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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Sep 15. 2016

[베를린] 베를린의 근대를 만나는 시간

전승기념탑, 베를린 대성당, 샤를로텐 부르크 궁전

베를린에 있는 동안은 땡땡이와 함께 여행 다니기로 했다. 땡땡이는 만나던 날부터 '상수시 궁전'을 보러 베를린 근처의 포츠담에 가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에 쫓겨 베를린 시내에 있는 '샤를로텐 부르크 궁전'으로 대신해야만 했다. 

궁전으로 걸어가는 길. 어느 지하철역에서 내려 어디로 걸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베를린의 전승기념탑을 발견했다. 빽빽한 가로수와 그 도로의 끝에 서 있는 탑. 파리의 개선문과 샹젤리제가 떠오르는 풍경이다. 처음엔 1873년 덴마크,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과의 전쟁에서 이긴 기념으로 만들어진 기녑탑이었다. 원래 있던 곳에서 나치가 이곳으로 옮기고, 마지막으로 히틀러가 금장식도 더했다고 한다. 전승기념탑과 그 주위에 있는 여러 기념비는 승리의 의미도 있지만, 여러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추모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대전에서 목숨을 잃은 독일인은 무엇을 위해 싸운 걸까? 영광은 아니더라도 추모는 받고 있을까?

공격당한 나라의 희생자들에게는 당연히 추모를 하겠지만, 독일 같은 경우는 어떨까? 두 세계대전의 전범국가인 독일에서는 그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추모하는 것도 껄끄럽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은 무슨 잘못일까? 단지 국가에서 일으킨 전쟁이라는 이유로 전쟁에 참전한 일반 병사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명예도, 자랑스러운 조국도 없는 그 자리...




샤를로텐 부르크 궁전은 왕비 소피 샤를로테를 위해 지어진 여름 별장이라고 한다. 소박해 보이는 궁전 뒤로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하지만 궁전 한 켠은 아쉽게도 보수공사 중이었다. 베르사유 궁전처럼 방은 벽화와 천장화로 가득 채워져 있고, 화려한 샹들리에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 궁전 곳곳을 매우고 있는 반짝거리는 금장식들. 여름 별장마저도 이렇다면 도대체 왕과 왕비가 살던 궁전은 어땠을까?


이곳, 샤를로텐 부르크 궁전에도 아시아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도자기가 상당히 많다. 덴마크의 왕족 별장에서도 중국과 일본 도자기를 많이 보았는데... 외국의 물건을 수입하고, 전시하는 로얄패밀리의 취미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가보다.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궁전 내부를 찍으려면 입장할 때 사진을 찍겠다는 이용권을 사야 된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난 계속 찍었는데 운이 좋았다. 


드디어 궁전을 다 둘러보고 정원으로 나왔다. 창문을 지날 때마다 밖으로 보이는 정원이 아름다워 얼른 나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계획대로 잘 짜인 도로를 보는 느낌이다. 조깅하는 사람, 꽃을 찍는 사람, 호수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쬐고 있는 사람..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워킹투어 때는 지나가기만 했던 베를린 대성당. 자세히 보고자 다시 찾아왔다. 대성당에 들어오기 전 땡땡이와 밖에서 나눴던 어지러운 대화가 머리 속에서 사라지도록 만드는 경건한 대성당의 내부. 땡땡이는 천주교 신자답게 촛불에 불을 붙였다. 신자는 아니지만 교회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가만히 서서 대성당 내부의 둥그런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대성당 돔을 향해 걸어 올라가는 길, 신기한 광경을 발견했다.(그림인지 실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진까지 찍었던 걸 보면 실제라고 생각한다.) 독일 기독교에서 꽤 유명한 분이 돌아가셨는지 내부가 훤히 보이는 유리벽 너머의 관 안에 한 분이 누워 계셨다. 그리고 그를 향해 사람들이 묵념을 하고 기도를 했다. 독일 기독교의 성인이시겠지만, 죽은 사람이 떡 하니 보이니 기분이 묘했다. 이전에 본 미국 드라마에서 장례식장 정중앙에 돌아가신 분을 모신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그걸 실제로 보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그야말로 '시체'에 대한 거리낌이 우리보다는 적은가 싶기도 했다.

드디어 올라간 대성당 돔. 근처의 TV타워 외에는 높은 건물이 거의 없어 베를린 시내를 둘러보기에 딱 좋다. 맑은 날씨가 자주 없다는 독일 답게 날씨는 그리 맑지 않지만, 그래서 더 독일스러운 풍경이다. 360도 어느 방향이든 독일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 참 좋은 대성당의 돔. 곳곳에 칠이 벗겨져 세월의 흔적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대성당 돔의 벽 너머로 구불구불 흐르는 라인강이 참으로 운치 있다.


대성당을 나가는 길, 미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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