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 이게 맞나
'요즘 뜨는 브런치북 1위.'
내 눈을 의심했다.
가장 먼저 든 감정은 환희나 성취감이 아니었다.
지독한 의심, 그리고 불안이었다.
"왜?"
도대체 왜.
나는 내 눈을 믿지 못해 스크롤을 몇 번이나 새로 고침 했다. 혹시 내가 글을 너무 많이 올려서, 일종의 도배 효과로 알고리즘이 착각을 일으킨 건 아닐까.
아니면 전산 오류로 인해 잠시 스쳐 지나가는 해프닝은 아닐까. 칭찬보다는 비난에, 행운보다는 불운에 더 익숙한 나의 뇌 회로는 이 상황을 긍정적인 데이터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인스타로 축하를 받았다.
"글이 좋아."
"필력이 대단하시네요."
"위로받고 갑니다."
그 다정한 문장들을 읽으며 나는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내가 쓴 글들은 무엇이었나. 그것은 희망찬 에세이도, 달콤한 힐링도 아니었다. 그저 죽고 싶다는 비명, 약을 먹어야 잠들 수 있다는 고백, 돈 때문에 가족에게 상처받은 찌질한 현실의 기록들이었다.
나는 나의 가장 아픈 치부들을 도려내어 전시대에 올렸다. 나의 불안을, 나의 가난을, 이모의 암세포를 헐값에 내놓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은 그 비극에 열광했다. 내가 가장 감추고 싶었던 모습들이, 나를 가장 빛나는 자리로 올려놓은 것이다.
이 숫자 1은 내 실력이 아니라, 내 불행의 값어치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타인의 적나라한 고통을 보며, 혹은 그 솔직한 배설을 보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법이니까. 화면 속의 나는 '한국소설가협회 소설가'이자 '랭킹 1위 작가'다.
하지만, 화면 밖의 나는 여전히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신경안정제를 찾으며, 다음 달 카드값을 걱정하는 생활인이다.
이 간극.
온라인의 영광과 오프라인의 비루함 사이의 이 거대한 크레바스 앞에서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안도감이 든다. 나의 이 지긋지긋한 고통이, 적어도 아무런 의미 없는 쓰레기는 아니었다는 증명이니까.
아파서 썼고, 쓰니까 읽혔고, 읽히니까 1등이 되었다.
그 단순하고도 잔인한 메커니즘이 나를 살게 한다.
이 거품은 언젠가 꺼질 것이다.
1위라는 숫자는 파도 한 번이면 지워질 모래성이다. 내일이면 나는 다시 2위로, 10위로, 혹은 순위 밖으로 밀려날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나는 내려가는 것에 익숙하니까.
다만 오늘 하루, 이 붉은 삼각형이 주는 찰나의 도파민을 연료 삼아 나는 또 한 줄을 적을 것이다.
불행을 팔아 1등을 샀으니,
이제 그 1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나의 지옥을 기록하러 가야겠다.
축배는 없다.
대신 쓰디쓴 블랙커피 한 잔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