 언제 보아도 기분 좋아진다.

100년도 더 되었을 구식 엘리베이터가 아직 운행하고 있는 어떤 건물 안. 엘리베이터에는 문이 없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하체만, 혹은 올라가고 있는 상체만 보여 상당히 기괴한 장면이 연출된다. 그리고 Stop 버튼이 없어 놀라가는 때를 기다려 뛰어 올라타거나 뛰어내려야 한다. 난데없이 운동하는 느낌? ^^;


꾸물거리는 날씨와 왠지 잘 어울리는 벽돌색 건물을 따라 계속 걷다가 함부르크에서 가장 큰 성 미카엘 성당을 만났다. 1,600년대에 지어진 건물답게 파란만장한 역사를 함께한 성당은 화재에 휩싸이기도, 벼락을 맞기도 하면서 여러 차례 재건축되어야만 했다. 실제로 성당 종탑 부분이 본래의 벽돌 건물과 달리 철제로 지어진 이유도 더 이상 불에 타지 말라는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것이다.

성당 안에서 운 좋게도 오르간 연주 연습을 들을 수가 있었다. 간단한 건반 터치만으로도 굉장히 웅장한 느낌. 처음 듣는 오르간 소리에, 소리에 압도당하는 아니 압도보다 무언가 나를 내려보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든다. 마침 내리기 시작하던 비를 피해 성당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까지, 성당 안에선 작은 오르간 콘서트가 열린 듯하다.


긴 계단을 통해 올라간 성당 종탑에서는 함부르크 시내 전경을 어느 방향에서나 즐길 수 있었다. 어느 방향이나 물을 끼고 있는 도시. 성당에 들어올 때 조금씩 내리던 비는 탑에 올라왔을 때는 바람과 함께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더 오래 시내 전경을 즐기고 싶었으나 한기가 돌기 시작하는 몸은 성당 안에 다시 들어가자고 꼬드겼고, 결국 나는 성당 지하의 크립트(Crypt, 무덤)까지 돌아보고 말았다. 건물 안에 무덤이 있는 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봤지만, 이렇게 매주 미사가 열리는 곳 아래에 무덤이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했다. 성직자들과 함께 부유한 귀족들은 이곳 성당 지하에 묻혔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바깥 아무 데나 묻혔다. 부유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간극은 그렇게 언제나 존재해 왔다.

그렇게 종탑, 크립트까지 섭렵했건만 비는 아직 그치지 않았다. 마침 배가 고파 근처 작은 가게에 들어가서 소시지가 들어간 빵 중 아무거나 골라 대충 배를 채웠으나, 비는 더 거세게 내린다. 아무래도 비 맞을 각오를 해야 될 듯 싶다. 젖어가는 지도를 들고 요한 브람스 박물관을 찾아갔다. 브람스라는 이름은 어릴 때 피아노를 치면서 들었던, 그의 곡을 연주하기도 해서 어렴풋이 알고 있다. 피아노 치는 것 참 좋아했는데 그것도 한 때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여행을 하다 보니 잊고 있던 예전 기억들, 감성들이 살아나고, 잊고 있던 이름들도 함께 떠오른다. 그렇게 어린 시절, 6년간 배웠던 피아노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보려 브람스 박물관에 갔다.

몇백 년 전의 악보와 피아노가 이렇게 보존되어 있다. 내가 어린 시절 연주했던 그 음악. 제목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귀는 아직도 그 음악을 기억하고 있다. 여행마저도 내 기억에 의해 이렇게 주관적으로 그려지는데 여행 가이드 북을 열심히 보는 게 무슨 소용일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메트로 역이 어딘지 알음알음 찾아서 다시 알스터 호수로 갔다. 비 오는 호수가 보고 싶어서. 운동화는 이미 다 젖어 발도 시려오고, 머리도 이미 비에 홀딱 젖었지만 우산 없이 이렇게 비를 맞는 게 참 좋아 계속 그러고 싶었다. 비에 아랑곳 않고 조정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드문드문 지나다니는 요트도 있었다.

자유롭게 비를 맞을 수 있는 권리를 마음껏 누리는 하루여서, 더 감사한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네덜란드] 사진으로 만나는 작은 네덜란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