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배운 것이 아니라, 앓았던 기록
사람들이 묻는다.
어디서 글을 배웠냐고.
어떤 작법서를 읽었으며,
누구에게 사사(師事)받았냐고.
그럴 때마다 나는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나에게는 스승이 없다.
굳이 따지자면 노력이 스승이었고,
항진이 조교였으며, 불면의 밤들이 교과서였다.
나는 문예창작과를 나오지 않았다.
계보도 없고, 화려한 입구도 거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읽고 쓰는 행위를 생존 본능으로 익힌 야생의 잡종이다. 나의 글쓰기는 '학습'보다는 '증상'에 가깝다. 말을 더듬는 대신 문장을 다듬었고, 사람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대신 활자를 노려보았다.
나는 어떻게 독학했는가.
방법은 무식하고 단순했다.
'해부'였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펼치면,
나는 독자가 아니라 의사가 되었다.
메스를 든 심정으로 문장을 찢어발겼다.
왜 작가는 여기서 쉼표를 찍었을까.
왜 '슬프다'는 형용사 대신 '창밖이 흐리다'는 묘사를 택했을까. 왜 이 문단에서 호흡을 뚝 끊어버렸을까.
나는 그들의 문장을 노트에 옮겨 적으며,
그 호흡을 내 손가락 끝에 이식하려 애썼다.
헤밍웨이의 건조한 문체를 베껴 쓰며 불필요한 수식어를 쳐내는 법을 배웠고, 케네디의 비장한 문장을 씹어 먹으며 조사 하나가 주는 무게감을 익혔다.
필사는 단순히 베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의 뇌 속으로 침투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훔쳐내는 도둑질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텍스트는 도서관에만 있지 않았다.
공사판의 소음, 실패담, 편의점 알바생의 지친 눈빛, 눈에 보이는 디스토피아적인 모든 현실이 나에게는 가장 생생한 문장 훈련이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아름다운 문법은 내게 필요 없었다. 나는 밥 냄새나고, 땀 냄새나고, 가끔은 피 비린내 나는 진짜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거리에서 주워 들은 욕설과 비명들을 정제하여 나만의 사전에 기록했다.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 말이 있다.
틀렸다.
글은 상처로 쓴다.
아물지 않은 딱지를 억지로 떼어내면 흐르는 진물, 그 끈적하고 불쾌한 액체를 잉크 삼아 쓰는 것이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뻔뻔함, 그것이 내가 독학으로 깨우친 유일한 작법의 핵심이다.
누군가 글을 잘 쓰고 싶다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우아해지려 하지 마라."
당신의 불행을,
당신의 결핍을,
당신의 찌질함을,
가장 적나라하게 전시하라.
가장 개인적인 상처가 가장 보편적인 위로가 된다.
여전히 나는 스스로 배운다. 스승은 없다.
다만, 오늘도 나는 나의 문장을 저장한다.
이 지독한 독학의 과정이 끝나는 날은,
아마도 내가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 날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혹은 다행히도.
나는 아직 많이 고프다.
안녕하세요! 소설가 현영강입니다.
이제, 작법에 관해 진지한 글을 써 보려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